2009년 11월 21일 토요일

[딘/카스티엘] 카스티엘의 별 (01/17)


제목: Castiel's Star
작가: blackdoggy1
역자: meia (http://cafe.naver.com/mishacollins/1906)
페어링: 딘/카스티엘
등급: PG-13
주의: AU




현재

딘은 바다 아래로 쭉 뻗은 가파른 바위에서 멈췄다. 잠시 동안 그는 조용히 갈매기를 보았다. 이곳에 들르게 된지는 오래되었다. 어렸을 적, 여름의 오후 대부분을 이곳의 벽을 오르며, 벽 틈새에 있을 보물을 찾는데 보내곤 했다. 이따금 재밌게 생긴 조개 몇 개를 찾는 것 외엔 아무것도 건지지 못하고 가기도 했지만, 비교적 자주 배들이 작은 항구에서부터 바다로 항해해 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호주머니용 나이프와 오래된 병, 그리고 먼 나라의 알아볼 수 없는 언어로 쓰인 몇 장의 종이까지.

지금 그 풍경을 보면서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 빛나면서도 근심 따윈 찾을 수 없는 날들의 기억은 이젠 환상일 뿐이었다. 유년시절의 진실은 그보단 훨씬 거칠었다. 그가 모스 포인트를 수년 전에 떠난 이유였다. 달아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더랬지. 현재 그는 임무를 안고 10년 만에 이곳에 와있었다. 이곳에 그를 돌아오게 할 만큼 충분히 영향력 있는 존재는 이 지구상에 단 한 명밖에 없었다. 카스티엘.


+


20년 전

딘은 침묵에 잠겨 차 창문으로 풍경을 내다보고 있었다. 모스 포인트라. 멋지군. 이거 아주 재밌는걸. 그는 왜 그들이 세인트루이스에 남아있지 못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는 많진 않아도 몇몇의 친구를 그곳에 두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집에서 나갈 수 있고 더 이상 새미를 보살필 필요가 없어진 그 때, 해야  일이 생겼다. 당연히 그의 아버지는 가야만 했고 다시 모든 것은 망가져버렸다. 언제나 그랬다. 그들은 새로운 곳으로 이동했고 존은 술을 마시기 시작했으며 일들을 망쳐버렸고 직업을 잃었다. 그러고 나면 다시 길 위에 내몰리곤 하는 것이었다. 딘은 그들이 모스 포인트에 얼마나 오래 있을 수 있을지 의심했다. 한 번은 아버지가 모든 일들을 재빨리 망쳐버리고 하루라도 빨리 이곳을 뜰 수 있길 바라기도 했다. 이곳이 미치도록 지루해 보였던 탓이었다.

그들이 강가를 따르는 언덕을 내려올 때, 무언가가 딘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작은 소년이 길가에 무릎 꿇고 앉아 호주머니용 나이프로 아스팔트를 조각내고 있었다. 차를 타고 그를 빠르게 지나치는 사이, 딘은 크고 푸른 두 눈과 시선을 마주했었다. 소년은 샘의 나이 대 정도 되어보였고 이에 딘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만한 나이의 소년이 보호자도 없이 길가에서 홀로 무얼 하고 있단 말인가. 딘은 새미가 그렇게 나돌도록 절대 내버려 두지 않을 터였다.

당연히 나이프를 쥐어주지도 않을 것이다. 물론 딘에겐 그 자신만의 스위스 식 군용 나이프가 있긴 했지만. 이건 존의 마지막 여자친구가 선물한 것이었다. 그녀는 그들에게 잘해주었다. 존이 이제껏 데려왔던 사람들과는 천지차별이었다. 그래서 딘은 그의 아버지가 이 관계 역시 망쳐버렸을 때 화가 났었다. 그의 아버지가 공공연히 말하진 않았다 하더라도, 딘이 생각하기에 그녀는 그들이 이동하며 사는 이유 중 하나였다. 캐롤이 이 나이프를 그에게 주었을 때, 그녀는 새미가 이것을 갖고 놀지 못하게 하라고 딘에게 말해주었다. 그가 너무 어린 탓이었다. 딘은 진심으로 그러겠다고 했다. 무기는 어린 아이들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었다. 딘은 11살이었고, 실질적으로 다 자란 거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새미 나이 대의 어린 아이들은 이런 위험한 물건을 갖고 있기엔 너무 어렸다.

