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27일 수요일

[딘/카스티엘] 카스티엘의 별 (11/17)

제목: Castiel's Star
작가: blackdoggy1
등장인물: 딘/카스티엘
등급: PG-13?
주의: AU
작가의 말: 지난 두 챕터에 보내 주신 모든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감사의 뜻으로(또 이제까지 답변에 인색했던 탓에) 드디어 거사를 치르는 부분까지 썼어요! 즐겁게 읽으시길 바랍니다!

1편  10편






13년 전

오 세상에, 드디어. 그들이 침대 위에서 옷을 벗었을 때 딘의 머릿속에 남은 생각은 오직 이것뿐이었다. 그는 캐스에게 마음을 다해 입맞추는 한편 동시에 그애의 좋지 않은 쪽 골반에 체중을 싣지 않으려 노력했다. 기분이 너무 짜릿했다. 하늘을 날 것 같았다. 하지만 도대체 이 다음에는 무얼 해야 하는 거지?

환상 속에서 수없이 이 순간을 맞이했음에도 막상 이제 현실이 되자 딘은 뭘 해야 할지 갈피를 잡기가 힘들었다.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  옷을 벗고 나누는 이 끝내주는 키스에서 끝내주는 나머지 다른 행동으로 넘어가려면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면 어색함이나 쑥스러움 없이 더 농밀한 단계로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을까?

그러던 중에 그는 아래에 깔린 캐스가 허리께에서 꿈지럭거리는 것을 알아챘다. 처음에 그는 캐스가 먼저 나서서 그를 더듬으려고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이 들자 벼락 같은 흥분이 온몸을 훑고 지나갔으나 아래를 내려다본 딘은 캐스가 그를 건드리려고 하는 것이 전혀 아님을 깨달았다. 사실 캐스는 이불을 초조하게 끌어당겨서 몸을 덮으려고 애쓰고 있었는데 딘은 그가 왜 그러는지 이해가-

아.

딘은 몸을 굳혔다. 카스티엘은 아픈 다리를 딘이 보지 못하도록 가리려고 필사적으로 애쓰고 있었다. 딘은 그러고 보니 그가 카스티엘의 다리를 실제로 본 적은 한 번도 없었음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젠장, 그의 앞에서 캐스는 웃통을 벗고 다닌 적조차 없었다. 그만큼 수줍음을 타는 애였다. 말할 것도 없이 다리는 특히나 그가 부끄러워하는 부분일 터였다.

그래서 딘은 카스티엘이 그들 몸 아래에 반쯤 깔린 이불을 잡아빼려고 거푸 애쓰는 동안 잠시 동안 가만히 침묵을 지켰다. 그 소년이 갖은 애를 쓰는 모습을 한동안 지켜본 후에 딘은 팔을 뻗어 그의 손을 붙잡았다. “그러지 마 캐스.”

그가 다시 눈을 들어 카스티엘과 눈을 맞추었을 때, 그 눈빛에서는 일렁이는 불안밖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카스티엘의 눈동자를 깊숙이 들여다보면서 그는 부드럽게 말했다. “안 그래도 돼. 부끄러울 건 아무것도 없어.”

“추하잖아,” 카스티엘이 소곤거렸다. “난 추하단 말이야.”

그의 떨리는 목소리에 가슴이 미어진 딘은 당장 연인을 다독이기에 나섰다. “그렇지 않아. 넌 완벽해. 젠장, 캐스 넌 너무나 완벽하다고.”

캐스는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저었고, 일어나 앉은 딘이 캐스가 가까스로 끌어다 모은 이불 귀퉁이를 걷어 버리자 튕기듯이 몸을 일으켰다. “딘, 하지 마. 제발.”

“난 보고 싶어,” 딘이 카스티엘의 뺨에 코를 비비며 나직하게 말했다. “부탁이니까 그냥 보게 해 줘, 알았지?”

캐스는 잠시 동안 공포에 질려 입을 벌리고 그를 보더니, 머리를 수그리고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딘은 그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는 이불을 치워서 그의 눈앞에서 카스티엘이 완전한 알몸이 되도록 했다. 딘은 드러난 광경에 몹시 놀랐고 한참을 눈여겨보았다. 그는 카스티엘의 다리가 이것보다 좀 더 기형이라거나 뭐 그럴 거라고 예상했었다. 사실 한쪽 다리 전체가 전방을 향하는 대신 안쪽으로 돌아가 있는 것을 제외하면 다리 생김새는 정상이었다. 그러나 그 다리에는 흉터가, 여러 차례의 고통스러운 수술에서 얻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흉터가 있었다. 섬뜩한 모양새는 아니었으나 캐스가 매번 수술을 받은 다음 견뎌야 했던 고통스러운 물리치료를 떠올리게 하는 것들이었다. 딘은 그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몇 주일씩의 기간을 기억했다. 그가 기억하는 것의 대부분은 카스티엘이 얼마만한 통증에 시달리면서도 불평을 입 밖에 내지 않고서 얼마나 품위 있게 치료를 견뎌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그리고 나서 딘의 눈길은 카스티엘의 몸 위를 두루 떠돌았다 - 완벽한 윤곽에 매끄러운 피부에 게다가 우와 - 이 남자는 딘보다도 대물이었다. 그는 정말로 아름다웠고, 만약 완전치 않은 다리가 없었다면 지나치게 완벽한 나머지 마치 대리석으로 깎은 조각처럼 비현실적으로 보였을 것이다. 저 긴장된 근육과 팽팽한 살결을 어루만지고 싶어서 딘은 애가 탔다. 마침내 몸을 타고 올라간 딘의 눈길이 카스티엘의 사랑스러운 얼굴에 닿았다. 그는 여전히 고개를 떨구고 시선을 외면한 채였다. 딘은 다가가 그의 턱을 꾹 찔렀다.

