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3일 월요일

[딘/카스티엘] 카스티엘의 별 (06/17)


제목: Castiel's Star
작가: blackdoggy1
역자: meia (http://cafe.naver.com/mishacollins/3589)
페어링: 딘/카스티엘
등급: PG-13
주의: AU

1편  5편



현재

딘은 하루 종일 옛 친구들의 집을 방문하면서, 카스티엘이 운영하는 상점으로부터 최대한 멀리 떨어진 채 마음을 다잡기 위해 애를 썼다. 카스티엘의 조부가 죽기 전, 그는 바비에게 자신의 소유지를 위탁했고 그가 가게를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사람들을 고용할 수 있도록 했다. 카스티엘이 가게를 합법적으로 물려받을 수 있을 정도로 나이가 들 때까지 말이다. 딘은 그들이 10대였던 시절 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와 캐스의 계획에는 이 가게나 모스 포인트가 조금도 포함되어 있지 않았던 탓이었다. 그들은 후에 이 작은 마을에서 벗어나 어딘가 더 나은 곳에서 남은여생을 보내기로 계획해놨던 것이다. 허나 그 계획은 이루어지지 못했고, 카스티엘은 현재 그 가게를 자신의 힘으로 운영해나가고 있었다.

이게 바로 딘이 하루 종일 가게를 피했던 이유였다. 그는 카스티엘을 만나고 싶었고, 다시 잘 해보고 싶었다. 허나 캐스는 아직 그를 볼 준비가 안 되어있을 터였다. 적어도, 분노를 제외시킨 채 대화를 나누긴 힘들 것이었다. 딘은 그를 언제까지고 기다려줄 수 있었다. 이건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다. 이건 그의 전 생에 걸쳐 가장 중요한 일이었고, 모든 걸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는 딱 한 번 밖에 없었다.

그는 자신의 옛 보스 루퍼스를 보고는 멈춰 섰다. 그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그는 아르바이트로 운송 일을 했고 루퍼스는 언제나 그에게 잘해주었다. 그는 한결같은 사람이었고, 딘은 그의 직원이 Parsons Drive 도로에 난 구멍을 메우는 동안 그걸 지켜보면서 그와 같이 술도 마시곤 했었다.

딘이 그만 가야겠다고 말하자, 루퍼스는 손을 흔들어주면서 그에게 뚜렷한 시선을 보냈다. “만약 네가 계속 여기 있을 생각이라면, 내가 지금 운송 일을 맡아줄 성실한 사람을 찾고 있단 것도 알아두렴.”

이건 매우 관대한 제안이었다. 그곳엔 그다지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 않은데다가, 지난 몇 년 간 모스 포인트에 찾아들었던 어려운 시기 속에서, 외부인에게 일자리를 권하는 것은 미친 짓이나 다름없었다. 허나 루퍼스는 언제나 딘을 좋아했다. 때문에 딘은 그를 위해 열심히 일했으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보였다.

딘의 이상할 정도로 충분한 본능은 좋다고 대답하고 있었다. 그러나 딘은 지금 당장의 목표인 카스티엘을 만나서 그들 사이에 있던 일들을 바로 잡아야겠단 생각 외의 다른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설령 모든 게 좋아진다 해도, 그 후의 일까진 떠올려보지도 않았던 것이다. 이건 숙고했었던 일이었다. 미래를 위해 짜놓은 계획이 뭐였더라? 그냥 이곳에 머무는 것? 그럴 수도 있었다. 이건 단순히 그에게 돌아갈 만한 특정한 장소가 있는 것과는 다른 문제였다. 어쩌면 집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장소에 발을 들일 기회를 잡는 것이 옳은 일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잠시 후, 그는 그냥 이렇게 받아들일 수는 없는 일이라고 결정을 내렸다. 그가 가진 몇 가지 계획은 모조리 카스티엘과 관련된 것뿐이었다. 만약 카스티엘이 그를 용서할 수 없거나 혹은 용서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딘에게 또 다른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딘이 이 마을에 머무를 수 있는 방법은 조금도 없었다. 만약 카스티엘이 그에게 돌아오지 않는다면, 딘은 그가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자신이 무얼 잃었는지 상기하는 삶을 살아야 할 것이고 그건 도무지 견딜 수가 없을 터였다. 제아무리 온 나라를 돌아다녔다 하더라도, 이건 딘에게도 충분히 힘든 일이었다.