딘이 길 위에 홀로 있던 어린 남자아이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고 있을 때, 존은 선창 앞에 있는 주차장에 트럭을 주차했다. 부두 오른쪽에 일반적인 가게가 자리하고 있는 곳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돌아서서 투덜거렸다. “우린 바비를 이곳에서 만나야 한다. 아무 것도 훔치지 마라.”

딘은 눈을 굴리며 캡 모자를 벗은 후, 새미가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몸을 돌렸다. 어린 아이가 내리기엔 경사가 가팔랐기에 딘은 자신의 팔을 이용해 그가 뛰어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새미는 언제나 이것을 좋아했고 딘을 향해 방긋 웃으며 즐거운 듯 말했다. ‘고마워!’

딘은 마주 웃어주어야만 했다. 새미는 그가 가진 것 중 좋은 쪽에 속했다. 존이 얼마나 많이 그들을 떠나든지, 혹은 얼마나 많이 술에 취해 딘을 때리든지, 아니면 얼마나 많은 엄마 역할의 여자들이 왔다가 그의 인생에서 떠나버리든지,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속해 있던 곳을 떠나 이동해야했던 지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새미는 항상 크게 뜬 눈에 동경을 담고 그를 올려다보았고, 변함없이 활기찼다. 새미의 형이 된다는 것은 딘을 자랑스럽게 만들어 주었다. 그가 말썽을 피운다 하더라도 말이다.

새미는 딘의 손을 잡고 그들의 아버지를 쫓아갔다. 그는 빠르게 가게 안으로 들어가 바비에 대해 물었다. 카운터를 지키고 선 늙은 남자는 푸른 눈을 갖고 있었고 매우 친절했다. 그가 설명하기를 바비는 지금 부두에서 배를 대고 있으며 곧 돌아올 거라고 했다. 존이 그가 필요한 몇 가지에 대해 조사하는 동안, 딘과 샘은 목적 없이 복도 사이를 왔다갔다 거렸다. 그러나 딘은 아직도 그 어린 아이에 대한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저기, 아저씨?” 딘이 늙은 남자에게 말했다. “언덕 아래 쪽 길에 어떤 어린 애가 혼자 놀고 있던데요.”

“네가 상관할 일이 아니다.” 존이 경고하는 시선을 보내며 일갈했다. 그는 사람들과 가까워지는 걸 조금도 달가워하지 않았고, 자신의 애들도 그러길 바랐다. 자신들의 문제와 그들을 엿 먹일 가능성이 있는 세계 각 지역에 대해서만 걱정해야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렇지만 딘은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 충분히 잘 알고 있었다. 이건 단지 대강의 경고에 불과했다. 그는 문제에 휘말린 적이 없었다. 아직까지는. 그래서 그는 고집불통의 어린놈이 되기로 했다. 남자에게 돌아서서 물었다. “교통상황에 대해 아무런 관심도 없어 보이던데. 그러다 차에 치이거나 무슨 일을 당할 수도 있다고요.”

늙은 남자는 미간을 찌푸렸다. “검은 머리카락에 푸른 색 눈동자를 가진 애 말하는 거니?”

“네.” 딘은 고개를 끄덕였다.

딘이 나중에 이름을 알아낸 파커씨는 한숨을 내쉰 후 뒤로 돌아서서 카운터 위에 있던 C.B. 라디오를 들어올렸다. “데콘? 자네 거기 있나?”

잠시 후 딘은 치직거리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10-4 max, 무슨 일입니까?

“괜찮다면 언덕 쪽에 가서 내 고집불통 손자 녀석 좀 데려와 주겠나? 또 얼이 빠져선 거리에서 벗어난 모양이군.”

