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6일 화요일

[딘/카스티엘] 카스티엘의 별 (07/17)


제목: Castiel's Star
작가: blackdoggy1
역자: meia (http://cafe.naver.com/mishacollins/4361)
페어링: 딘/카스티엘
등급: PG-13
주의: AU

1편  6편



현재

캐스가 얼마나 어려운 시간들을 보냈는지 알고 나자, 딘은 그 밤 내내 뒤척이면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20년 전 길 위에 홀로 있던 작은 소년, 그리고 어제 분노에 찬 동시에 슬퍼 보이는 표정으로 자신의 뒤에 서있던 이의 모습들이 그의 꿈을 점령했다. 다음날 아침 뼛속 깊은 고통을 느끼며 잠에서 깨어난 그는, 자신이 먼저 해야 할 일의 순위를 바꿔야겠다고 결심했다.

캐스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웠다. 그의 오래된 보호본능이 되살아나기 때문이었다. 정작 괴로운 사람은 캐스일 텐데, 어떻게 그런 그에게 구원받고자 돌아올 수 있었을까? 지금이야말로 자신의 필요나 감정은 제쳐두고 캐스를 도와줄 방법을 모색할 때였다. 자신이 사랑했던 이들을 위해 했던 일이 바로 이런 거니까. 자기 자신의 욕구는 뒤로 미뤄두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걸 들어주는 것. 비록 그 과정 속에서 많은 걸 잃게 된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걸 가르쳐준 이는 카스티엘이었다.

짧은 샤워와 아침식사 후, 딘은 샘에게 캐스를 보러 간다고 말했다. 우울하면서도 동정어린 시선이 뒤따라왔지만 딘은 그것을 명백히 무시하곤 문으로 향했다. 전 애인을 다시 만나러 간다고 해서 마냥 불안해하기만 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당장 주어진 일에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그를 도울 방법을 찾고, 실제로 실천하는 일. 카스티엘은 아마도 딘의 도움을 원하지 않겠지만, 딘은 무엇을 희생하고서라도 그들 사이에 쳐진 벽을 무너뜨릴 방법을 찾겠다고 결심한 후였다.

부두에 도착한 건 9시 15분이었고, 자리에 앉아 밖으로 나갈 용기를 내는 데만 10분이 걸렸다. 몇 번 깊게 숨을 들이쉬고 나서야 딘은 입구로 걸어가서 문을 열 수 있었다. 이틀 전 그대로 보존되어있던 자신의 방에 들어섰을 때처럼 즉시 회상에 빠지고 말았다. 상품들만 제외한다면 가게 자체는 별로 바뀐 게 없었다. 20년이란 세월이 흘렀는데도 여전하다니. 그러나 이건 별로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 맥스는 생전 이곳을 잘 돌보고 보존했었으니까. 그리고 카스티엘 역시, 자신이 돌보는 한 사랑해 마지않는 할아버지와의 추억이 깃든 곳이 변하도록 내버려두진 않았을 터였다.

카스티엘은 손님을 상대하느라 바빠 보였고 덕분에 딘은 가게를 둘러볼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구석 쪽에 젠체하는 금발의 잘 차려입은 여자가 보였는데, 메그 마스터였다. 딘은 그녀가 지금도 꽤나 매력적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태도와 관련한 문제는 아직도 고치지 못한 것 같았지만. 그녀는 딘이 알지 못하는 몇몇 친구들에게 뭔가 비밀스럽게 속삭이더니, 갈색 머리카락의 조그만 여성이 다른 아이들과 함께 있던 아이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그녀를 잡아 이끄는 것을 우습다는 듯이 지켜보았다. 그녀는 자신이 구경거리가 되고 있단 걸 분명히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고, 메그와 그녀의 친구들이 이 여성에 대해 떠들어대고 있었단 건 명확해 보였다. 딘은 한숨을 내쉬었다. 무언가는 절대로 바뀌지 않는 법인 모양이었다. 소리 지르기 바쁜 아이를 달래며 메그의 사악한 비웃음을 무시하려 애쓰는 여성을 보고 있자니 딘은 동정심에 마음이 불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정신이 꽤나 팔려있었는지 그녀는 이쪽을 향해 달려오다시피 하다가 딘과 부딪쳤다.

“아, 죄송합니다.” 그녀는 수줍게 중얼거리며 시선을 들었고, 곧 충격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딘? 딘 윈체스터?”

“루비?” 그녀가 누군지 알아채고 나자, 딘의 눈썹은 더할 수 없이 치솟아 올라갔다. 아무래도 뭔가 바뀐 것도 있는 것 같았다. 루비는 완전 엉망진창처럼 보였다. 과거 자신의 그림자라도 된 것처럼, 그리고 30살은 훌쩍 넘은 것처럼 보였다. 무슨 요 몇 년 사이 힘든 일을 무척이나 많이 겪은 사람마냥 말이다. 그녀의 태도역시 싹 바뀌어 있었다. 그녀는 실제로... 친근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딘을 향해 생각에 잠긴 듯 작은 미소를 지어주며 말했다. “네가 다시 돌아온 줄은 몰랐는데. 여기로 이사 온 거니?”

“그게,” 딘은 여전히 충격에 젖은 채 말을 더듬거렸다. 모스 포인트에서 가장 사악하고 뻔뻔하기 그지없던 여자애가 봉제 인형을 든 채 상냥한 말을 던지는 사람으로 바뀌다니. “아직 잘 모르겠어. 일단은 그냥 와본 거라서.”

