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4일 수요일

[딘/카스티엘] 카스티엘의 별 (09/17)


제목: Castiel's Star
작가: blackdoggy1
역자: meia (http://cafe.naver.com/mishacollins/4646)
페어링: 딘/카스티엘
등급: PG-13
주의: AU

1편  8편




현재

술에 취한 채로 그 자리에서 서서, 딘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 좋을까 생각했다. 술에 취한 채로 운전하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겠지만, 아무래도 떠나야 할 것 같기도 했다. 잠시 이에 대해 생각하던 그는 결국 캐스를 따라 비틀비틀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나마 확실한 것은 캐스가 화가 난 상태이며 그게 어느 정도는 딘의 잘못이란 것이었다. 딘은 카스티엘의 방으로 추정되는 곳까지 터벅터벅 걸어가선 조용히 문을 두드렸다.

“캐스.” 거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제발, 캐시. 문 좀 열어봐.” 이마를 문에 대고 호소해봤지만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무시당했거나 아니면 술에 취해서 방을 잘못 찾은 것일 수도 있었다. 문 너머로 뭔가 들리는 게 있을까 귀를 기울여 보았다. 들리는 건 없었다.

망할.

딘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침대 위에 캐스가 누워있는 게 보였다. “어이, 캐스?”

대답이 없자 그제야 캐스가 정신을 잃었단 걸 알 수 있었다. 한숨을 내쉬며 방안으로 들어와 캐스를 부드럽게 흔들었다. 카스티엘은 그저 뭔가를 중얼거리더니 잠결에 몸만 뒤척일 뿐이었다. 딘은 더 대화를 나누려던 생각을 포기해버렸다. 뭐, 적어도 떠나진 않았으니까. 만약 지금 떠난다면 이 일은 둘 사이를 더 틀어놓을 것이고 안 그래도 둘은 이미 틀어질 대로 틀어진 사이였다. 여기 남아서 아침에 해결하는 게 나을 터였다. 게다가 캐스는 화가 났고 술에 취해 정신이 없는 상태였다. 이런 상태의 그를 혼자 놔두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었다.

딘은 신발을 벗고 캐스의 옆으로 올라갔다. 캐스와 얼굴을 마주하고 누워, 한 쪽 팔을 느슨하게 그의 엉덩이 위로 걸쳤다. 그저 자신이 여기에 있다는 걸 알도록, 그래서 혼자가 아님을 알 수 있게. 다시 한 번 캐스가 뭔가를 중얼거렸고 딘은 손을 뻗어 캐스의 눈가를 가린 머리카락을 넘겨주었다. 잠을 자는 와중에도 긴장과 걱정이 깃든 표정에 딘은 캐스가 악몽을 꾸고 있음을 알았다. 카스티엘이 편안히 잘 수 있도록, 안은 팔에 힘을 주며 좀 더 가까이 몸을 붙였다.

한 밤 중, 카스티엘은 공포에 질려 잠에서 깨어났다. 그의 눈은 크게 뜨였고 입은 소리를 질러댔다. “안 돼!”

“나 여기 있어.” 딘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그를 더욱 가까이 끌어안았다. “바로 여기에. 괜찮아, 캐스. 다시 자도록 해. 넌 안전해.”

캐스는 잠에 취한 눈으로 그를 향해 눈을 몇 번 깜박이더니 혼란스런 목소리로 물었다. “딘?”

“그래, 나야. 넌 이제 안전해. 다시 자도록 해봐.” 딘은 그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매만지며 말했다.

딘이 바싹 다가오자 카스티엘은 안도하기 시작했다. 딘은 카스티엘의 심장박동이 느려지고 그의 숨결이 자신의 목덜미에 닿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종내 둘은 다시 잠속으로 빠져들었다.



+



아침 7시 쯤 방안으로 새어든 햇빛에 딘은 잠에서 깨어났다. 자신이 어디에 있고 머리는 왜 이렇게 아픈 건지 기억해 내기까진 시간이 좀 걸렸다. 기억해내고 나자 자신이 혼자란 것을 깨달았다. 카스티엘이 없던 것이다. 그는 신발을 신고 캐스를 찾아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캐스는 부엌 테이블 앞에 앉아 팔에 머리를 기대고 있었다. 처음에 딘은 그가 잠에 든 거라고 생각했다.

“와인은 마실 만한 게 못돼.” 잠시 후 카스티엘이 신음을 흘리며 말했다.