그는 망설이면서 대답했다. “전, 어- 아직은 잘 모르겠네요, 루퍼스. 여기에 머무를 건지 아직 결정을 못 내렸거든요.”

루퍼스는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곤 말했다. “음, 그럼 때가 되면 알려주려무나.”

그곳에서 벗어난 후, 딘은 걱정스런 마음으로 바비를 보기 위해 선착장으로 향했다. 그곳은 가게로부터 별로 떨어져 있지 않았지만, 딘은 바비가 가게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곳만을 소유하고 있단 걸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곳엔 창문이 없었다. 그러니 딘이 그 주변에 있다고 해서 캐스가 화를 낼 일은 없을 것이다. 그가 충분히 조심만 한다면, 카스티엘은 딘이 그곳에 있다는 것조차 모를 터였다. 그는 임팔라를 몰고 마리나에 있는 큰 주차장 뒤편의 널찍한 곳에 차를 댔다. 큰 트럭 두 대 사이에 주차해야했기에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나서 그는 바비의 보트가 자리하고 있는 저 끝으로 걸어갔다.

와우, 딘은 자신의 오랜 친구를 보기 위해 슬쩍슬쩍 피해 다니는 자신을 상기하곤 생각했다. 무슨 통금시간이 지났는데도 침실 창문을 넘으려는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캐스가 맞았군. 이래갖곤 덩치 큰 계집애와 다를 게 없잖아.

“안녕하세요, 바비.” 딘은 그의 뒤에서 어깨를 치면서 씩 웃었다.

바비는 뒤로 휙 돌아섰다. 그는 놀란 한편 기쁜 듯 미소를 지으면서 즉시 딘을 껴안았다. “이런, 딘 윈체스터. 대체 어디서 뭘 하고 지냈던 거냐?”

“잘 지냈어요.” 딘은 거짓말을 하고는 바로 주제를 바꿨다. “아직도 여기서 직원들 부려먹고 계시는 거예요? 벌써 은퇴하셨을 줄 알았더니.”

“글쎄다.” 바비는 자신의 선원들을 향해 아니꼬운 눈빛을 보냈다. “저 녀석들이 뭘 하고 있는지 좀 봐라. 난 내 배를 묶어둘 정도로 돈이 많이 생길 거다.”

딘은 고용된 선원들에게로 시선을 돌려 잠시 그들을 바라보았다. “잘 모르겠는데요, 바비. 자신들이 뭘 하고 있는지 제대로 아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는 자신의 오래된 친구에게로 시선을 돌린 후 장난스레 말했다. “제 생각엔, 무슨 노인네처럼 집구석에 지루하게 처박혀 있는 게 싫으신 것처럼 보이는데 말이죠. 노인네처럼요.”

“오, 좀 닥쳐라.” 바비는 가벼운 어조로 대답했다. “그래서, 내가 너 돌아왔단 걸 들었을 때 간 떨어질 뻔 했단 걸 말해줘야겠는데 말이지.”

“음, 네, 제가 좀 오랜만에 오긴 했죠.” 딘은 가능한 한 평소처럼 어깨를 으쓱였다. 지난 10년 동안 될 수 있는 한 모스 포인트에서 멀리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처럼... 그리고 마을의 그 누구도 이걸 모른다는 것처럼.

“아-하.” 바비가 비웃는 소릴 냈다. “그러시겠지.”

“네?” 딘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 했다. “그냥 샘을 보고 싶었을 뿐이에요.”

바비는 웃음을 터뜨렸다. “녀석아, 지금 나랑 장난치자는 거냐? 우리 둘 다 네가 보고 싶었던 사람이 누군지 잘 알고 있는데.”

젠장. 빌어먹을 바비 싱어. 그가 딘의 헛소리를 꿰뚫어보는 능력은 존에게 그랬던 것과 같이 언제나 잘 들어 먹혔다. 그러나 딘은 지금 당장 이에 대해 대화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무슨 소린지 모르겠네요, 바비.” 그는 주머니 속에 손을 찔러 넣고 고집스럽게 주장했다.

바비는 한숨을 내쉬었다. “좋다. 네가 원하는 게 거짓말이라면야. 하지만 그 눈까지 숨길 생각은 말아라.”

“무슨 눈이요?” 딘은 미간을 찌푸렸다.

“캐스가 가까운 곳에 있을 때마다 상사병 걸린 것 마냥 강아지 눈을 하고 있으면서 뭘.”

