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6일 수요일

[딘/카스티엘] 카스티엘의 별 (04/17)


제목: Castiel's Star
작가: blackdoggy1
역자: meia (http://cafe.naver.com/mishacollins/2478)
페어링: 딘/카스티엘
등급: PG-13
주의: AU

1편  3편




현재

“그러니까, 내가 바보 같다고 생각하는군요?” 딘이 소심하게 물었다.

엘렌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서 그런단다. 왜 하필 지금이니. 몇 년이나 지났는데. 이제 와서 갑자기 걔와 함께 하고 싶다고?”

“일시적인 마음이 아니에요!” 딘이 주장했다. “언제나 캐스와 함께 하고 싶었다고요.”

“넌 떠났어, 딘!” 엘렌이 크게 외쳤고 딘은 그녀의 눈에서 오랜 시간동안 받아왔던 상처를 엿볼 수 있었다. “넌 선택을 했고, 그건 카스티엘이 아니었지. 그 애라면 너와 언제까지고 같이 있어줬을 거야. 하지만 넌 떠나버리는 걸 선택했잖니. 그 애를 원한 게 아니고!”

“난 그를 무척이나 원했어요!” 딘은 필사적으로 자기 자신을 변호했다.

“그렇다면, 그렇게까지 원한 건 아니었나보지.” 엘렌은 침착하면서도 확고하게 말했다.

딘은 눈을 내리깔고 테이블보만 만지작거렸다.

잠시 간의 침묵이 흐른 후 그녀가 물었다. “그래서, 왜 마음을 바꾼 거니, 딘? 그 애에 대해서 말이다. 왜 돌아오기로 한 거지? 넌 나에게 이에 대해 설명해줘야 할 거다. 넌 무척이나 젊고 그에 맞는 위기를 보내고 있으니까. 정말로 이곳에 돌아온 이유가 뭐니?”

딘은 믿을 리 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제가 말하는 걸 믿지 못하실 걸요.”

엘렌은 테이블로 몸을 숙이며 그의 손을 잡고 말했다. “말해보렴.”



+



일주일 전

딘은 목적 없이 바 안을 어슬렁거리고 있었고, 몇몇 여자들이 그런 그에게 음란한 시선을 보냈다. 그의 타입은 없었지만, 남자도 없었다. 젠장, 그는 더 이상 취향조차 갖고 있지 않았다. 그가 원하는 단 한 사람은 저 멀리 떨어져 있었고 이미 기나긴 세월이 흐른 후였다. 요즘엔 당연한 일이었지만, 그는 적어도 주말마다 술에 취해 있었다. 아직 알코올중독자가 된 것까진 아니었다. 겨우나마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은 몇 달, 또는 1년이나 1년까지 지속되기도 했다. 그리고 매일 밤 낯선 장소에서 일어나지도 않았다. 허나 몇 달 전 리노로 온 이후 상황은 점점 나빠져 갔고 하루라도 빨리 뭔가 변화를 꾀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아버지 꼴이 날게 뻔했다.

오랜 친구의 죽음이 그를 이곳으로 돌아오게 만드는데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딘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얼굴 한 번 보지 않고 살아왔는데. 그러나 이 소식은 그에게도 꽤나 충격적이었다. 그는 떠나고 싶어졌고 달아나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 그는 새크라멘토에서 가졌던 건설인부 직을 그만두고 버스를 탄 채 아무데로나 향했다. 이게 그가 네바다까지 오게 된 이유였다. 그 이후부턴 모든 게 내리막길이었다. 지속적인 통증이 가슴을 아리게 만들었고, 텅 빈 마음은 아무것도 느끼질 못했다. 그 와중에 술만이 도움이 됐다. 그는 존이 술을 시작한 이유를 그제야 알 수 있었다. 모든 게 나쁘게만 보였고 무언가 소름 끼치는 일들이 일어나곤 했다. 그 후 샘과 그는 자신들의 아버지가 술에 완전히 먹혀버렸음을 깨달았다.

더 이상 주체하지 못하기 전에 그만두고 싶었지만 그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여있었다. 친구도 없었고 밑천이나 집도 없었다. 남아있는 가족이라고는 자신이 실망시킨 동생만이 유일했다. 술에 빠지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을까? 사실 완전히 엇나가지 않도록 지탱해주는 유일한 것은 바로 앙심이었다. 존은 언제나 딘이 그 무엇도 이루지 못할 거라고 말하곤 했다. 딘의 일부는 여전히 그가 틀렸음을 증명해내보이고 싶어 했다.