딘은 쿡쿡 웃었다. “그렇지. 토하기라도 했어?” 카스티엘은 팔에 대고 고개를 끄덕였고 딘이 말을 덧붙였다. “넌 술이 그리 센 편은 아니었지.”

“그러게.” 캐스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고는 겨우 자리에서 일어나 눈을 비비적거렸다. 피곤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딘과 시선을 마주치지 않으며 그가 말했다. “있지, 만약 내가 어젯밤에 뭔가 이상한 말이나 행동이라도 했다면 미안해.”

“기억 안 나?” 딘은 미간을 찌푸렸다. 캐스가 그 정도로 취한 줄은 몰랐는데.

“기억나.” 카스티엘이 투덜거렸다. “그래서 사과하는 거잖아. 그렇지만 나- 이에 대해선 얘기하고 싶지 않아.”

딘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언행에 당황해서 애매한 사과를 하는 걸로 이에 대해 언급하길 피하는 것 같았다. “괜찮아. 우리 둘 다 너무 취했었잖아.”

카스티엘은 고개를 끄덕이곤 의자에서 벗어나 커피메이커를 향해 다가갔다. 그는 커피를 따르며 머뭇거리다가 딘을 돌아보지 않으며 중얼거렸다. “어젯밤 옆에 있어준 거 고마워.”

“그 정도야.” 딘은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뭐라고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둘은 딘이 바라는 것처럼 친근한 사이가 아니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카스티엘은 딘을 적대시하진 않았다. 문제는 무엇이 캐스를 그렇게 만들었는지 알 수 없단 거였다. 딘은 너무 앞서 나가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그저 조용히 선 채 캐스가 무어라도 하기를 기다렸다.

“가게 때문에 가봐야겠어.” 카스티엘이 부엌 창문 밖을 내다보며 말했다. 멍해 보이기도 했고, 단순히 딘의 시선을 피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래.” 딘이 대답했다. “나- 내가 가길 원해?”

떠나고 싶지 않았다. 둘 사이엔 무엇도 해결 된 게 없었고 캐스에게 무엇이 그를 우울하게 만드는지 물어볼 기회도 없었다. 어젯밤에 소리를 질러댄 것만 뺀다면 말이다. 딘은 더 이상 그러고 싶지 않았다.

“응, 너도 이만 가봐야지. 나갈 준비나 해야겠다.”

한숨이 나왔다. 분명 카스티엘이 맞았다. 그는 일하러 가봐야 했고 지금은 문제를 해결하기에 좋은 시간도 아니었다. 그래도 상황이 이 모양인데 떠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혹시- 혹시 다시 볼 수 있을까? 오늘 밤에라도?” 딘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카스티엘이 싫다고 할까봐 걱정이 됐다. 어젯밤 상황으로 봐선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별로 좋은 생각 같진 않은데.” 카스티엘이 어깨 너머로 대답했다.

“하지만 어째서, 캐스?” 거의 울다시피 딘이 물었다. “나도 어젯밤이 좀 엉망이었단 건 알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침내 카스티엘이 뒤로 돌아서선 딘과 시선을 마주했다. “왜냐하면, 넌 곧 떠날 테니까. 그리고 계속 이러는 것도 별로고. 대체 뭐하자는 건지 모르겠어.”

“떠날 생각 같은 거 없어!” 딘은 생각도 않고 곧바로 내질렀다.

“정말?” 카스티엘이 비난하는 눈빛으로 단호하게 물었다. “머무를 생각이나 있는 거였어?”

“난-” 딘은 말을 더듬거렸다. “잘 모르겠어. 이제 만족해? 난 이곳 상황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른다고.”

“뭐, 그래서 지금 우리가 여기에 있는 거겠지.” 카스티엘은 코웃음을 치곤 커피를 싱크대 안으로 던져 넣었다. 그는 딘을 지나쳐 위층으로 올라가려 했지만 딘이 그의 팔을 잡아챘다.

“캐스.” 딘이 속삭였다.

“왜 돌아온 거야, 딘?” 카스티엘은 딘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그렇게나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 왜 이제 와서 돌아온 거냐고.”

너 때문이야, 너 때문이라고, 널 위해서 돌아왔어. 머릿속에선 그렇게 말했지만 정작 나온 대답은 다른 것이었다. “말해도 믿지 못할걸.”