딘은 얼굴을 붉힌 채 대답으로 어깨만 으쓱여 보였다.

바비는 그의 어깨를 세게 쳤다. “그럼, 행운을 빈다. 캐스는, 음, 데콘이 떠난 이후로는 전과 같지 않게 되었지. 이제 와서 그 녀석을 다시 되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거다.”



+



그 날 밤, 샘과 제스는 딘이 돌아온 것을 공식적으로 축하하기 위해 외식하러 나섰고 척과 앤디도 초대되었다. 척은 제 앞가림을 잘 하고 있었다.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던 녀석이 3류 소설가로 성공하게 될 줄 그 누가 알았겠는가? 그는 자신의 책들로 인해 돈 좀 만졌고, 몇 개는 영화로까지 만들어졌다고 했다. 그 후 그는 조용한 삶을 위해 할리우드로부터 모스 포인트로 왔다고 했다. 앤디는 조금 기묘한 면이 있긴 해도 언제나 그랬듯 다정한 성격을 유지한 채 이곳에서 만화책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들을 다시 보게 되어 너무나 반가웠고 이건 딘의 기분을 한 층 업시켜 주었다. 다만, 주제가 카스티엘로 넘어가기 전까지만.

“이거 끝내주는데.” 저녁을 끝내고 술을 마시면서 척이 말을 꺼냈다. “꼭 옛날로 되돌아간 것 같잖아.”

“음, 하지만 캐스가 없잖아.” 앤디가 무의식중에 대답했고, 척이 테이블 아래로 그를 걷어차자 움찔거렸다.

“난, 으음.” 샘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캐스도 초대하긴 했는데, 바쁘다더라고.”

“그래, 할 일이 많은가 보지.” 앤디가 끼어들어선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애를 썼다.

“가게는 두 시간 전에 닫았을 텐데.” 딘이 아무렇지도 않은 어조로 말했다.

제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글쎄, 캐스는 자주 외식하는 편이 아니거든. 일이 끝나면 엘렌과 식사를 하고 바로 집에 가는 편이라서.”

“너도 그를 알고 있단 말야?” 딘은 눈썹을 들어올렸다. 제스는 이 지역이 아닌 노스포크에 살고 있었다. 게다가 딘은 그녀가 샘의 집에 왔을 때 캐스에 대해 언급하는 걸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난, 어, 응.” 그녀는 머뭇거렸고 딘은 왜 그녀가 여태까지 그에 대해 말이 없었는지 깨달았다. 샘이 이건 딘에게 있어 예민한 주제니까 피하라고 일러둔 게 틀림없었다. 언제나 그랬듯, 자신의 충실한 어린 동생으로서 말이다. “사실, 캐스의 어머니께서 내가 일하는 곳에 계시거든. 카스티엘이 매일 병문안을 오더라고.”

“다시 입원하셨단 거야?” 딘은 살짝 놀라선 물었다.

제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됐어. 몇 년 전의 일이었지. 내 생각엔, 카스티엘이 이게 그분께 있어 최선이란 걸 깨달은 것 같아. 그분은 그곳에선 행복해 하시니까. 무척 괜찮은 사설병원인데다가 그분은 친구도 많이 생기셨는걸. 그곳에서 하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도 그분이 정신을 차리고 있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고. 체계화된 계획에 따라 약을 투여하고 그분이 최대한 밝은 정신으로 있을 수 있도록 하고 있으니까. 게다가, 캐스는 될 수 있는 한 많이 찾아오고 있어.”

“음, 그거 잘 됐네.” 딘은 약간 부루퉁한 채로 중얼거렸다.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하자 씁쓸한 맛이 입안에 돌았고 그것은 갑자기 카스티엘을 향한 분노로 바뀌었다. 왜 캐스는 나한테- 어, 아니다. 안 돼, 그만둬. 넌 지난 10년 동안 이곳에 없었잖아. 일을 망친 건 너야. 너 자신이라고.

샘이 끼어들어선 그의 생각을 방해했다. “그렇지, 그게 그가 일을 하는 동시에 엘렌을 돌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으니까.”

“우울증이 좀 있었거든.” 척이 맥주를 마시며 말했다.

“우울증?” 딘은 미간을 찌푸렸다. 오늘 아침의 카스티엘은 딘이 기억하는 것과는 좀 달라 보이긴 했다. 허나 그건 딘과, 지난 10년 간 불가피하게 떨어져있던 것에 대해 카스티엘이 화가 나서 그런 걸 거라고 생각했다.