“아.” 루비는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루비.” 카스티엘은 고객과의 일이 끝나자 그녀를 불렀다. 딘을 본 것이 분명했지만, 그를 인식하지 못한체했다. 그러나 순간적으로 뭐라 정의내리기 어려운 감정이 그의 눈 속에서 일렁였던 것만은 확실했다. “네 것도 해놨어.”

그녀는 딘에게 한 번 더 미소 지어주었고, 딘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의 아장아장 걷는 아이와 함께 카운터를 향해 걸어갔다. 지갑을 꺼내 지불을 하기 위해 동전을 모으는 것을 보아하니, 카스티엘이 미리 포장해놓은 적은 양의 필수품마저 살 돈이 없는 게 분명했다. 저 구석에서 메그가 다시 한 번 코웃음을 치는 게 들려왔고, 딘은 마땅히 그녀와 같은 감정을 느껴야만 했다. 루비는 그들이 어렸을 적 딘과 캐스의 삶을 충분할 만치 괴롭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허나 딘은 누군가가 몰락한 걸 보며 즐거워하는 타입은 아니었다. 얼마나 나쁜 업보가 그들을 뒤따라오던 간에 말이다.

그런 점에선 카스티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캐스가 메그를 향해 경멸스런 시선을 던지며 가게 반대편까지 들릴 정도로 크게 외치는 것을 보았다. “메그, 네가 찾는 헤르페스(포진) 크림은 아직 안 들어왔으니까, 다음 주에 다시 와야 될 것 같은데.”

그 말에 메그의 친구는 그녀를 보며 입을 딱 벌렸고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메그는 분노로 얼굴이 온통 붉어진 채 그런 그녀를 이끌고 가게 밖으로 나갔다. 우중충한 갈색의 옷을 입은 채 빈 지갑을 들고 서있던 루비는 고맙단 표정으로 카스티엘을 올려다보았다. 눈물이 터지기 일보직전처럼 보였다. “난 충분한, 충분할 만큼의 돈이 없는 것 같아. 몇 개는 다시 두고 올게.”

“괜찮아, 루비.” 카스티엘이 조용히 대답했다. “그냥 가져가.”

그 작은 선행에 그녀는 너무도 고맙다는 미소를 지었고, 카스티엘이 봉지 꾸러미를 카운터 위로 밀어주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곤 딘은 잠시나마 심장이 아려왔다. 카스티엘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미 충분히 당한 그녀를 더 이상 당황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녀는 빈손으로 조심스레 그것을 집어 들곤 자신의 아이를 이끌고 문 쪽으로 향했다. 밖으로 나가기 전, 그녀는 딘에게로 돌아서서 마지막으로 미소를 지어 주었다.

온화한 목소리로 그녀가 말했다. “다시 만나서 반가웠어, 딘.”

그렇게 그녀는 떠났고 딘은 감정들이 복잡하게 엉켜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진심으로 그녀가 안 됐다고 느껴졌다. 몇 년 동안 그녀를 떠올릴 때마다 느껴지는 것이라곤 강한 증오심뿐이었는데, 이젠 그마저도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딘이 무엇으로 그녀에게 복수를 하고 싶어 했든지 간에, 인생 그 자체가 이미 그녀에게 복수를 해준 셈이었다. 완벽하게 몰락하고 겸허해진 것이다. 자신 역시 이러한 감정과 관련이 있을 수 있었다.

돌아서서 둘러보니 이제 가게 안엔 아무도 없었다. 카스티엘은 흘끗흘끗 돌아보다가 다시 초조한 눈빛으로 시선을 돌렸다. 딘을 보았으면서도 그다지 동요하진 않은 것처럼 보였다. 딘이 생각했던 것보단 희망적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편안해 보이는 것도 아니었다.

“음, 쟨 확실히 바뀐 것 같네.” 딘은 냉랭한 분위기를 깨보려고 노력하며 말을 꺼냈다.

카스티엘은 어깨를 으쓱이곤 딘의 시선을 피해 카운터 뒤 진열장으로 돌아섰다. “고난이 좀 있긴 했지.”

딘은 새삼 감명 받았다. 카스티엘이 루비의 처지를 보며 난체 해도 아무도 뭐라 할 사람이 없었다. 모두들 한 번씩은 그녀에 의해 고통을 받은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캐스는 언제나 그랬듯 여전히 좋은 사람이었다. 어떤 일이 닥쳐도 옳은 길만을 선택하는 그런. 카스티엘이 우울증에 걸리고 화를 내고 뭐가 어찌됐다 하더라도, 딘은 그의 이런 점이 변하지 않은 것만은 무척 기뻤다.

이건 그나마 말을 꺼내기에 안전한 주제였다. 데콘에 대해서라면, 딘은 그건 묻어두기로 했다. 겨우 캐스가 입을 열었으니까.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

“음,” 높은 선반 위에 있던 상자를 겨우 꺼내 들면서 캐스가 대답했다. “루비의 부친이 도시의 재산을 횡령했다가 잡혔거든.”

“진짜?”

“응.” 캐스는 고개를 끄덕이곤 딘에게로 돌아섰다. 이건 자신들과는 상관없는 주제였으니 딘과 마주하며 대화를 나누기가 좀 더 쉬웠다. “아주 큰 스캔들이었어. 일이 밝혀지고 체포된 후 그 분은 자살했고, 루비는 좀 엇나가기 시작했지. 안셈 윔즈랑 결혼한 뒤에는 얼마나 구타당했는지 몰라.”