“그렇겠지. 내가 널 믿을 이유가 어디 있겠어.” 캐스가 냉소적으로 말했다.

“이건 불공평해!” 딘이 날카롭게 외쳤다. “우리 관계가 그렇게 끝난 게 내 잘못만은 아니잖아! 나만 약속을 깬 게 아니었다고!”

맞는 말이긴 했다. 그러나 몇 번이고 생각하다 보면, 잘못된 선택을 한 쪽은 자신이었다. 자신이 카스티엘을 어찌할 수 없는 위치로 내몬 것이다. 캐스의 선택을 자신이 비난할 권리가 있을까? 아니, 그럴 순 없었다. 그랬다간 세상 제일의 위선자가 되고 말 터였다. 그러나 딘이 떠날 때 카스티엘이 상처를 입은 만큼, 딘 역시 너무나도 아팠다. 허나 지금은 이에 대해 말하기에 적절한 때가 아니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여전히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었으니까. 딘이 해야할 일은 캐스를 돕는 것이었다.

“그냥, 지금 이러진 말자, 알았지?” 딘이 그를 향해 호소했다. “지금 난 여기에 있고 당분간은 떠날 생각도 없어. 난 그저 널 돕고 싶을 뿐이야, 카스티엘. 난 여전히 널 신경 쓰고 있는걸. 언제나 그래왔고, 만약 네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널 돕고 싶어. 제발 내가 널 돕도록 해줘.”

카스티엘의 표정이 조금 부드러워졌다. 단호하던 시선이 사라지자 대신 자리 잡은 건 공포와 흔들림이었다. “네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너 뿐만이 아니라 그 누구라도.”

그 말이 나이프처럼 딘의 심장을 파고들었다. 캐스가 이렇게나 무력하고 상실감을 느끼는 모습을 견디기가 힘들었다.

“나 이만 일하러 가봐야겠어.” 딘의 손에서 팔을 빼내려고 하며 카스티엘이 말했다.

딘은 못내 그를 놔주면서도 고집스레 말했다.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

“딘-” 카스티엘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중에 다시 얘기해.” 딘은 다시 한 번 말했다. 거부는 받아들이지 않겠단 어조였다.

결국 카스티엘은 고개를 끄덕이곤 돌아서서 일할 준비를 하기 위해 위층으로 올라갔다.


+


13년 전

18번째 생일 날 아침, 딘은 거지같은 기분으로 잠에서 깨어났다. 기분은 당연히 좋아야만 했다. 카스티엘이 개인적으로 공부를 봐준 덕에 별 탈 없이 고등학교 과정을 마쳤고 몇 달 내에 제대로 졸업하게 될 터였다. 존이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했지만 예전만큼 심한 건 아니었기에 안심할 수 있었다. 그는 몇 년 전 데콘이 했던 경고를 마음에 새기고 분노를 다스리기 위해 노력했다. 비록 경사스런 날에는 술을 마셔줘야만 했어도 말이다. 그리고 가장 좋은 건, 딘에겐 캐스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카스티엘이 자신을 신경써주고 위해주는데 뭐가 더 필요하겠는가.

그러나 불행하게도, 딘의 최근 문제는 바로 캐스였다. 뭐, 어느 정도는. 진짜 문제는 그와 카스티엘이 졸업하고 나서 이곳을 떠날 계획을 세세하게 세워놨음에도, 딘의 현재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것이었다. 적어도 지금은 불가능했다. 딘은 언제나 샘이 자신을 그토록 필요로 하지 않을 때를 기다렸다. 허나 샘은 중학교 생활에 적응하는데 문제가 있었고 그 나이 또래 애들에 비해 체구도 작았다. 마치 카스티엘처럼 말이다. 덕분에 애들에게 놀림도 많이 받았다. 게다가 새미는 딘이 그 나이 때 그랬던 것처럼 자주적이지도 못했다. 아마 딘이 그를 너무 감싸주어서 그런 모양이었다. 존이 아버지 노릇을 못하니 딘이 대신 그 역할을 해주었고, 때문에 샘의 성장속도도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새미는 이제 13살이었지만, 딘이 그랬던 것과 같은 13살은 아니었다. 샘은 아직도 딘을 필요로 했다.