“앨런이 말했던 대로지.” 앤디는 한숨을 내쉬었다. “데콘이 죽은 이후부터야. 내 말은, 우리 모두 그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고는 있었지만, 곧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지. 문제는 그렇지 않았단 거지만. 캐스는 자신만의 세계에 들어가서 나오질 않았어. 예전의 캐스와는 영 딴판이더라고.”

“마치 그를 처음 만났을 때로 되돌아간 것 같더라니까.” 샘이 딘을 위해 한 마디로 정리해 주었다. 샘이 그 때를 조금이나마 기억하고 있단 건 꽤나 이상한 일이었다. 허나 그 작은 소년이 그 때 얼마나 고립되어 있고 불안해했는지를 생각해낼 순 있었다.

가슴이 죄어들기 시작했다. 딘은 이제야 깨달았다. 그가 오늘 말을 걸었던 모든 사람들이 카스티엘이 망가진 채고 무언가가 잘못됐다는 것을 그에게 경고해줬다는 것을. 샘이 말하기 전까진 깨닫지 못했던 것이었다. 모두가 그렇게나 알려주려고 애를 썼는데, 왜 그걸 여태까지 깨닫지 못했던 걸까?



+



15년 전

“좋아요, 모두들 워싱턴 여행을 위한 돈을 냈겠죠?” 비즐리 선생이 마지막 학생의 돈을 세면서 물었다. 딘은 어색하게 몸을 꿈틀거렸다. 이제 그녀는 명단을 살피면서 학생들의 이름을 부를 것이다. 혹여 이제라도 돈을 낼 생각이 있는지 묻기 위해서 말이다. 그는 돈을 내지 않았다. 여행을 갈 생각이 없는 탓이었다.

하교 후 루퍼스 밑에서 일을 해서 번 약간의 돈은, 전기세와 식량비로 모조리 나갔다. 존은 불규칙적으로 일을 하러 나갔고, 만약 가족이 그 뿐이라면 딘은 엿이나 먹으라고 말해준 후 자신이 번 돈을 여행을 위해 썼을 것이다. 허나 집에는 자신이 신경 써야 할 새미가 있었다. 그래서 딘은 매주 캐스와 함께 영화를 보거나 외식을 하는 것 이외에는 돈을 쓰지 않았다. 충분할 만큼 벌지도 못했지만, 그렇다 해도 언제나 캐스가 모든 것에 대해 돈을 지불하는 것은 썩 기분 좋은 일이 아니었다. 그런 식으로 일이 흘러가선 안 되는 법이었다. 캐스를 신경 써야 하는 쪽은 이었다.

비즐리 선생이 명단을 살피는 동안 딘의 불안감은 점점 커져만 갔다. 그녀는 한 명을 부르고 또 한 명을 불렀다. 이름은 점점 그에게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 따위 멍청한 여행 따위 누가 신경이나 쓸까보냐- 했지만, 카스티엘과 거의 한 주를 떨어져있어야 하니 그것도 문제였다.

가장 큰 문제는, 그녀가 자신의 이름을 불렀을 때 모두들 그가 왜 안 가는지 알고 있을 거란 거였다. 조니 디어필드처럼, 그의 부모님이 그를 데리고 하와이에 있는 조모의 집에 갈 다른 여행계획이 있어서도 아니었다. 편도선이 부어서도 아니요, 과보호하는 모친이 있어서 그가 여행 갔다가 사라 앤드류처럼 감기에 걸리면 어쩌나 하는 것 때문도 아니었다.

이유인 즉, 그가 이 반에서 가장 가난한 학생이기 때문이었다. 술에 중독된 부친이 가난하니, 그 아들인 자신도 가난할 수밖에 없었다. 딘은 테이프로 자신의 신발에 난 구멍을 가리고 다녔고, 10학년 학생들 중에서 유일하게 먹고 살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이었다. 루비 왁스필드와 그녀의 똘마니들은 그가 백인 쓰레기란 점을 또 다시 짚을 기회에 좋아라 하겠지만. 지금 당장도 그녀는 짜증을 일으키는 비웃음을 지으며 그를 보고 있었다. 그의 이름이 불릴 때 뭔가 험한 말을 해주기 위해서가 틀림없었다. 그랬다간 교장실로 끌려가겠지만, 어쨌든 그래봤자 이번만큼은 그녀의 승리가 확실했고 딘은 수모만 당할 터였다. 그가 그녀를 얼마나 증오하는지는 신만이 아시리라.