“오.” 딘은 얼굴을 찡그렸다. 아무리 루비라고해도 남자한테 얻어맞아도 되는 건 아니었다. 자신이라면 아내를 구타하는 놈이랑은 절대로 살 수 없을 터였다. 그럼에도 안셈이 그렇게 변했다는 게 별로 놀랍진 않았다. 그는 언제나 덩치만 크고 멍청한 짐승 같은 놈이었으니까.

카스티엘은 한숨을 내쉬고서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그로부터 1년여 후에, 안셈은 카터렛에 있는 술집을 털려다가 살해당했지. 루비는 그때부터 혼자서 아이들을 먹여 살리느라 분주해졌고.”

“그거 거지같네.” 딘은 공감하며 말했다.

“그러게.” 카스티엘은 그를 향해 차갑고 무정한 시선을 보내며 말했다. “어떤 사람들은 남자선택을 잘못하는 모양이야.”

딘은 흠칫했다. 그게 자신을 향하는 거란 건 두말하면 잔소리였다. 이에 대답할 수 있는 방법이라곤 안 하는 게 전부였기에, 딘은 그 가시 도친 말을 무시하곤 아무렇지도 않게 아이스크림 바까지 걸어가서 그들이 처음 만났을 때와 달라진 게 없는 스툴 위에 앉았다.

“너희 어머닌 어떠셔?” 딘이 물었다.

“괜찮아.” 또 다시 주제가 원만한 쪽으로 흐르자, 캐스의 어조도 조금 더 부드러워졌다. 무슨 지뢰밭 같은 대화였다. 그래도 딘은 대화가 이어지고 있단 게 행복했다. 캐스와 조금이라도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까.

“Four Oaks에서 지내는 걸 좋아하고 계시다던데. 좋은 곳이라고 들었어.” 딘이 말했다.

“어떻게 그걸-” 카스티엘은 미간을 조금 찌푸렸다. “아, 맞다, 제스가 말했겠구나. 그래. 어머니께 있어선 좋은 곳이지. 그곳에서 행복해하시고 그곳 사람들도 어머니를 잘 돌봐주니까. 대부분의 경우 내가 누군지 알아보시더라고.”

“뭐, 제시카는 좋은 간호사니까. 내가 들은 바에 의하면 말이야.”

카스티엘도 다가와서 자리에 앉았다. 그가 자신으로부터 두 자리 떨어진 곳에 앉는 것을 보고 딘은 반응하지 않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써야만 했다. 그 옛날 운명적으로 처음 만났던 그 때 앉았던 자리와 똑같은 자리였다.

“제스는 정말 좋은 애야.” 딘의 생각은 짐작도 못하며 카스티엘이 대답했다. 조금 더 분위기가 밝아진 것 같았다. “샘이 제스와 결혼한대?”

딘은 어깨를 으쓱했다. “글쎄, 프로포즈하고 싶다고 하긴 하더라. 그랬으면 좋겠어. 걔네 둘 잘 어울리거든.”

“그렇지.” 캐스는 고개를 끄덕이곤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리고는 어색한 침묵이 맴돌았다. 딘은 카운터의 섹션을 둘러보았고 카스티엘은 창문 너머 지나가는 사람들을 지켜보았다. 캐스가 그것에 몰두하는 사이, 딘은 시선을 살짝 돌려 그를 훔쳐보기 시작했다. 딘이 떠날 때만 해도 어린 얼굴이었던 카스티엘은, 이제 완전히 자란 한 명의 성인이었다. 남자답게 잘 생긴 모습이었고, 그건 아무리 노력해도 언제나 ‘예쁜’축에 속하던 딘과는 달랐다.

눈가의 잔주름이 생기고 있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카스티엘의 얼굴에 자리한 몇 개의 선들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나왔다. 그는 키를 키우기 위해 복잡한 골반 수술을 겨우 거쳤었고(매번 수술을 하고 나서 캐스가 견뎌내야만 했던 고통스런 치료 요법, 잔인한 몇 주. 딘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이제 그는 딘만큼이나 컸다. 그러나 그의 엉덩이는 아직도 온전하진 못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었다. 의사들이 얼마나 노력하던지 간에, 날 때부터 그렇게 되어있던 것을 완전히 고칠 순 없는 법이었다. 그렇다 해도 그는 작고 왜소했던 어린 시절부터 울음과는 거리가 멀었다. 여전히 머리카락은 정리가 되어있지 않았고 - 그리고 그곳엔 그의 눈이 있었다. 언제나 같았다. 크고 사랑스러우며 비밀스러운, 마치 온 세상의 미스테리를 다 그곳에 숨기고 있는 듯이 말이다.

“이봐, 캐스.” 잠시 후 딘이 말을 걸었다.

“응?” 카스티엘은 멍하니 그를 돌아보았다. 어릴 때 그랬던 것처럼, 아직도 넋을 놓는 일이 많은 모양이었다.

“닭 잡으러 다니던 거 기억나?” 딘은 씩 웃었다.

“무슨 닭?”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그가 물었다.

“기억 안 나? 트럭이랑 루퍼스랑 뭐 그런 것도? 너 그 때 닭 잡아서 1달러 벌었었잖아.” 딘은 그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캐스가 고개를 젓자 딘이 덧붙였다. “우리가 만났던 날 있잖아. 우리가 여기에 앉아있는데 데콘이 들어와선 사고가 났다고-”

“아.” 카스티엘이 조용히 대답했다.