말인즉슨, 캐스는 딘 없이 대학을 가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들이 계획했던 대로 자신들만의 집을 갖는 대신, 다음 몇 년 동안 서로를 방문해가며 연락을 하고 편지나 보내야 하는 것이다. 캐스와 떨어져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딘은 마음이 무척 아팠다. 캐스가 그곳에서 만나 어울릴 남자들을 생각하면 질투마저 들었다. 만약 그놈들이 뭔 짓이라도 한다면? 만약 그 놈의 명문대에서 머리 좋고 세련된 어떤 놈이 캐스를 차지하려 든다면? 게다가 이 망할 놈의 마을에서 캐스 없이 버텨야 한다고 생각하니 딘은 당장에라도 토하고 싶어졌다. 그러나 어쩔 수가 없었다. 샘은 그를 필요로 했다. 젠장, 심지어는 존마저도 그를 필요로 했다. 존은 아직도 재정적인 문제를 겪고 있었고 딘의 그를 향한 분노는 동정 비슷한 것으로 바뀐 지 오래였다. 그는 자신의 가족을 돌봐야만 했다. 이건 의무였다.

그래서 딘은 졸업 후 공장에서 일을 하기로 했다. 루퍼스는 언제나 자신에게 잘 해줬기에 딘은 그곳을 떠나기 싫었지만, 공장이 돈을 더 많이 주는데다가 이건 풀타임이었다. 때문에 딘은 루퍼스에게 이에 대해 알렸고 루퍼스는 군말없이 받아들였다. 그는 딘을 비난하긴 커녕 그의 상황을 이해해주었다. 그 후 딘은 존에게 집에 남아 돈을 대주겠다고 했다. 존은 진심으로 기뻐보였고 좀 놀랍게도, 순전히 돈 때문만은 아닌 듯 했다. 딘이 없으면 안 될 것처럼 그는 딘이 주변에 있길 바라는 것 같았다. 아마도 틀린 생각은 아닐 터였다. 샘에게도 이에 대해서 말해주자 샘은 기쁨에 차서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니, 카스티엘(그리고 마을의 모든 학생들)이 대학을 가기 위해 준비하는 동안 자신은 빌어먹을 공장에서 일이나 해야 한다고 해도, 딘은 모든 게 계획대로 흘러간다고 여겼다. 카스티엘만 뺀다면 말이다. 카스티엘은 가능한 오래 숨겨왔지만, 졸업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흥분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이미 Ole Miss와 가까운 곳의 아파트를 찾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비껴가게 할 방법은 수두룩했다. 딘은 오늘 그에게 말해야만 했다. 이 때문에 기분이 엿같은 상태로 깨어난 것이었다. 오늘이 힘든 날이 될 건 분명해 보였다.

“안녕.” 딘이 등굣길 머스탱에 오르자 카스티엘이 인사했다. 다른 애들, 심지어는 또래의 애들까지 아직도 캐스를 무시한다 해도, 캐스는 지난 몇 달간 선샤인 모드인 채 미소로 응대했다. 조금만 있으면 끝인 걸 아는 탓이었다. 대학에서라면 이처럼 작은 마을에서 편협하게 무리 짓고 사는 사람들과는 다른 사람들과 새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곳에는 그와 같은 사람들이 많을 터였다. 핸디캡이 있고, 게이고, 뭐 그런 것들 말이다. 중요한 건, 더 이상 타깃이 되진 않을 거란 거였다. 카스티엘은 그저 가지각색의 신입생 중 한명인 것이다. 비록 계획대로 그곳에서 캐스를 볼 순 없을지라도, 딘은 그 사실이 기뻤다.

“안녕.” 마음속 혼란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쓰며 딘이 조용히 말했다.

“시험 준비는 많이 했어?” 카스티엘이 커브를 돌면서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응시했다.

“어, 그럼.” 안 돼! 젠장! 그놈의 멍청한 영어시험을 잊고 있었다니!  어젯밤 내내 오늘 캐스에게 어떻게 말해야 되나 고민하느라 공부 따윈 까맣게 잊고 있었다. 오, 될 대로 되라지. 성적이 나쁜 편도 아닌데 그깟 시험 하나 망친다고 어떻게 될까. 이게 다 캐스가 도와준 덕이었지만.

“이번 주말엔 우리 둘이 카터렛에 가보는 게 좋을 듯해. 거기 가서-”

“캐스, 말할 게 있어!” 딘은 생각도 않고 부지불식간에 내뱉었다.

캐스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뭐? 뭔데 그래?”