“캐롤린 언더우드?”

“어머니께서 방과 후에 수표 가지고 오신댔어요.”

“좋아요, 캐롤린. 그럼 되겠네요.”

악, 젠장. 온다. 딘 윈체-

“마이클 요먼?”

잠깐. 뭐? 요먼은 윈체스터 다음인데. 딘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게 무슨? 어쩌면 저 나이 많은 선생이 자신의 이름을 빼먹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럴 리가. 비즐리 선생은 딘의 이름을 부른다는 게 어떠한 의미인지 깨달을 만큼 충분히 똑똑한 여자는 아니었다. 맙소사, 심지어 저 깜박깜박하는 나이든 여자는 자신의 옷과 신발을 매치시키지도 못했다.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있는데, 카스티엘이 이쪽을 보면서 미소를 짓고는 한 쪽 눈으로 윙크를 해보였다. 이런 젠장할. 캐스가 말도 없이 그의 몫을 내버린 것이다.



+



“하지만, 난 네가 왜 그렇게 화를 내는 건지 모르겠어.” 캐스는 딘을 따라잡기 위해 애를 쓰면서 발끈했다. 딘은 학교가 파한 후 분노한 채로 길을 따라 걸어가고 있었다.

“왜냐면 난 빌어먹을 놈의 거지가 아니니까 그렇지, 캐스! 사람들이 널 동정할 때 너도 싫어하면서, 왜 나도 그럴 거란 생각은 못해!”

“동정 같은 거 아냐! 진짜로 그런 거 아니라고! 넌 그것보단 나를 더 잘 알고 있잖아.” 카스티엘은 탄원하듯 말했다. 헐떡이면서 절뚝절뚝 그가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딘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했지만, 자신의 남자친구를 잡는 걸 결국 비참하게도 실패하고 말았다. “딘, 제발 좀 천천히 걸어가! 너도 내가 너 못 따라잡는 거 알잖아!”

딘이 갑자기 멈춰 서는 바람에 이쪽도 멈춰 섰다. 그는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그럴 수 없었다. 이런 공공장소에서 캐스가 자신의 아픈 다리로 뛰어오게 만들다니, 당황스러웠다. 그는 그곳에 서서 붉어진 얼굴로 캐스를 기다렸다. 카스티엘이 거리를 좁힌 후 숨을 고르는 동안 딘은 여전히 화가 나있었다.

마침내 캐스는 그를 올려다봤고 진지한 눈빛으로 조용히 말했다. “그런 거 아니란 말야.”

“캐스.” 딘은 ‘나 갖고 놀 생각 하지도 마’의 경고성 어조로 말했다. “네가 내가 동정심 갖지 않고도 400달러나 내줄 수 있는 좋은 이유 하나만 대봐.”

“난 너 없이 여행 가기 싫어. 걔네들은- 걔네들이 날 괴롭힐 거라고.” 카스티엘은 부끄러운 듯 시선을 돌렸다. “게다가, 너 없인 어쨌든 어딜 가도 재밌을 리 없잖아. 혼자 가봐야 뭐가 재미있겠어.”

딘은 주춤했다. 젠장, 어쩜 이렇게 자신의 마음을 아프게 만드는지. 오직 캐스와 샘만이 그들의 강아지 눈빛으로 딘을 그들 앞에 무릎 꿇게 만들 수 있었다. 이건 공평하지 않았다. 딘은 캐스가 그를 위해 지불해준 이유가 반쯤은 동정심과 그 혼자만 가지 않는 걸 바라지 않아서란 걸 알고 있었다. 허나 그는 또한 캐스가 말한 게 나머지 반에 들어간다는 것도 역시 알고 있었다.

그는 정말로 여행을 가고 싶었다. 그는 요즘 내내 그 외엔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았고, 딘의 절망감은 커져만 갔다. 카스티엘은 애늙은이 괴짜나 마찬가지였다. 천재이기도 하고. 그가 가장 좋아하는 주제는 언제나 사회와 역사공부에 대한 것이었다. 이 여행은 그 같이 정치학 분야를 좋아하고 모스 포인트 같은 시궁창에 박혀있는 똑똑한 아이에겐 더 없이 적합한 기회일 것이다. 허나 방어를 해줄 딘이 없인, 루비나 안셈 등이 이 여행을 망칠 게 뻔했다. 그랬기에, 딘은 그의 자존심을 굽히느냐 아니면 카스티엘의 제안을 거절하느냐 하는 두 고민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었다.