문제없습니다. 데려가도록 하죠.

“고맙네.”

10-4

라디오를 도로 제자리에 놓고 그는 딘에게로 돌아섰고, 진심으로 활짝 웃으며 말했다. “고맙다, 얘야. 정말로 고마워.”

딘은 자랑스럽게 빛나는 눈으로 그의 아버지를 올려다보았다. 혹여 그도 같을까 해서였다. 물론 아니었다. 딘은 존이 자랑스럽게 느끼도록 만들 수가 없었다. 고작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를 화나지 않게 하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옳은 일을 해냈기에 상관은 없었다. 그는 한 아이를 어쩌면 차에 치일 뻔한 위험으로부터 구해냈다. 비록 자신의 아버지가 신경 쓰지 않는다 하더라도, 아이의 할아버지는 아니었으니까.

“아이스크림이라도 좀 먹는 게 어떠니?”

딘은 미소를 지었지만, 잠시 생각을 한 후 물어보았다. “새미와 같이 먹으려고 하는데, 아이스크림을 두 개의 잔에 나눠서 주실 수 있나요?”

파커는 웃었고 딘은 그의 등 뒤에 숨어 흘끗흘끗 보는 어린 동생에게 몸짓했다. “얘야, 각각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줄 테니 걱정하지 마렴.”

샘은 기뻐서 날뛰었고 남자는 존에게 물어보았다.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주어도 괜찮을까요?”

“하?” 존은 눈가를 찌푸리며 그가 빠져있던 낚시용 상자에서 겨우 눈을 돌렸다. “마음대로 하쇼.”

파커는 존이 그의 자식들을 무시하는 것에 눈을 가늘게 떴고 이는 딘으로 하여금 그가 이 늙은 남자를 더욱 좋아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는 미소 짓는 얼굴로 돌아서서 어깨를 으쓱였다. “좋아, 얘들아. 너희들을 잡을 수 있게 거기 있는 발판 위로 올라오렴.” 딘이 새미를 발판 위로 들어 올려주는 사이 라디오에서 치직거리는 소리가 다시금 들려왔다. 보안관의 목소리는 즐거운 듯 울렸다. “위험한 도망자를 보호소에 잡아두고 있습니다. 변호사가 필요하냐고 물어봤는데, 볼로냐소시지가 들어간 샌드위치로 타협을 보겠다고 하네요.

파커는 웃으며 스피커를 들어 올렸고 대답했다. “그래, 우리 캐스가 맞구만.”

이 어린 녀석을 체포해야할까요, 아니면 그쪽에서 데려가시겠어요?

“그를 데려와주게나. 점심이나 사주어야겠군.”

딘은 즐거워졌다. 그가 그 아이를 ‘안전하게’ 만날 수 있도록 만든 것이었다. 또한 새미는 그 나이 또래의 새로운 친구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몰랐다. 어쩌면 모스 포인트는 그렇게 나쁜 곳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사람들은 친절해보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새미의 새 친구 만들어주기는 미뤄졌고 아이스크림이나 먹으며 기다려야만 했다. 때마침 바비가 돌아왔고 존은 새 집을 구하기가 한결 쉬워졌다. 그는 딘의 항의를 무시했고 그들은 아이스크림을 채 먹지도 못하고 떠나야만 했다.

가게주인은 동정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걱정 마렴, 얘들아. 다음에 오면 줄 테니까. 내 약속하마. 아, 너희들 이름이 어떻게 되니?”

“전 딘 윈체스터고 이쪽은 제 동생 새미에요.”

“좋아, 샘과 딘, 만나서 반가웠다.” 그가 그들을 불렀으나, 존이 그들을 끌고 문밖으로 나간 후의 일이었다.