캐스가 기억을 못하다니, 딘은 믿을 수가 없었다. 그 날은 자신에게 있어 하나의 큰 이정표나 다름없는데. 자신의 생에 있어 처음이자 진정한, 단 하나의 사랑이 생긴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모스 포인트에 돌아온 지 며칠 만에 벌써 세 번째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캐스가 기억을 못했다는 사실에 마음이 황폐해지는 기분-

“그 날에 대해서 기억나는 거라곤 너뿐이라서.” 카스티엘은 작은 목소리로 그리 말하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캐스.” 딘이 그의 손목을 잡아채며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하지 마. 알겠어?” 카스티엘이 애원했다. “그냥-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잖아. 그냥 내버려둬.”

허나 딘은 그럴 수가 없었다. 이걸 내버려둔다는 건 캐스가 저 혼자 모든 문제를 처리하도록 내버려둔다는 뜻이었다. 그런 적이 없었는데 어떻게. 더 나빠지든 아님 더 좋아지든지 간에, 딘의 등장이 현재 상황에 장애물이 된 건 분명했다. 이게 캐스를 조금 뒤흔들어 놓은 동시에, 어쩌면 데콘의 일이나 그의 마음속에 있는 무언가를 이겨내도록 만들 첫 번째 단계가 될 수도 있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건 이게 전부였지만, 딘은 정확히 어떻게 상황을 변화시켜야 할 진 알 수 없었다. 운명이나 팸, 아니면 그게 뭐든지 간에 그 자신의 이기적인 필요보단 더 중요한 이유가 있어서 자신을 그에게로 보냈을 거라고 믿었다. 단지 캐스가 그럴 마음이 없다고 해서 이걸 도중에 멈춰버릴 순 없는 노릇이었다.

“그냥 나랑 저녁식사 한 번만 해줘!” 딘이 불쑥 말했다.

카스티엘이 미간을 찌푸렸지만 딘은 계속해서 말했다.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얌전하게 굴게. 다툼으로 이어질만한 건 아무것도 안 할 거야. 네가 말하기 싫다면 굳이 얘기할 것도 없어. 우리에 관해서나, 아니면 과거, 데콘... 절대로 널 화나게 만들지 않을 거야. 젠장, 만약 네가 원한다면 난 그냥 조용히 자리에 앉아서-”

카스티엘은 믿지 못하겠다는 듯 픽 웃었다. “네가 조용히 앉아있겠다고? 지구 종말의 날이겠네.”

딘은 미소를 지었다. 카스티엘이 자신을 놀린 것이다. 작고 사소한 일이었지만 이게 바로 시작이었다. “그래, 네가 원하기만 한다면. 제발, 부탁이야, 캐스. 딱 한 번이면 돼. 이것만 부탁할게. 맹세도 할 수 있어.”

카스티엘은 점점 넘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아직도 회의적인 기색이 남아있었다. “난 보통 엘렌이랑 같이 저녁을 먹어. 엘렌은 누군가랑 같이 먹는 걸 좋아하거든. 하지만... 하룻밤쯤 빠진다고 해될 건 없겠지.”

오, 감사합니다 신이시여! 됐다! 딘은 안도감에 젖어 생각했다. 당장에라도 스툴에서 일어나 승리의 함성을 지르고 싶은 걸 겨우 꾹 눌러 참아냈다. 대신 얼굴에 금이 갈 정도로 반짝반짝 빛을 내며 대답했다. “잘 됐네! 무척 잘 됐어. 어디 좋아하는 데라도 있어?”

카스티엘은 아래를 잠시 내려다보다가 어깨만 으쓱였다. “우리 집에 오지 그래. 내가 만들어 볼게.”

“그거 환상인데!” 딘은 소리를 내질렀고 곧 자신의 경박함을 깨달았다. 그러나 신경 쓰이진 않았다. 캐스가 저녁을 만들어준다고 했고, 그건 즉 그가 딘을 그렇게 미워하고 있진 않다는 뜻이었으니까.

“뭔가 너무 대단한 걸 기대하진 마.” 카스티엘이 경고했다. “요리솜씨가 뛰어난 건 아니니까.”

“상관없어.” 딘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도 상관없었다. 망할 놈의 beanie weenies나 먹어야 한다고 해도 조금도 신경 쓰이지 않을 터였다. 중요한 것은, 그들 사이에 마침내 진척이 보인다는 것이었다.

+ beanie weenies : 핫도그 네 개를 조각내서 설탕, 겨자소스, 케첩으로 만든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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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캐스, 캐스 제발. 거기 있어?” 데콘의 집 캐스 방 창문 밖에 자리한 처마 위로 올라서서 딘이 크게 속삭였다. 그는 누군가에게 발각되지 않을 정도의 소리로 창문을 두드렸다. 엘렌이나 데콘이 자신을 보길 바라진 않았다. 적어도 이런 꼴로는.

일이 시작된 건 저녁식사를 막 마친 후였다. 존은 위스키 향을 풍기며 험악한 분위기로 집에 돌아왔고 딘은 일주일 간 워싱턴으로 여행을 가게 됐다고 밝혔다. 다행이도 샘은 앤디의 집에서 밤을 보내기로 했기에, 이 필연적인 싸움을 보지 않아도 되었다.

“웃기는 소리.” 존은 또 다른 술을 찾기 위해 냉장고 속을 뒤지며 코웃음을 쳤다. “일은 어쩌고.”