딘은 패닉상태가 되었다. 아직 말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나중에, 좀 더 나중에. 오늘 밤에 말하면 되겠지. 허나 캐스의 눈을 보고 있자니 지금 말하지 않으면 안 되겠단 생각이 들었다. 캐스가 대학을 위해 떠나버리고... 모든게 엉망진창이 되기 전에.

“일단 Beauford 공원에 가서 얘기하자.” 딘은 직접적인 대답을 피하며 그렇게 말했다.

“뭐?” 캐스는 미간을 좁히며 고개를 저었다. “딘, 그랬다간 우리 지각-”

“빼먹으면 되지!” 딘이 주장했다. “오늘 하루만 빼자고, 알았지?”

“난 별로-” 카스티엘이 불만스러운 듯 말했다. “너도 내가 결석 싫어하는 거 알잖아. 게다가 오늘은 시험도 있고!”

“나중에 보상해줄게, 그럼 되잖아.” 딘이 우는 소리를 냈다. “캐스, 제발. 이번 한 번만 부탁해.”

대답하는 대신, 카스티엘은 차를 갓길에 대고 세웠다. 딘을 돌아보는 그의 얼굴은 걱정으로 가득했다. “너희 아버지 때문인 거야?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뭐? 아냐! 난 그저 잠깐 동안이라도 너와 나 둘만 있었음 하는 거라고. 얘기해줄 게 있다니까. 중요한 얘기야!”

카스티엘은 확신이 안 서는지 얼굴을 찡그렸지만, 딘이 심각하고 절박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에 고개를 끄덕이곤 Beauford 공원으로 차를 몰았다.

10분 후 그들은 한적한 공원에 도착했다. 주와 주 사이의, 나무들이 우거져있는 공원이었다. 캐스는 전망대 가까운 곳에 차를 댔다. 그와 딘이 이따금 단 둘만 남고 싶을 때 오곤 하던 곳이었다. 그들의 필요에 꼭 알맞은 곳이기도 했다. 지금에 와서도 공공장소에서 대놓고 ‘데이트’란 것을 할 수 없는 처지니, 자신들의 감정을 숨길 필요가 없는 조용하고 한적한 장소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들의 관계를 아는 사람이 몇몇 있긴 했다. 데콘, 엘렌, 바비, 루퍼스 - 그들의 관계에 대해 알고 있다고 모두가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하이파이브가 동반된 커밍아웃을 한 것도 아니니, 그들은 조용하면서도 미묘한 지지를 보내고 있었다. 새미 역시 알고 있었다. 그들이 키스하는 걸 보고야 만 것이다. 딘은 스스로 척과 앤디에게도 털어놓았다.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였고 딘은 무척이나 안심했다. 존도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인정하지 않는 것 같음에도 불구하고 존은 입을 다물고 있었다. 아마도 데콘에게 찍히고 싶지 않아서인 것 같았다.

그럼에도 그들의 관계는 아직까진 비밀이었다. 솔직히 딘은 누가 알든 말든 별 상관이 없었다. 오늘을 기점으로 딘은 성인이 되었고, 카스티엘도 다음 달엔 성인이 될 터였다. 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자신들의 사랑이 다른 사람들과 뭔 상관이 있단 말인가.

그러나 딘은 엘렌이 했던 말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카스티엘의 사정을 신경 써야 한다는, 누군가 그를 상처 입히려 든다면 캐스가 홀로 방어하진 못할 거란 것을. 그래서 그들은 분위기가 로맨틱해져서 손을 잡고 서로를 바라보며 키스를 나눌 때마다 이곳 전망대를 찾곤 했다. 둘은 많은 시간동안 버거를 먹고 웃으며, 광신도나 못살게 구는 녀석들의 시선을 피해 함께 있는 시간을 즐겼다. 오늘 만큼은 그리 즐겁진 못할 것 같았다. 이제 딘이 행할 배신에 카스티엘이 상처를 입을 건 자명해 보였다. 딘은 자신이 그러고도 견딜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좋아.” 캐스는 딘을 향해 돌아서며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도착했네. 이제 무슨 일인지 말해줄래?”