그러나 오늘 밤은 아니었다. 오늘 밤, 그는 단지 술에 떡이 되도록 취하고 싶을 따름이었다.

“이봐요, 자기. 괜찮아요?” 희롱하는 듯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딘은 고개를 들고 흐릿한 시선 너머 갈색 머리카락의 여인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뒤쪽 통로에서 그를 부르고 있었다. 다시 한 번 말하겠지만, 이곳엔 그의 타입이 없었다. 그러나, 뭐 어떻겠는가.

딘은 여인에게로 비틀비틀 걸어갔고 그녀는 그가 넘어질까 그의 팔을 잡아주었다 “이리로 와요. 내가 당신을 도와줄 수도 있을 것 같네요.”

“기분 상하라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아가씨.” 딘은 불분명한 발음으로 웅얼거렸다. “난 돈이 없어요.”

여자는 웃더니 대답했다. “뭐, 잘 됐네요. 대줄 생각도 없거든요. 난 매춘부가 아니에요, 자기.”

“오, 미안해요.” 딘은 중얼거리듯 말하곤 자신이 그렇게 많이 취하진 않았음을 깨달았다. 무례하게 군것에 당황할 정신머리도 있으니 말이다.

“괜찮아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긴 하거든요.” 그녀는 그를 뒤의 방으로 이끌며 말했다. “내 생각에 당신은 더 유용한 것을 찾아낼 수 있을 것 같군요.”

그녀는 그를 의자위에 앉히곤 테이블 주변으로 돌았다. 딘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벽에는 벨벳 휘장이 쳐져있었고 양초의 빛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었으며 토속적인 향이 곳곳마다 두텁게 깔려있었다.

“여긴 뭐하는 데죠?” 딘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냥 낡은 방일 뿐이에요. 주인이 나를 여기서 일하게 해줬죠.” 그녀가 대답했다.

“일?” 딘은 의심스런 눈초리로 그녀를 보았다. “무슨 일인데요?”

“난 점술가에요.” 그녀는 씨익 웃어보였다.

딘은 코웃음을 쳤고 그녀의 미소는 더욱 짙어졌다. 그녀는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요, 알아. 참 실없는 소리처럼 들리죠?”

“아는군요.” 딘은 투덜거리며 의자에 등을 기댔다. 아무려면 어떤가. 어찌되었든지 간에 그녀는 충분히 괜찮은 여자처럼 보였고, 이처럼 사적인 공간에 있는 게 기분은 더 나았다. 여자들이 추파를 던지는 어두운 바에서 비틀거리며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말이다.

“그래도 좋아요. 믿을 필요도 없고요. 사실, 난 오랫동안 손님이 없었고 이젠 그냥 퇴물 정도에 불과하죠.” 여인은 미소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난 팸이에요.”

“딘입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곤 정중하게 악수를 했다.

“그래서, 둘러보니까 좀 어때요?”

딘은 알겠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나를 단골로 만들려는 수작인가요? 당신이 말하긴 하겠지만... 난 내가 꿈에 그리던 여자를 만날 거고 그녀의 이름 중엔 H가 들어가겠죠. 그리고 난 내일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 당신에게 ‘난 샤를린이라는 여자를 만났고-’”

“자기, 내가 만약 당신에게 당신이 꿈에 그리던 여자를 만날 거라고 말한다면, 우리 둘 다 그게 거짓말임을 알거예요.” 팸은 씨익 웃었다.

딘은 웃음을 터뜨렸다. “음, 이건 인정해야겠네요. 사람들을 읽는데 도가 텄군요. 이젠 뭘 하면 좋을까요? 카드라도 자를까요? 아님, 다른 거라도?” 그는 테이블 위 타로카드를 가리키며 물었다.

“됐어요.” 그녀는 말도 안 된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그건 여행객들을 위한 거예요. 그들은 그런 걸 좋아하니까요. 예지력은 안에서부터 나오는 거고요. 그냥 당신이 알길 원하는 것을 내게 물어봐요.”

딘은 열심히 그리고 오랫동안 생각에 잠겼다. 그녀가 실수하게끔 만들어 가짜임을 알아낼 수 있을만한 그런 질문들에 대해서. 그러나 그는 생각을 깊게 하기엔 진탕 취한데다 무기력한 상태였다. 게다가 그는 점술가를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기에 약간의 호기심이 들었고... 약간의 절박함도 들었다.