“루퍼스가 일주일 정도는 빼준다고 했어요.” 딘이 단호하게 말했다. 물러서진 않을 작정이었다. 자신이 그곳에 같이 있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카스티엘이 몸소 보여준 이상, 딘은 정말로 같이 가고 싶었다. 게다가 일주일 동안 존과 떨어져 있는 건 그게 어디든 천국이나 다름없었다.

“그러시겠지. 난 허락 못한다. 우린 돈이 필요해. 네가 그냥 그렇게 홀랑 빠져서 네 원하는 대로 해버리면 이번 달 집세는 어떻게 내라고?”

“다음 주에 두 배로 일하면 되잖아요.” 딘이 분명하게 대답했다. 학교를 빠져서라도 그렇게 할 터였다. 카스티엘과 함께 여기서 벗어날 수 있는데 뭔들 못할까.

존은 손에 술병을 든 채로 돌아서선 의심스럽다는 듯 딘을 응시했다. “여행은 돈이 안 들고? 그건 또 어디서 났는데.”

딘은 팔짱을 끼고선 입을 꾹 다물었다. 엿이나 드시지. 당신이 상관할 바가 아니라고.

존이 가장 싫어하는 게 있다면 바로 무시당하는 거였다. 그는 딘에게로 다가와 얼굴을 바싹 들이댔다. “훔치기라도 한 거냐?”

“아니에요!” 딘이 소리 쳤다.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바른 사람은 아닐지 몰라도 도둑은 아니었다. 존이 만약 잠시라도 정신이 멀쩡할 때가 있었다면, 분명 알았을 터였다.

“거짓말쟁이 녀석.” 존은 투덜거리며 돌아섰다.

그 말에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고 일은 결국 더욱 나쁜 방향으로 흘러갔다. “아뇨, 훔친 적 없어요.” 딘이 으르렁거렸다. “내가 아빠 같은 줄 알아요?”

“너 방금 뭐라고 했어.” 존이 뒤돌아서며 물었다.

“거짓말쟁이는 내가 아니라 아빠라고 했어요. 돈을 대준 건 캐스라고요!” 딘은 말을 내뱉자마자 후회하고 말았다. 돈이 어디서 생겼는지 말하면 안 되는 거였는데. 남자애가 다른 남자애에게 그 만큼의 돈을 준다는 것이 얼마나 이상해보일지 딘은 잘 알고 있었다.

“아-하.” 존은 역겹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럴 줄 알았지.”

“그건 무슨 뜻이에요?”

“너랑 그 절름발이가 필요 이상으로 가깝다는 말이다.” 존이 몸을 가깝게 기울이며 으르렁댔다. “그 녀석 완전 괴짜던데... 네 녀석마저도 물들이려는 것처럼 보인단 말이지.”

딘의 눈이 확 뜨였고 미처 깨닫기도 전에 딘은 모든 힘을 실어 존의 턱을 주먹으로 쳐버렸다. 중심을 잃은 존은 뒤로 넘어갔고 딘은 눈을 크게 뜬 채로 미친 듯 소리쳤다. “괴짜는 당신이겠지! 캐스는 좋은 애라고! 캐스가 당신 같은 줄 알아, 이 이기적이고 쓸모없는 개자식아! 당신이 좋던 싫던 난 캐스와 함께 갈 거야. 빌어먹을 놈의 일... 집세는 당신이 대시지, 아버지! 그게 당신 직업 아니겠어!”

영원히 이러고 있을 수도 있었다. 이제까지 참아왔던 모든 욕지거리들을 쏟아 내면서. 이제까지 모든 분노를 잘 참아왔고 죽을 때까지 그럴 수도 있었는데, 이번에는 존이 너무. 멀리. 나갔다. 말이 끊긴 것은 존이 그 사이 몸을 추스르고 그를 공격해서 방 반대편까지 날려버렸기 때문이었다. 딘은 여러 가지 의미로 놀랐다. 딱 한 번 존이 자신을 때린 적이 있긴 하지만, 보통 다툼이 육체적인 것으로까지 가진 않았던 탓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이번엔 달랐다. 이번엔 육체적인 보복이 뒤따랐고 단순히 때리는 수준에서 끝나지도 않았다. 엄청 심했다. 딘이 기억하는 것이라고는 거실 바닥에 쓰러진 자신을 존이 미친 듯이 구타하는 것뿐이었다.

“캐스.” 딘은 찢어지고 피가 난 입술로 겨우 속삭였다. “제발, 네가 필요해.”

기적적으로 불이 켜지고 카스티엘이 창문 밖을 내다보았다. 눈이 경악에 차선 커다래졌다. 그는 문을 활짝 열어 딘을 안으로 끌어들였고, 둘은 침대 옆 바닥에 앉게 되었다.

“딘.” 숨이 넘어가는 소리가 들려왔고 딘은 어쩌면 그가 조금은 울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딘, 무슨 일이야? 제발, 괜찮다고 말해줘. 괜찮은 거지?”

딘은 자신의 꼴이 엉망이란 걸 알고 있었고 그게 캐스를 두렵게 만들고 있단 것도 알았다. 눈은 멍이 들고 뺨은 멍투성이로 부풀어 오른 데다 입술은 찢어진 채 피가 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남자친구를 당황하게 만들거나 이런 거 하나 남자답게 처리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진 않았기에 그저 투덜거리기만 했다. “난 괜찮아. 아빠하고 또 싸운 것뿐이야.”

카스티엘의 표정에 분노가 서렸다. “이건 그냥 싸운 게 아니잖아, 딘. 넌 구타당한 거라고!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그는 화가 나선 울기 시작했다.