딘은 잠시 캐스를 바라보았다. 도무지 질문에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이게 카스티엘을 얼마나 상처 입힐지 그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딘 자신도 현실에 붙들려 뒤에 홀로 남겨져야 한다고 생각할 때마다 육체적 고통까지 느껴질 정도로 괴로웠던 것이다. 그들은 거의 8년 가까이 함께 해왔다. 대답하는 대신, 딘은 차에서 내려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캐스는 재빨리 그의 뒤를 따라잡았다. 이제 그는 정말로 걱정스러운 것처럼 보였다. 캐스는 딘의 팔을 잡고 자신 쪽으로 돌리며 높고, 걱정스런 목소리로 물었다. “왜 그러는데 그래?”

“나-” 딘은 말을 꺼냈다가 깊고, 캐스에게까지 들리는 숨을 내뱉었다. 그는 잠시 말을 고르느라 망설이다가 다시 말을 시작했다. “우리가 졸업 후에 어떻게 할지 세웠던 계획 있잖아, 캐스. 근데, 근데 - 내가, 난 샘을 떠날 수가 없어.” 이해를 바라는 기도마냥, 마지막 말은 매우 우울하고 조용하게 튀어나왔다.

카스티엘은 그저 가만히 서서 표정을 읽을 수 없는 얼굴로 오랫동안 딘을 응시했다. 딘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카스티엘의 시선 아래 안절부절못했다. 마침내 카스티엘이 고개를 들어 올리며 조용히 물었다. “그래서, 샘이 조금 더 클 때까지 여기 있고 싶다는 거야?”

그의 말엔 진실함과 상냥함이 한껏 담겨있었다. 딘은 울어버릴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카스티엘은 화를 내지도, 소리를 지르지도 않았다. 그는 딘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곤 모든 걸 이해했다. 어쩌면 그의 미친 모친이 맞았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카스티엘은 정말로 천사였을지도. 딘은 진심으로 부끄러웠다. 카스티엘은 그를 너무도 쉽게 용서해주고 있었다. 자신도 언제나 그러진 못했는데 말이다. 그는 독선적인 성격에 질투심도 많았고 때때로는 정말 멍청이처럼 굴었다. 그러나 캐스는 단 한 번도 그것에 대해 뭐라고 한 적이 없었다. 단 한 번도.

“나도 이러긴 싫어.” 딘이 슬픈 듯 말했다. “그냥 우리가 계획했던 대로 도망갔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난 남아있어야만 해, 캐스. 샘이랑, 심지어는 우리 아버지마저도 나를 필요로 하는걸. 조금만 더 남아있으면 돼. 그 후엔, 우리가 계획했던 대로 하는 거야. 약속할게.”

딘은 카스티엘의 얼굴을 스쳐 지나가는 슬픔과 실망을 보고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죄책감을 느꼈다. 미리 생각을 해뒀어야만 했다. 그들의 계획에 차질이 없도록 만반의 준비를 했어야만 했었다. 허나 모든 일을 예상할 순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캐스는 입술을 꾹 깨물었고 딘은 그가 울지 않기 위해 그러는 걸 거라고 생각했다.

잠시 후 카스티엘은 고개를 숙이곤 체념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음, 우린 그냥... 이걸 이겨내야겠지.”

딘은 그에게로 가까이 다가가 자신보다 작은 소년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괜찮을 거야, 캐스. Ole Miss는 여기에서 별로 멀지도 않은걸. 매 주말마다 찾아갈게. 편지를 쓰거나 연락을 할 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그 스스로도 확신이 서질 않았다. 그가 얼마나 노력을 하든지 간에, 떨어져있는 것은 서로에게 치명적일 게 틀림없었다.

“나도 이게 우리가 약속했던, 우리가 원했던 게 아니란 걸 알아. 하지만 - 하지만 맹세코 어떻게든 돌려놓을 거야, 카스티엘.”

카스티엘은 그저 고개만 끄덕이곤 딘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딘은 한 쪽 손을 편하게 그의 머리 뒤로 두르곤 캐스의 머리 위에 입을 맞췄다. 그들은 오랫동안 그곳에 그러고 서서, 자신들의 상황에 대한 불공평함에 대해 조용히 생각했다. 둘 다 이해했다. 얼마나 가슴이 아프던,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10년 후 딘이 이 일에 대해 떠올렸을 때, 그는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모든 걸 돌려놓을 거라고 다짐했던 그 때의 자신은 얼마나 아이러니했는지. 그러나 그 당시에 그건 무척이나 진지한 일이었고 2달 후에 그들의 계획은 또 다시 완전히 뒤집히고 말았다. 카스티엘은 결국,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다.


1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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