“난 단지- 단지 이게 옳은 일처럼 느껴지지 않아서 그래. 데콘이 날 위해 돈을 대주다니 말이야.” 딘은 말을 얼버무렸다.

“그런 거 아냐.” 카스티엘이 주장했다. “그건 내가 낸 돈이야. 정말로.”

딘은 의심스럽게 눈썹을 들어올렸다. “400달러가 어디서 났는데, 캐스?”

카스티엘은 아무 말 없이 그저 입술만을 지그시 깨물고는 겁먹은 표정을 지었다.

“캐스?” 딘이 으르렁거렸다.

“내 통장에서 꺼내왔어, 이제 됐어? 그게 무슨 큰일이라고.”

“젠장, 캐스, 그건 네 대학을 위한 돈이잖아!” 딘이 소리쳤다.

“나도 알아. 하지만 통장엔 아직도 돈이 많이 남아 있는데다가 데콘과 앨런이 매년 내 생일과 크리스마스 때마다 돈을 주는걸. 그리고 너도 알다시피, 할아버지가 내게 많은 유산을 남겨주셨고 내가 18살이 되면 가게도 팔 수 있단 말야!” 카스티엘이 대답했다. “대학을 위한 돈은 차고 넘칠 정도로 많아. 고작 400달러일 뿐이잖아, 딘. 제발, 이러지 마!”

딘은 시선을 피했다. 카스티엘의 말이 맞았다. 2년 전에 죽은 맥스는 카스티엘 앞으로 많은 것을 남겨놓았다. 모든 유산의 반은 애나를 돌보기 위해 쓰이고 있었고, 나머지 반은 캐스의 몫이었다. 말인 즉, 그는 대학을 위해 돈을 지불할 만한 능력이 있었고, 때가 오면 좋은 삶을 시작하기 위해서도 충분한 돈이 있었다. 그 땐 지금의 400달러보다도 많이 들 게 확실했다.

허나 이건 원칙의 문제였다! 이 돈은 캐스의 미래를 위해서만 쓰여야 했다. 딘이 그 무엇보다도 원하는 게 바로 캐스가 좋은 미래를 영유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모스 포인트를 떠날 계획을 세워 놨다. 캐스는 자신이 원하는 대학이라면 어디든 갈 수 있을 정도로 똑똑했다. 둘은 아파트를 구해서 캐스가 학교를 다니는 동안 딘은 일을 할 것이다... 뭐, 그리고 나서 둘은 죽을 때까지 행복하게 살면 되는 일이었다. 이 거지같은 마을에서 벗어나 딘의 주정뱅이 아버지와 캐스의 미친 어머니를 피해서 말이다. 그들은 더 이상 마을 내에서 ‘절름발이’나 ‘가난한 아이’로 취급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저 자신 그대로인 채로, 그들은 함께 살게 될 터였다.

딘이 더 어렸을 때, 그의 유일한 꿈은 샘이 충분할 만큼 성장해서 더 이상 그를 필요로 하지 않을 때 그의 아버지로부터 도망치는 것이었다. 이제 그의 꿈은 캐스와 함께 도망치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렇다고 해서 캐스가 생활을 책임져야 한다는 뜻은 절대로 아니었다. 딘은 한 사람의 남자였고, 모든 것은 그가 책임질 수 있었다.

“돈은 못 받겠어, 캐스.” 딘은 중얼거리고는 뒤돌아섰다. “비즐리 선생님께 가서 다시 되찾아와. 나 못 간다고 말하고.”

뒤에서 캐스가 실망한 듯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카스티엘은 커브 길에 털썩 주저앉아선 말했다. “좋아, 그럼 나도 안 갈래.”

딘은 휙 뒤로 돌아서선 즉답했다. “아니, 넌 가야 돼. 굳이 나랑 같이 갈 필요 없잖아, 캐스. 그냥 그 개자식들을 무시해버리면 된다고. 척이나 선생님 곁에 붙어있어. 그럼 괜찮을 거야.”

“싫어.” 카스티엘은 팔짱을 끼곤 입술을 삐죽였다. “너 없인 안 갈 거야.”