“내가 먼저 때렸는걸.” 카스티엘이 자신의 상처를 주의 깊게 살피는 동안 딘이 털어놓았다.

“상관없어. 그는 어른이잖아. 네 아빠라고. 널 이렇게 상처 입히면 안 된단 말이야.” 카스티엘은 그렇게 주장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데콘에게 가서 말해야겠어.”

“안 돼!” 딘은 경악하며 카스티엘의 팔을 잡아채 다시 자신의 옆에 앉혔다. 카스티엘은 골반 쪽이 뒤틀리는 것에 주춤했고 딘은 신음을 흘렸다. “미안, 미안해... 괜찮아?”

카스티엘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괜찮아. 하지만 딘, 이런 건 데콘에게 말해야 해. 데콘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알 거라고!”

“캐스, 그러지 마.” 딘이 애원했다. “그러면 안 돼. 데콘이 알아내면 우리 아빠는 감옥에 가게 될 거야. 사람들은 샘을 아동 보호소에 보내버릴 거고.”

“하지만, 하지만 딘. 만약 또 이런 일이 생기면 넌-”

“괜찮아.” 딘은 맹렬하게 고개를 저었다. “이번엔 정말로 술에 취했었고 싸움은 내가 먼저 걸었는걸. 실제로는 그러지 못해. 평소엔 날 때리는 일이 별로 없거든. 그리고 샘은 절대로 안 때리니까. 제발, 제발.”

카스티엘은 미간을 찌푸렸다. “잘 모르겠어. 내 생각엔 이러면-”

“사람들은 우리를 보내버릴 거야, 카스티엘. 우리를 아동 보호소에 보낼 거라고. 난 괜찮지만 샘은 아니잖아. 걘 아직 너무 어린걸. 제발... 제발 말하지 말아줘. 샘과 떨어지는 걸 감수할 순 없어. 걘 내가 필요해! 그리고 나도... 나도 걔가 필요하고.” 결국 울음이 터지고야 말았다. 그는 우는 게 싫었다. 설령 카스티엘 앞에서라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날 밤은 너무도 가혹했고 그는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다.

카스티엘은 입술을 깨물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딘의 옆에 앉아 그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졌다. 딘은 몸을 둥글게 말았고 카스티엘은 그를 가까이 끌어당겨 그의 머리를 자신의 가슴에 안았다. 그들은 바닥 위에서 오랫동안 그러고 있었다.

딘이 진정되고 나자 카스티엘은 그에게 확실하게 말했다. “말 안 할게. 그러고 싶지만, 딘. 정말로 네가 걱정되지만... 하지만 네가 원하지 않으니까.”

딘은 고맙다는 듯 미소 지었고 카스티엘은 그를 향해 확고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는 욕실로 가서 타월을 가지고 나왔다. 딘은 침대 반대편에 털썩 주저앉았고 카스티엘은 마치 어미닭처럼 조심스럽게 딘의 얼굴을 닦아주었다.

딘은 변명조로 속삭였다. “너도 알겠지만, 여행은 갈 수가 없게 됐어. 샘과 같이 있어야 될 것 같거든. 일주일 동안 떠나 있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아.”

“나도 알아.” 카스티엘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몇 주간 이번 여행을 그토록 기다려오지 않기라도 했던 것처럼. “우린 안 갈 거야. 별로 중요한 일도 아닌걸.”

카스티엘은 딘을 침대 위로 이끌었고 그의 옆에 누웠다. 서로를 껴안은 채 딘은 카스티엘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었고 캐스는 그의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부드럽게 속삭였다. 둘은 이내 한 이불 아래 잠에 빠져들었다.



+



“캐스? 일어나야할 시간이란다, 얘야. 너 아직도-” 문을 열자 소년 둘이 껴안은 채 침대 위에 누워있는 게 보였고 엘렌은 이에 얼어붙었다.

딘 역시 얼어붙었다. 그녀가 캐스를 부르는 소리에 깨어났고 그녀가 문을 열기 몇 초 전 둘이서 서로를 껴안은 채 이러고 있는 게 어떻게 보일지 깨달은 것이다. 둘이 뭔가 나쁜 짓을 했단 게 아니었다. 그들은 ‘그것’을 하는 것에 대해선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다. 둘 다 너무 어렸고 그런 걸 생각하기엔 지나치게 이른 나이였다. 둘 모두 그 정도는 알고 있었다. 모든 건 순수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카스티엘은 딘을 편안하게 만들어주기 위해 그를 껴안은 것이었고 둘 다 옷을 차려입고 있었으며 그뿐이었다. 그러나 베스트 프렌드와 껴안고 있는 모습이 어떻게 보일지 모를 정도로 딘은 멍청하지 않았다. 그들의 관계는 비밀이었다. 사람들은 그들을 단순히 오랫동안 사귄 평범한 친구 사이 정도로 보았다. 그러나 아무리 오랫동안 사귄 평범한 친구 사이라 해도, 서로를 껴안진 않는 법이었다.

카스티엘은 갑작스레 잠에서 깨어났다. 엘렌이 문가에서 입을 벌린 채 얼어붙어 있는 걸 보곤 패닉상태에 빠졌다. “우리 나쁜 짓 한 거 아니에요! 나쁜 짓 한 거 아니라고요!”