+


현재

딘은 깊게 숨을 내쉰 후에 엔진을 가속시켰다. 매끄럽게 차를 도로 위로 빼낸 후 도시 가장자리에 있는 오래된 집으로 향했다. 샘이 현재 소유하고 있었고, 그가 보낸 사진만 본다면 해야 할 일이 무척이나 많았을 게 뻔했다. 꽤나 멋져 보이는 곳이었지만, 샘이 늘 스스로 손을 봤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직도, 딘은 그곳으로 돌아가는 게 조금 마음에 걸렸다. 샘을 다시 보는 건 물론 좋은 일이었다. 그는 지금까지도 자신의 작은 남동생을 사랑했다. 그러나 그가 도시에서 뛰쳐나간 이래로 샘은 휴일이면 언제나 딘을 찾아왔다. 그가 어디에 있던 그건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그의 어린 동생이 찾아오는 것은 문제가 되는 일이라고, 딘은 그렇게 여겼다. 그러나 샘은 여전히 지나치게 마음이 좋았고, 말하지 않아도 딘이 모스 포인트로 되돌아오는 일이 그에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 이해하는 것처럼 보였다.

지난 주 그가 연락해서 집에 갈 거라고 했을 때 샘은 충격을 받은 것 같았고, 기쁜 듯 했다. 그러나 역시 충격이 크긴 했다. 딘 자신도 약간 충격을 받았다. 어느 날 저녁 동안에, 그가 생각했던 자신의 삶과 행로가 모두 바뀌어버렸던 것이다. 그 밤 그는 자신이 연락한 일이 옳은 일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이것은 위험을 감수할 만큼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10년간 보지 못했던 집 차고에 차를 대는 동안, 그는 갑자기 두려워졌다. 대체 뭔 놈의 짓을 저지른 거지? 어쩌다가 술로 점철된 여행의 끝이 그가 절대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두 사기꾼 점쟁이들에게 맹세했던 장소가 될 수 있냐고? 그는 진입로 밖에서 갈팡질팡하다가 도로를 받아버렸고 돌아보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 때 그곳엔 샘이 있었다. 터무니없이 크고 바보 같은 샘이. 그는 현관에 서서 흥분에 차가지고는 기쁜 듯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이것은 그들이 어렸을 때, 그리고 딘이 차에서 뛰어 내린 후 그의 어린 동생을 받아들어 안았던 그 때만큼이나 전염성이 강했다.

“형 보니 좋은걸.” 샘은 딘을 질식시킬 기세로 꽉 끌어안았다.

딘은 피식 웃었다. “그래, 너도 마찬가지구나, 덩치 큰 계집애 같긴.”

샘은 사심 없이 웃으며 자신의 커다란 손을 딘의 어깨에 두르고 집으로 그를 이끌었다. “음, 이쪽으로 와서 주변을 좀 봐봐! 내가 여기서 어떤 일들을 했는지 보여줄 테니까.”

딘은 샘이 자신을 이끌고 오래된 이층 집 구석구석을 끌고 다니도록, 그리고 그가 개선한 모든 것들을 보여주도록 내버려두었다. 그는 그래야만 했고, 정말로 깊은 인상을 받았다. 내부는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 새로운 마른 벽지와 페인트가 존이 술에 취하고 분노에 휩싸여 만들어낸 수많은 구멍이 새겨진 오래되고 니코틴 얼룩이 남은 벽을 대신하고 있었다. 부엌은 반짝반짝 빛이 나는 하얀색 타일로 덮여있을 뿐만 아니라 샘이 직접 만든 광택이 나는 오크재질의 장식장도 있었다. 게다가, 그곳엔 바퀴벌레도 없었다. 그것만으로도 아마 가장 큰 눈부신 변화일 터였다. 식당과 거실의 울퉁불퉁하던 나무 바닥은 두껍고 호화스러운 카펫으로 덮여 있었고 심지어는 창문마저도 새것이었다.

“멋진데.” 아래층 순회를 끝내고 위층 침실까지 딘의 짐을 옮기는 동안 딘이 진심으로 말했다.