젠장, 미치겠군!  딘은 생각했다. 카스티엘은 꽤나 정직한 편이어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딘을 조종하려 들진 않았다. 그리고 젠장 맞게도, 캐스는 딘을 너무나 잘 알았다.

“캐스, 넌-”

“싫어.”

“하지만 너 정말로 가고 싶어 했잖아. 이제 와서 이러면-”

“싫어.”

“좋아!” 딘은 낙담해선 소리쳤다. “좋다고! 하지만 그냥 공짜로 받진 않을 거야. 난... 너를 위해서 뭔가 해주던지 할게.”

“정말?” 캐스의 눈이 희망으로 반짝이기 시작했다. 딘을 설득하는데 성공해서 그가 자신을 위하여 일하게끔 만들었단 데서 오는 게 아닌, 그저 딘이 같이 가기로 한 것에 너무도 안도해서 그런 것이었다. 딘이 그냥 같이 가기로 했을 뿐인데도 저렇게 즐거워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따듯해지고 자부심이 솟는 기분이었다. 오직 캐스만이 딘에게 이런 감정을 선사해줄 수 있었다.

“그래, 그래.” 딘은 어깨를 으쓱이며 쿨하게 굴려고 했다. “널 도와서 데콘의 오래된 머스탱을 고쳐도 좋고. 널 위해서 페달을 달아줄 수도 있을 거야. 데콘이 말하길 그 머스탱 너 가져도 된다고 했으니까, 맞지?”

카스티엘은 자리에서 일어나 흥분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딘은 캐스가 자신만의 차를 원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첫 번째 운전 연습만이 그가 할 수 있었던 전부였다. 데콘이 오래된 자신의 머스탱을 선뜻 주기까지 했지만 말이다. 그의 첫 번째 운전 연습은 처참하게 실패하고 말았는데, 페달을 능숙하게 밟을 수가 없어서 나무를 들이박을 뻔했기 때문이었다. 그 이후로 그는 다시 도전하길 두려워하고 있었다. 허나 머스탱은 그다지 나쁘지 않은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렌치와 분무기만 있으면 차를 깨끗이 청소하고 녹슨 곳을 좀 조정한 후에 약간의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캐스는 아픈 다리로도 운전할 수 있을 터였다. 문제 해결!

“좋아, 알았어. 나 아르바이트 끝난 후에 같이 가서 보자. 그리고 나서-”

“안녕, 얘애애애애애애애들아.” 루비가 자신의 똘마니들을 이끌고 껑충 뛰어오면서 그들을 불렀다. 고맙게도 덩치만 큰 안셈은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은 그녀를 추종하는 여자애들이었다. 그 중엔 새로 온 똘마니인, 증오해 마지않는 작은 금발머리의 맥 마스터도 있었다. 싸잡아서 지옥에나 가라지... 루비는 왜 화기애애한 순간마다 와서 방해질인 거지?

“이번엔 또 뭐야, 루비?” 딘이 그녀를 향해 코웃음을 쳤다.

“난 그냥 네 핸디캡 있는 남자친구가 널 위해 여행비를 대준 게 얼마나 멋진 일인지 말해주고 싶어서 말이지.” 루비는 환하게 거짓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놀고 있네. 두 단어... 아니면 세 단어만이 그녀가 그들을 부를 수 있는 전부였다. 캐스는 절름발이, 딘은 가난한 아이, 그리고 둘 다 조금의 노력도 들이지 않고 호모라고 불렀다.

딘은 흘끗 캐스를 보았다. 캐스는 ‘남자친구’란 단어에 약간 충격을 받은 것처럼 보였다. 그들의 관계는 아직까진 비밀이었고 그건 그들이 마을을 떠날 때까지도 마찬가지일 것이었다. 딘이 아직 때가 아니라고 캐스에게 지적했었고, 다시 한 번 말하겠지만, 이곳의 사람들이 그걸 알아채는 건 그리 안전한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딘은 루비가 하는 게 단지 추측에 불과할 뿐이란 걸 알고 있었다. 그들이 실제로 사귀고 있단 증거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는 어떠한 모욕이라도 이 작고 사악한 마녀를 위해 해줄 준비가 되어있었다.

그렇다면야, 딘은 이 게임에 참여해주기로 했다. “이봐, 루비. 네가 귀찮게 굴 풋볼선수가 어디 있을 텐데 왜 여기 와서 이러고 있어?”