카스티엘이 미친 듯이 변호하자 그제야 엘렌은 정신을 차렸고 더듬거리며 말을 꺼냈다. “그래- 그래, 당연히 그렇겠지, 캐시. 괜찮단다. 난 그저-”

그 때 딘의 얼굴을 본 엘렌은 다시 한 번 말을 잃고 말았다. 그녀는 눈을 크게 뜨며 소리쳤다. “맙소사, 신이시여! 대체 무슨 일이니, 딘?”

오, 신이시여. 딘은 신음소리를 냈다. 이제 데콘이 아는 것도 시간문제였다. 엘렌이 말하지 못하도록 막는 방법은 어디에도 없었다. 말할 게 뻔했다. 그래서 어른들이 아이들과 다른 게 아니겠는가. 자신만의 작은 우주를 계속 지키기 위해서, 아이들은 가끔씩 말할 수 없는 일도 있단 걸 이해한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최대의 이익을’이란 생각만으로 행동할 뿐이었다. 그들의 우주는 자신들의 것과 달랐다. 딘은 산산조각 나며 무너질 터였다.

“엘렌.” 카스티엘은 자리에서 일어나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애썼다. “딘은 그냥... 그냥 넘어졌거나 뭐 그런 것일 뿐이에요.”

“캐시.” 엘렌은 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캐스는 고개를 숙였다. 반은 엘렌과 마주하면서 그녀에게 거짓말을 했단 창피함으로부터, 그리고 나머지 반은 딘의 상황이 곧 알려질 거란 자각으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이제 남은 일이라곤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것뿐이었다. 잠시 후 엘렌이 데콘을 불렀다. “데콘! 어서 이리 와 봐요!”

데콘이 자신의 얼굴에 자리한 폭력의 흔적을 보기 전에, 딘은 창문 밖으로 뛰어내릴까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그래 봤자 별 소용없을 터였다. 카스티엘이 본데다가 엘렌도 이미 본 후였고 그는 또 다시 거짓말을 하진 못할 것이다. 딘은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무슨 일-” 데콘이 방에 들어서며 물었고, 딘의 얼굴을 보곤 그 역시 굳어버렸다. 그들 모두 잠시 동안 침묵에 잠겼다. 데콘과 엘렌은 딘의 얼굴에 난 멍을 보고 있었고 딘과 캐스는 고개를 숙인 채 곧 터져 나올 추궁을 기다리고 있었다.

“캐스, 엘렌. 잠시만 나가 있어줘.”

딘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것 보라지.

엘렌은 고개를 끄덕이곤 문밖으로 향했다. 허나 캐스는 자신의 자리에서 조금도 움직일 줄 몰랐다. “캐스?”

“딘과 떨어지지 않을 거예요.” 카스티엘이 말했고 데콘은 눈썹을 들어올렸다. 그는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카스티엘이 그에게 있어 정말로 정말로 중요한 일이 아니면 이렇게 고집스럽게 굴지 않는단 걸 알고 있었기에 그냥 내버려두었다.

“너희 아버지가 이랬니?” 데콘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물었다.

딘은 어깨를 으쓱였다. 데콘은 그것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언제, 어젯밤?”

딱 한 번의 끄덕임을 끝으로 데콘은 카스티엘에게 시선을 주었다. “날 깨웠어야지, 캐스. 이건 심각한 문제란다.”

카스티엘은 말없이 얼굴을 붉힌 채 아래만 내려다보았다. 딘은 그를 보호하기 위해 나섰다. “캐스의 잘못이 아니에요, 데콘. 캐스는 말하려고 했어요. 제발 말하게 해달라고 했다고요. 하지만 내가 그러지 못하게 했어요.”

데콘은 슬픈 낙담이 서린 표정으로 딘을 보았다. “왜 그랬니? 왜 너희 아버지를 그냥 내버려두길 바라는 거지, 딘?”

카스티엘이 작은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사람들이 샘을 데려갈까 봐서요.” 그리고 나서 그는 크게 뜬 강아지 눈으로 데콘에게 애원했다. “제발,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하지 말아줘요, 데콘. 샘을 아동 보호소에 보낼 순 없어요!”

“전엔 이러신 적이 없어요, 정말로요.” 딘이 맞장구를 쳤다. “그리고 내가 먼저 쳤다고요, 알겠어요? 내가 먼저 쳤다니까요!”

데콘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상관없는 일이야, 딘. 그는 성인이고 자신의 아들을 폭행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젠장! 내가 뭘 어쩔 수 있겠니?”

“내가 먼저 쳤다고요! 그냥 저를 소년원에 넣거나 아님-” 딘이 말을 시작했지만 카스티엘이 분노에 차선 고개를 저었다.

“안 돼, 딘-”

딘은 그를 무시하곤 계속 말을 이었다. “아버지는 샘에겐 소리를 지른 적도 없어요. 샘은 그냥 내버려뒀다고요. 싸움이 시작된 건 온전히 내 잘못이에요. 내가 먼저 쳤으니까요. 난 소년원에 가고 샘은 집에 남아있음 될 거예요.” 별로 집 같지도 않은 곳이었지만, 실제로 존은 단 한 번도 샘을 상대로 그런 적은 없었다. 딘은 자신이 목표가 되도록 했다. 자신은 어쨌든 완고한 쪽이었으니까. 딘의 부재 속에서 그들이 보호소에 가야 된다고 해도, 샘이라면 존과 있어도 안전할 터였다. 자신의 어린 남동생을 위해서라면 딘은 소년원에 몇 달 정도 가있는 것쯤이야 아무래도 좋았다.