“뭐, 위층에는 아직 할 일이 산더미인걸.” 샘이 변명조로 말했다. “너무 실망하진 않았길 바라. 이번 학기엔 야간수업도 많았고 여름 동안 다른 강의도 들어야 했거든. 그래서 이걸 할 시간이 없었어. 어쨌든 여기에 왔으니까.”

“이봐, 난 뭐가 돼도 좋기만 하-” 딘은 그에게 자신감을 주고 싶었지만 문이 열린 후 그는 또 다시 넋을 잃고 말았다. 샘의 말이 맞았다. 그는 위층의 일을 마무리 지을 시간이 없었거나 아니면 적어도 딘의 방만은 챙길 여유가 없었던 게 분명했다. 이건 사실상 같았다... 실은, 새 창문과 바닥, 그리고 위로하는 이만 뺀다면야 예전과 다를 바가 없었다. 똑같은 침대에 똑같은 가구, 선반 위의 똑같은 책들까지. 심지어는 딘의 오래된 AC/DC와 제플린의 포스터까지 그대로 벽에 붙어 있었다.

“이건 어, 뭐랄까 성지처럼 보이는데, 어, 내겐 말이지.” 딘이 더듬거렸다.

샘은 눈을 내리깔고 잠시 소심한 태도를 보였다. “이건 조금 어려운 일이었어, 딘. 이건 단지- 난 형을 보는 게 무척 어려운 일이었고, 이것만이 내게 남겨진-”

딘은 입술을 짓이긴 후 샘의 어깨를 찰싹 때렸다. “괜찮아, 새미. 이건 내 잘못이니까. 너무 오랫동안 떠나있었잖아. 연락도 잘 하지 않았고. 난- 미안해.”

그러자 샘은 넘쳐나는 낙관주의적인 분위기 속에서 활짝 웃었다. “음, 형은 지금 여기에 있잖아, 알지? 이건 우리에게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을 거야!”

딘은 미소 지었지만 돌아서버렸다. 그에 대해선 확신할 수가 없었다. 그러길 바랐지만, 솔직히 말해서 여기에 관한 계획 따윈 하나도 없었다. 이틀 동안 술에 취해, 그리고 ‘초자연적인’ 예언에 의해 충동적으로 결정하고 온 것이었다. 다급한 마음에 그녀가 한 말을 필사적으로 붙들었고 국토를 건넜다. 이 시점에서, 앞으로 뭘 어떡해야 할지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어쩌면 펨이(이게 그녀의 진짜 이름인지 누가 알겠는가) 맞아서 딘이 정상에 나오게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다시 말하자면, 어쩌면 그는 모든 일들을 빌어먹게도 망쳐버리고 그 과정 속에서 샘을 상처 입힐 수도 있었다. 그는 그러질 않길 바랐다. 이건 그가 하길 원하는 마지막 일이었다.

“음, 난 저녁을 차릴 테니까 그 동안 짐이라도 풀고 있도록 해.”

딘은 짐을 침대 위로 던지면서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샘이 아래의 부엌으로 내려갔고, 그는 서랍장의 서랍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가 남겨두고 갔던 그대로, 모든 것이 그곳에 있었다. 펜, 공책, 영화표 반쪽, 콘서트 티켓. 그러나 그는 자신이 찾던 것은 찾지 못했다.

각각의 서랍들을 다 열어보는 동안 그는 점점 더 다급해져갔다. 더 이상 여기엔 없는 걸까? 어쩌면 잃어버리고서 그 긴 세월 동안 기억을 못하고 있는 것뿐일지도 몰랐다. 다급하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느라 서랍의 바닥에 닿을 때까지 그의 주변엔 끄집어내어진 것들로 가득했다. 그가 희망을 잃고 막 포기하려고 할 때 무언가 딱딱하고 차가운 것이 그의 손끝에 닿았다. 걱정스럽게 그는 눈을 감고 그것을 꺼내들었다. 그는 잠시 동안 그것을 쥐고 있다가 이내 숨을 들이켰다. 제발, 이게 그 별이기를. 제발. 난 이게 필요하다구.