루비는 눈을 가늘게 떴고 딘은 자신만이 그녀의 목표가 됐단 걸 알았다. 잘 됐군, 캐스보다야 자신이 목표가 되는 게 나았다. “백인 쓰레기, 너야말로 일할 시간 아니니? 듣자 하니 네 아버지 또 해고됐다던데. 네가 일 안 하면 누가 이번 주 식비를 대주겠어? 아니면... 너 이김에 고아원에라도 가기로 결심한 거야?”

사람들이 주변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젠장. 그녀가 매번, 매번 딘이 있는 곳을 알아내는 게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딘은 아마 평생토록 그 방법을 알아내지 못할 터였다. 그녀는 밤에 자리에 누워서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괴롭힐 수 있을지 리스트라도 작성하는 게 분명했다. 만약 그녀가 자신의 가족사에 대해 그토록 잘 알지 못했다면, 딘은 그저 그녀의 등 뒤에다 대고 정곡을 찌르는 말 몇 마디만 해주고 말았을 것이다. 허나 최근의 딘은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샘이 어떻게 될지에 대해 너무도 걱정스러웠다. 그의 공포는 점점 더 표면으로 드러나고 있었고, 제대로 생각하는 것을, 그리고 제대로 반응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있었다.

그는 붉어진 얼굴로 그곳에 서서 그녀가 내던진 비꼬는 말을 무시하기 위해 애를 썼다. 그 때 카스티엘이 그의 옆으로 나섰고 그는 무척이나 놀랐다. 그는 자신의 본능적인 시선으로 눈치를 챘다. 캐스가 앞으로 나서서 그녀와 얼굴을 마주했고, 그는 자신의 가슴을 매만졌다. 잠시나마, 딘은 그에게 뭔 일이 생겼나 싶어 두려웠다. 그리고 그는 캐스가 무엇을 만지고 있는 것인지를 깨달았다. 그건 별이었다. 딘은 때때로 캐스가 셔츠 뒤쪽에다가 그걸 꽂아 놓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두렵거나 초조할 때마다, 혹은 약간의 용기가 필요할 때마다, 캐스는 그걸 만지고는 했다.

그 다음 일어난 일은, 무척이나 비현실적이었다. 지금까지 괴롭힌 쪽은 루비뿐이었지, 캐스는 한 마디 대꾸도 안 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단지 똑바로 서서 시선을 주며 대답하길 거부했다. 대답함으로써 그녀에게 만족감을 주려 들지 않았다. 카스티엘은 언제나 가장 안전한 방법을 고려했고 적어도 약간의 품위를 유지한 채 벗어날 수 있었다. 그는 말하는 데는 그리 소질이 없었고 때문에 루비가 하는 말들은 그를 멍청하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이제, 갑작스레 뭔가가 바뀌었다. 딘의 가슴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루비가 딘을 모욕한 것 때문에 마침내 카스티엘이 앞으로 나섰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번엔 자신의 안위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딘을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루비 왁스필드.” 카스티엘은 모든 군중이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크게 말했다. 매우 진지한 목소리였고 그 순간만큼은, 캐스가 다 큰 어른으로 보였다. “너도 알겠지만, 나쁜 일은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어. 그리고 언젠가, 그건 너에게도 일어날 거야. 언젠가는, 사람들이 너를 보면서 비웃을 날이 올 거라고.”

“그 누구도 나를 웃음거리로 만들 순 없어.” 루비가 그를 향해 피식 웃었다. “난 가난하지도 않고 절름발이도 아니니까.”

허나 카스티엘은 움찔하지도 뒤로 물러서지도 않았다. 그는 그저 매우 침착하게 대답할 뿐이었다. “곧 알게 될 거야, 루비. 결국... 모두들 한 번씩은 겪게 될 테니까.”

그의 말엔 자신감이 실려 있었고 그의 눈은 지혜로 가득 차있었다. 이 모든 것들이 루비로 하여금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캐스가 그녀를 이겼어. 딘은 생각했다. 캐스가 빌어먹을 정도로 훌륭하게 그녀를 이겼다고. 이제 루비는 그다지 자신감 있어 보이지도 않았다. 심지어는 조금 초조해보이기까지 했다.

카스티엘은 돌아섰고 그들로부터 멀어지면서 꼿꼿하게 고개를 들었다. 뒤에 남겨진 루비는 불편한 듯 꼼지락거렸고 그녀의 똘마니들은 그녀를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딘은 씩 웃고는 캐스를 따라 거리를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7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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