그는 간신히 침을 삼키곤 그녀를 진지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그 자신에게 있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난 내 아버지처럼 될까요?”

팸은 꽤나 오랜 시간동안 그를 바라보았고, 딘은 그녀가 눈을 뜬 채로 잔다고 생각했다. 그 때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켰고 진지하게 대답했다. “진실을 원하나요, 아니면 당신이 원하는 대답을 해주길 원하나요?”

딘은 잠시 곰곰이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진실을 말해줘요.”

“좋아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당신이 지금까지 한 것처럼만 한다면 내 대답은 그렇다, 에요. 당신의 부친과 놀랄 정도로 닮게 되겠죠.”

딘은 한숨을 내쉬었다. 굳이 그녀가 그렇게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는 이미 자신의 운명에 체념한 상태였다. 물론 기억 속 존이 저지른 일들에 비한다면야 자신은 나은 편이었지만, 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젊었을 적엔 어땠는지 알지 못했다. 어쩌면 딘과 똑같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단지 그 때엔 비교적 조금 타락하고 약간만 자기 부정적이었겠지.

“손 좀 줘 봐요.” 팸이 요구했고 딘은 잠겨있던 생각으로부터 깨어났다.

“뭐라고요?”

“손 좀 줘 보라고요. 어떤지 좀 보게-”

“당신이 아까 말했-”

팸이 설명에 들어갔다. “카드에 수정구슬이나 찻잎은 모두 엉터리일 뿐이에요. 그냥 당신과 조금만 더 가까워져도 모든 걸 볼 수 있죠. 특별한 걸 원하나요? 도움을 원해요? 그렇다면 당신의 손을 줘 봐요. 더 많은 걸 말해주도록 할 테니.” 딘은 잠시 망설이다가 손을 내밀었고 그녀는 그의 손을 잡았다.

그녀는 눈을 감은 채 잠시 동안 침묵하다가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당신은 질문에 대한 답을 이미 알고 있군요. 이건 당신이 정말로 알길 원하는 게 아니에요.”

“그래요?”

그녀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당신이 정말 알기 원하는 것은, 당신이 구원받을 수 있나 하는 것에 대한 여부겠죠.”

딘은 불안한 마음에 몸을 바짝 긴장시켰다. 근본적인 문제를 너무 가까운 거리에서 건드리고 있었다. 지나치게 사적인 부분이었다. 어쩌면 이쯤에서-

“그럴 수 있어요.” 그녀가 속삭이듯 말했고 딘은 얼어붙었다.

딘은 아직도 알길 바랐던 것보다 뭔가 더 나아지길 원했기에 무뚝뚝하게 물어보았다. “어떻게요?”

그녀는 미간을 찌푸렸다. “잘 모르겠- 이거 참 이상하네요.”

“뭐가요?!?” 딘은 대답을 재촉했다. “뭘 본 거죠?”

팸은 눈을 뜨곤 혼란스러운 시선을 보냈다. “천사에요. 천사인데, 뭐랄까, 목요일의 천사랄까요? 아는 바가 있나요?”

딘은 그게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이 신과 소통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 누군가에게 천사의 이름을 붙여준 미친 모친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 단지 팸이 끝내기를 기다리며 그녀가 손을 잡고 있는 동안 움직이지 않으려고 애를 쓸 뿐이었다.

“그리고 토템도 보이는군요.”

“토템이라고요?” 딘은 미간을 찌푸렸다. “토템이 조각된 기둥 같은 거 말인가요?”

“아니에요.” 팸은 언짢은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토템이고... 시금석 같은 건데, 인공물이에요. 뭔가 매우 중요하면서도 개인적인 물건이고요.”

“그게 뭐죠?” 딘은 눈썹을 들어올렸다.

그녀는 다시 눈을 감고 집중했고, 매우 느릿하면서도 신중하게 말을 이었다. “목요일의 천사가 당신을 구원할 거예요. 하지만 그 전에 당신이 그에게 그의 토템을 돌려줘야만 해요.”

“그래서 그게 뭔데요?”

“나도 모르겠네요.” 그녀는 코웃음을 쳤다. “그의 토템이란 건 분명해요.”