그는 가늘게 눈을 뜨고 안을 들여다보았고 그곳엔 그게 있었다. 카스티엘의 별. 사실, 이건 단지 세월에 변색된 낡은 보안관 뱃지에 불과했다. 그러나 한 때 이것은 카스티엘에게 있어 세상 모든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후엔 딘에게도 그랬다.


+


20년 전

“음, 여기다, 얘들아.” 자갈이 깔린 차로로 들어서면서 바비가 말했다. “어떤 것 같니?”

새미는 딘의 무릎 위에 앉아 계기판 너머로 바깥을 흘끗 보았다. 딘은 그를 성가시게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여긴 쓰레기장이나 다름없었다. 벗겨진 페인트에 부서진 덧문이라니. 사는 데야 지장이 없겠지만, 그래도 여전히 쓰레기장이었다. 그러나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은, 그가 아버지의 친구인 바비를 좋아했기 때문이었지만. 이 남자는 어쨌든 그들에게 잘해주었고, 존이 직업을 구하도록, 그리고 그들이 지불할 수 있을 만큼 싸고 역시 더러운 장소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딘은 지구상의 그 누가 자신의 머저리 같은 아버지를 위해 그런 일들을 해줄수 있을까 싶었지만, 바비는 해주었다. 어쩌면 단지 샘과 딘이 불쌍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었다. 아무튼 간에, 바비는 빌어먹도록 멋진 남자처럼 보였고 딘은 불평할 수가 없었다. 이건 그의 잘못이 아니라 그저 존이 자신의 가족과 일을 돌보지 못하는 병신이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딘은 일찍이 머리에 불이 붙지 않는 한 사람들이 선뜻 손을 내밀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그는 이 남자의 선한 마음을 배반할 수가 없었다.

“멋진데요.” 그나마 반쯤은 설득력 있어 보이는 소리였다. 샘을 억지로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 모든 것이 언제나 그에겐 모험이었기 때문이었다.

“고맙네, 바비.” 그들이 안으로 들어가는 사이 존이 말했고 딘은 하마터면 기절할 뻔 했다. 그는 단 한 번도 그의 아버지가 누군가에게 고맙다고 말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어이, 얘들아?” 아이들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바비가 말했다. “위층에 올라가서 방을 보는 게 어떻겠니? 내가 가구를 좀 가져다 놨으니까, 포스터나 물건들을 갖다 놓든지, 아니면 너희들이 원하는 대로 꾸밀 수도 있을 거다. 너희 나이 대 남자 아이들이 어떨지는 잘 모르겠구나.”

딘은 미소 짓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방에 대해선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는 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좋은 사람에 속했다. 그러나 바비가 자신의 아버지와 단둘이서 말하길 원한다는 것은 자명했다. 그래서 그는 새미의 손을 잡고 - 새미는 그들이 매번 새로운 곳에 갈 때마다 딘이 자신의 손을 잡는 것을 원하는 것에 대해 기묘해했다 - 좁은 계단을 따라 위로 올라갔다. 방에 들어가 빠르게 훑어본 후 (두 개의 똑같은 침대와 옷장, 샘이 쓰기에 좋은 크기의 책상과 서랍장이 자리한 방은 보기에 충분해 보였다) 그는 샘이 서랍 갖고 놀도록 내버려두었고 몰래 계단을 반쯤 내려가 그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토막토막 들리긴 했지만 대강은 알아들을 수 있었다.

술에 취하지 않도록 해야 해, 존. 술에 취한 채로는 보트에 오를 수 없다고.

나도 알아, 바비. 지금은 괜찮잖아.

아-하.

내 말은 지금이 기회란 거야, 바비. 애들을 더 이상 이렇게 데리고 다닐 순 없다고.

이건 말해야겠군. 존, 자네는 베트남에서 나를 구했지. 난 자네를 친구로 여기고 있고. 그렇지만 자네가 게으름 좀 그만 피운다면애들은 좀 더 나아질 걸세.

나도 알아, 노력중이라니까.