“안 돼!” 카스티엘은 날카롭게 외치곤 데콘의 팔을 잡았다. “그러면- 그러면 안 돼요. 데콘, 그러면 안 된다고요. 딘이 소년원에 가거나 샘이 보호소에 가거나 아니면, 아니면- 제발. 제발 부탁드릴게요!” 카스티엘은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고 데콘과 딘은 그런 캐스의 히스테릭한 모습에 둘 다 충격을 받았다. 그는 보통 차분하고 조용한 아이였기에, 이렇게나 난리를 치니 무척이나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리 놀랄 만한 일도 아닐지 모를 일이었다. 낯선 사람에게 보내질지도 모른다는 위협적인 상황이 캐스에게도 몇 번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때마다 구해준 사람은 데콘이었다.

데콘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곤 대답했다. “좋다, 너희 둘 다 진정해라, 알겠지? 이것에 대해 생각 좀 해보고 네 아버지와 대화 좀 나눠봐야겠다, 이 정도는 이해하지? 그 후에 대책을 세워보도록 하마.”

딘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만이 기대할 수 있는 최고의 결과였다. 적어도 단지 존을 감옥에 가두고 자신들을 보내버리는 대신에 뭔가 도울 방법을 생각하겠다고 하지 않는가. 카스티엘은 너무나 안도한 나머지 거의 주저앉아버릴 것처럼 보였다.

“샘은 어딨니?”

“주말 동안 앤디네 집에 보내놨어요.” 딘이 대답했다.

“그거 잘 됐구나. 그 동안 이 일을 해결할 시간을 좀 벌 수 있겠지.” 데콘이 중얼거렸다. 그는 여전히 존이 저지른 짓 때문에 화가 나고 동요해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딘은 어렴풋하게나마 데콘이 타협점을 찾아줄 거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누군가 문제를 해결하는데 탁월하다면, 그 사람이 바로 데콘이었으니까. 그는 방에서 나가기 전에 딘을 돌아보며 말했다. “내가 어떻게 할지 알아볼 동안 넌 여기에 있으렴, 알겠지?”

딘은 그 외엔 용납하지 않겠다는 눈빛을 보곤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데콘은 그들을 뒤로 한 채 나갔고 카스티엘은 그대로 선 채 딘을 향해 미안하다는 뜻으로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괜찮아, 캐스. 이건 네 잘못이 아닌걸.”

카스티엘은 딘에게로 다가와서 그의 옆에 앉았다. “무서워?”

“응.” 딘은 마지못해 인정했다. 오직 캐스 앞에서만 이런 감정을 인정할 수 있었다.

“데콘이 잘 해결할 거야.” 캐스는 자신감에 차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도 그럴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 딘이 속삭였다. “그의 손을 벗어난 일일 수도 있잖아. 혹시나, 혹시나-” 지난밤처럼 다시금 숨이 막혀오는 것에 딘은 말끝을 흐렸다. 왜 자신의 아빠는 그렇게나 개자식인 걸까? 누가 이딴 세상에 태어나고 싶다고 했나. 존의 인생이 개 같은 게 자신의 잘못은 아니지 않은가. 그건 내 잘못이 아니었다고!“

카스티엘은 그의 다리를 만지작거리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옷장으로 절뚝절뚝 다가갔다. 딘은 그가 그 앞에서 뭔가를 하다가 다시 침대로 돌아와 자신의 옆에 앉는 것을 지켜보았다. 모든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캐스는 자신이 상으로 받은 것을 천천히 내밀었다. 보안관의 별이었다.

“네가 이걸 갖고 있어줬음 좋겠어.”

“안 돼, 캐스.” 딘은 고개를 저었다. 카스티엘이 이걸 자신에게 주려고 하다니, 이건 단순히 물건을 주는 것 이상의 의미였다. 딘은 이게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캐스가 어떻게 해서 이걸 얻었는지 잘 알고 있었다. “난 이걸 받을 수 없어. 이건 네 거야.”

내거였지. 그리고 이제 너에게 주는 거고.” 캐스는 자신의 헝클어진 작은 머리를 끄덕였다. “네가 무서울 때마다 이게 도움이 될 거야. 정말로. 이거 정말 효과 있거든.”

“하, 하지만 캐스, 너, 이건 너에게 가장 중요한 거잖아!” 딘이 외쳤다.

“아니.” 캐스는 그렇게 말하곤 딘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가슴 아플 정도의 애정이 깃든 시선이었다. “너야말로 나에게 가장 중요한걸.”

딘은 처음엔 캐스를 응시하다가 뱃지를 내려다보곤 다시 캐스를 보았다. 여태까지 그 누구도, 그 누구도 캐스처럼 그를 사랑해준 적이 없었다. 그의 아버지는 그를 신경도 쓰지 않았고, 샘은 세상이 어떤 곳인지 알기에도 너무 어린 존재였다. 대부분의 경우 딘은 완벽하게 혼자이고 희망이 없는 것처럼 느꼈었다... 카스티엘과 함께 할 때만 빼고 말이다. 딘은 자신의 남자친구 역시 똑같이 느꼈단 걸 알았다. 그래서 딘에게 자신의 별을 내준 것일 테니까.

딘은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카스티엘의 손에서 별을 집어 들었고 그것을 꾹 쥐었다. 단지 자신을 안심시키기 위해 캐스가 얼마나 큰 것을 내준 것인지 깨달아버렸다. 그는 몸을 앞으로 기울였고, 카스티엘의 목을 어루만지며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키스를 나누었다.


8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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