딘은 뒤로 몸을 물렸다. 카스티엘의 토템이라고? 젠장, 대체 그게 뭐지?!? 그리고 그가 그게 뭔지 알아낸다고 해도,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는 것은- 이건 미친 짓이었다. 미친 짓임에 틀림없었다.

마침내 그녀는 눈을 떴고, 고개를 들어올리며 기묘한 시선으로 그를 응시했다. “이것이 뭘 의미하는지 생각나는 거라도 있나요? 미리 말하겠지만, 난 이런 걸 전에는 읽어본 적이 없거든요.”

“아뇨.” 그는 말하자마자 불쑥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남겨두곤 밖으로 나가버렸다. 바 뒤편에 자리한 문밖으로 뛰쳐나가 몇 걸음 걷지도 못하고 데킬라 병들이 쌓여있는 곳에 무너져 내렸다. 잠시 후 그는 정신을 차렸고, 자리에서 일어나 벽에 기대어 선 채 팔에 머리를 묻었다.

딘은 일부러 카스티엘을 마음속에서 몰아냈다. 너무도 오랜 시간동안 가슴이 아파 견딜 수가 없어서였다. 그러나 데콘이 죽었고, 이 보안관의 죽음은 잊고 있던 것을 수면 위로 끄집어 올렸다. 그가 그렇게나 오랫동안 겨우 숨겨왔던 공허함은 그의 일부나 다름없어져버렸다. 그가 캐스에게 이별을 고했던 그날 밤 이후로.

처음에는 카스티엘의 얼굴을 떠올렸다. 기억들이 하나 둘 떠오르고 있었다. 크고 환한 푸른빛 눈동자, 부드러운 미소. 카스티엘은 아직까지도 아름답고 우아한 채로 반짝이고 있었다. 오, 젠장. 그는 돌아갔어야만 했다. 알고 있었다. 그는 언제나 이 빌어먹을 현실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이 그것임을 알고 있었다. 아니면 그저 팸이 떠올린,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이 불러일으킨 사소한 희망에 불과할지도 몰랐다.

어느 쪽이든지 간에, 그는 이제야 자신의 처음이자 진정한 사랑을 기억해냈다. 그는 그녀가 말한 ‘토템’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그건 카스티엘의 별이었다.



+



현재

“그것 참... 대단한 이야기구나, 딘.” 엘렌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믿지 않는 거군요?” 그는 얼굴을 찡그렸다.

“아니, 그렇게 말하진 않았잖니. 단지 이건, 글쎄.” 고개를 젓는 횟수가 차츰 줄어들어갔다.

“뭐죠?”

엘렌은 공감한다는 시선을 보내며 친절하게 말했다. “좀 무례하단 생각은 들지 않니? 그가 너를 구원할 것이기 때문에 네가 그를 찾아 여기까지 왔단 게?”

“그렇긴 해요.” 딘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것만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어요. 난 그를 사랑해요. 언제나 그래왔고요.”

“나도 안단다.”

얼마간의 침묵이 흘렀고, 딘은 테이블에서 몸을 물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그만 가봐야겠네요. 해야 할 일이 좀 있거든요. 더 있고 싶긴 하지만, 어-”

엘렌은 미소를 지었다. 변명 뒤에 감춰진 진심이 보였다. 자신이 오고 싶어서 왔고 방문하긴 했지만, 고백을 하고난 지금 당장은 부끄러운 감정이 없지 않아 있었다. 이것에서 좀 벗어나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그래, 조만간 또 놀러오겠다고 약속해주렴.”

“당연히 그래야죠.” 그는 미소 지으며 그녀와 포옹을 나눴다.

그녀는 고개를 약간 들고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난 너를 사랑한단다, 딘. 하지만 네가 그 애를 상처 입히도록 내버려두진 않을 거야.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지?” 딘은 아무런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안고 있던 팔을 풀고 그가 밖으로 나가자 그녀는 그의 뒤에서 조용히 문을 닫았다.

그는 몸을 돌렸고 순간 소름이 돋았다. 임팔라에 카스티엘이 기대어 서있었다. 그리고 그는 화가 난 것처럼 보였다.