글쎄, 이 집은 싸고 주변에 적당한 학교도 있어. 하지만 마을이 작으니까 말썽 피우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소문은 빠르게 퍼지니까. 애들에게 그런 식으로 영향이 미치는 걸 원하진 않겠지.

딘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전에 신시내티에서 알게 된, 죽은 어머니의 먼 친척이자 전도사인 짐에게서 이에 대해 들은 적이 있었다. 그 역시 멋진 사람이었다... 딱 바비만큼이나.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었고, 존을 도와주려고 애를 썼다. 그리고 존과 수많은 약속을 했다. 오, 얼마나 많은 약속들이었는지. 물론 존은 이 모든 것들을 깨버렸다. 다리를 불태워버렸고, 그들은 단지 6달 후 오하이오를 떠나 다신 돌아가지 않았다.

딘은 이것을 이겨냈다. 그리고 그의 아버지가 철이 들 거란 희망도 놓아버렸다. 그는 그저 모든 일을 엉망으로 만들었고 앞으로도 그럴 게 뻔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이런 엉망진창의 일상에서 살아남아 존이 그놈의 빌어먹을 짓들을 그만둘 때까지 새미를 바른 길로 인도하는 것뿐이었다. 그 후에 그는 자유가 될 수 있을 터였다. 언젠가, 그가 아버지를 떠나는 날이 오면 더 이상 학대와 무시를 당하지 않아도 될 것이었다. 이것이 그가 성인이 되는 것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유일한 꿈이었다.

바비는 친절하게도 부엌에 음식을 갖다놔 주었고 피넛버터샌드위치와 햄버거, 치즈로 점심을 먹은 후, 딘은 그와 함께 그의 트럭에 가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고마워요, 바비.” 딘이 말했고 이건 진심이었다. 천국은 아니었지만 그가 그들을 위해 애써준다는 것만으로도 최고였다. 딘은 그 자신과 새미를 위해준 것에 대해 고맙게 여겼다.

“별 말을 다하는구나, 딘.” 바비가 미소 지었다. “이 마을에는 네 또래의 아이들이 많으니까,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면 친구가 아주 많이 생길 거다.”

“오늘 한 명 만났어요... 뭐랄까.” 딘이 말했다. “샘의 나이 또래로 보이던데요. 작은 녀석이었어요.”

“오, 그래?” 트럭 문을 열며 바비가 물었다.

“네. 걔 이름은 캐스라고 했어요. 상점주인의 손자래요.”

바비는 밝고 따뜻하게 웃었다. “걘 샘 또래가 아니란다, 딘. 사실, 아마 너와 같은 학년일걸.”

“뭐라고요?” 딘은 충격에 빠져 물었다.

“그래, 나도 안다. 참 작지, 그렇지?” 바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엉덩이 때문이란다.”

“엉덩이요?” 딘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래. 걔가 발을 심하게 저는 걸 보지 못했니?” 바비가 물었다.

“네.” 딘은 고개를 저었다. 딘은 그가 길 위에 있단 걸 빼고는 그에게서 이상한 점이라고는 하나도 알아채지 못했다. 그러나 그 때, 그는 무릎을 꿇고 있었고 딘은 실제로 그가 그 지점에서 움직이는 것을 보진 못했다.

바비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불쌍한 아이지. 절름발이와 미친 모친 사이에서 태어났으니. 그래도 착한 애란다. 부끄러움을 많이 타긴 해도. 친구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그 애 할아버지와 보안관이 있어주니까. 데콘은 보안관이란다. 카스티엘의 영웅이지.”

바비가 작별인사를 하고 떠나는 동안 딘은 미스테리한 소년인 카스티엘에 대해 생각했다. 이제 그는 훨씬 더 그를 만나는 것이 걱정되었다. 카스티엘은 많은 면에서 딘과 같은 것 같았다. 이상한 부모에 이상한 인생. 친구도 없고. 그래, 딘은 관계가 있을 수도 있었다. 어쩌면 둘은 친구가 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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