+



18년 전

첫 키스를 한지 4일 후 딘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기분이었다. 그는 이제 공식적으로 카스티엘의 남자친구였고 그들이 이걸 비밀로 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 한 주 동안 그의 가슴속에선 자부심이 넘실거렸다. 그 무엇도 이같이 좋은 기분을 망칠 수는 없었다. 밤중에 존이 무일푼으로 돌아와 딘에게 소리를 지르고 이 때문에 샘이 잠에서 깨어나 죽을 만큼 겁에 질렸던 일도, 신발에 구멍이 나 테이프로 붙여 놓은 것을 보고 루비가 비웃은 일도, 계속해서 철자법을 틀리는 바람에 영어에서 D를 받은 일도 말이다.

“샘.” 딘은 행복한 어조로 그를 불렀다. “와서 점심 먹어.”

“고마워, 형.” 새미는 눈을 빛내며 앤디와 함께 주방으로 달려 들어왔고 의자 위로 기어올라 앉은 후 구운 치즈 샌드위치를 먹기 시작했다.

“나도 고마워, 형.” 앤디가 맞장구를 쳤다. 앤디는 그의 형과는 달랐다. 조용하면서도 정말 괜찮은 아이인지라 딘은 샘이 앤디와 가까워진 게 기뻤다. 존은 밤새도록 공장에서 일했고(그가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하자 바비는 그를 그곳으로 보내버렸다) 이 말인즉슨 다른 애들이 와도 괜찮다는 뜻이었다. 카스티엘이 없는 게 약간 실망스럽긴 했지만 그가 있어야 집안일이 잘 돌아갔기에 캐스는 그의 가족을 너무 오랫동안 홀로 내버려두고 싶어 하지 않았다. 딘은 그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샘과 앤디가 점심을 다 먹은 후 거실로 달려가 만화를 보는 동안 전화가 울렸다. 딘은 접시들을 싱크대에 내려놓고 나서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여보세요?”

긴 침묵 끝에 불안정하고 목이 쉰 목소리가 속삭였다. “딘?”

그 목소리에 가슴 속에 자리하던 따스함이 공황으로 바뀌었다. “캐스? 뭐야?!?! 무슨 일인데 그래?!?”

카스티엘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약했기에 딘은 겨우 그의 절박한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도와줘.”

그리고 전화가 끊겼다.

“샘!” 딘이 소리쳤다. “샘!”

“왜?!?” 샘과 앤디가 거실에서 뛰쳐나왔다.

“캐스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아! 911에 전화해, 난 데콘 아저씨가 아직도 순찰을 돌고 있는지 보고 올 테니까!” 샘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딘은 문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는 데콘이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주차 딱지를 떼고 있던 곳을 향해 죽어라 달려갔다. 그가 만약 그곳에 없다면 무슨 일을 더 해야 할지 알 수 없었기에, 딘은 제발 그가 그곳에 있기를 빌고 또 빌었다. 다행이도 데콘은 막 순찰차에 타려던 참이었고 딘은 숨이 턱 끝까지 차선 그곳으로 발을 디뎠다.

“데, 데콘 아저씨.” 딘은 보안관의 앞까지 발을 끌어 도착했고, 헐떡이면서도 무언가를 말하려고 애를 썼다.

데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무슨 일이니, 딘?”

“캐스, 캐스에게 무슨 일이 생겼어요. 캐스가 다친 것 같아요!”

“어디서? 너희 집에서?!?”

“아니요, 캐스가 전화를 했는데, 어디에서 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딘은 울부짖었다. 깨달음이 명확해지자 훨씬 더 두려워졌다.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전화한 거면 어쩌지? 어떻게 캐스를 찾아야 하는 걸까?

“캐스가 뭐라고 했니?” 데콘은 앞으로 몸을 숙이며 딘의 어깨를 잡았다. “딘. 캐스가. 뭐라고. 했지?”

“도와달래요.” 딘은 헐떡이면서 눈물을 흘렸다. “그저 도와 달라고만 했어요!”

“오, 신이시여.” 데콘이 말했고 딘은 그가 언덕 위 파커의 집으로 향하는 길을 보고 있음을 알아챘다. 그 쪽에서부터 거대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보안관은 소리를 내질렀다. “맙소사!”

그는 재빨리 차에 탔고 딘은 조수석 위로 올라왔다.

“안 돼, 딘, 너는 안 된다! 여기 남아있어!”

그러나 딘은 완강하게 고개를 젓고는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소리쳤다. “어서 가요!”

데콘은 아주 잠시 동안 고민했으나, 결국 서둘러 문을 닫고선 카스티엘이 있는 곳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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