카스티엘이 눈을 들어 시선을 맞추었을 때, 딘은 확신을 선명하게 전하기 위해 얼굴을 손으로 감싸 쥐고 그의 눈 속을 골똘히 들여다보았다. “넌 아름다워. 다리는 ...다리 때문에 여러 가지로 힘들었던 거 알아. 하지만 알잖아 그렇지 않은 너는... 뭐랄까 내 캐스가 아니란 말이야. 나는 네 있는 그대로가 좋으니까 네 불편한 다리도 정말로 좋아해.”

그런 다음 행동으로 보여주기 위해 딘은 손을 떼고는 천천히 몸을 숙였다. 그리고는 카스티엘의 허벅지 흉터 위에 경건하게 입맞춤을 했다. 그러는 동안 카스티엘의 흥분 섞인 억눌린 헐떡임이 들렸다. “딘!”

딘이 올려다보자 그의 남자친구가 경악한 눈으로 찬미라고밖에 부를 수 없는 그의 행동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사랑과 갈망이 딘의 혈관 속에 흘러넘쳤고 그는 일어나서 캐스를 밀어 다시 베개 위에 쓰러뜨렸다. 카스티엘은 저항하지 않았다. 그러기는커녕 그는 마치 인생 전체가 여기 달리기라도 한 양 딘에게 매달리면서 카스티엘 안에 있다고 딘이 짐작한 것 이상의 뜨거움과 거친 정열을 실어 키스했다. 그들은 한참 동안 이것- 쓰다듬고 지분거리고 키스하는 전희밖에는 하지 않았다.

이윽고 캐스가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가져온 게 있다고 딘의 귀에 속삭였을 때 딘은 흥분으로 오싹해졌다. 몇 분의 시간이 서투르게 준비를 갖추고 캐스의 다리를 너무 아프게 하지 않는 옳은 자세를 찾느라 지나갔다. 그런 다음 마침내, 오랜 기다림의 세월 끝에 그들은 사랑을 나누었다.

카스티엘의 안에 가라앉는 순간부터 딘은 전신의 신경 말단이 전부 일어나는 것을 느꼈고, 할 수 있는 생각이라고는 하나뿐이었다. 그래, 바로 이거야. 이렇게 영원하길.

영원은 정확히 17초만에 끝났다. 그건 딘의 빌어먹을 인생을 통틀어 가장 행복한 17초였다.

“오 하느님,” 딘은 시작한 지 일 분도 안 되어 거세게 사정하면서 낮은 신음을 뱉었다. 도저히 어쩔 수 없었다. 캐스의 느낌이 이렇게 좋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게다가 그는 동정이었으니 그래 뭐, 좀 창피하긴 해도 이해할 만했다. 어쨌거나 그런 걱정은 나중으로 미루어도 되었다. 지금 황홀한 안개 속에 둥둥 떠 있는 그가 초점을 맞출 수 있는 것은 오직 캐스캐스캐스캐스캐스가 전부였다.

느리게 이성을 되찾은 그는 아래에서 카스티엘이 안절부절못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딘이 눈을 뜨자 그를 커다랗게 뜬 눈으로 어리벙벙한 듯 올려다보는 카스티엘이 보였다. 어째선지 딘은 이 첫경험은 카스티엘 편에서는 좀 다른 것이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또한 남자친구의 것이 아직 죽지 않고서 인상적인 크기로 딘의 배를 찌르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이거야 안 될 일이지.

딘은 그애가 숨이 차 할 때까지 진하게 키스하면서 그가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전하려고 노력했다. 그런 다음 그는 조심스럽게 캐스의 몸을 입술로 더듬어 내려가기 시작하며 카스티엘의 유두와 가슴과 배를 지나 그것에까지 느릿하게 혀를 놀렸다. 거기에 도달할 때까지 캐스는 가쁜 숨을 쉬었고 딘이 그를 입으로 머금자 헐떡이며 몸을 튕기다 하마터면 침대에서 떨어질 뻔했다. 카스티엘이 가만히 있도록 그의 아프지 않은 쪽 골반을 굳게 누르고서 딘은 일을 계속했다.

다시 한 번 그는 아는 거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분야의 행동을 하고 있는 중이었지만 그 점은 그리 중요한 것 같지 않았다. 남자친구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신음과 흐느낌을 지침이라고 한다면 잘 되고 있었다. 그리고 캐스의 '영원'이 단 14초만에 끝난 덕에, 캐스의 오르가슴이 준비 없이 닥치는 바람에 몸이 부서지도록 기침하면서도 딘은 왠지 모르게 명예를 회복한 기분이 되었다. 그는 이번 교훈을 기억해 두겠다고 다짐했다.

그 후, 남자친구가 호흡을 가다듬는 동안 딘은 카스티엘의 배에 머리를 올려놓고 쉬었다. 캐스는 손을 뻗어 그의 머리를 토닥이기 시작했고 딘은 오늘밤 이대로 여기 있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불행하게도, 그들은 그럴 수 없었다.

그들이 열여덟이고 법적 성인일지는 몰라도 둘 모두 아직은 다른 사람의 규율이 있는 가정에 살고 있었으며 이 나이에 외박을 한다는 건 뭐랄까 불가능한 일이었다. 시간이 조금 더 흐른 뒤 딘은 다시 침대 위를 기어가서 캐스에게 한 번 더 입을 맞추었다. 딘은 커다란 푸른 눈을 뚫어져라 들여다보며 속삭였다.  “정말 사랑해 자기야.”

카스티엘은 졸린 미소로 화답했다. “나도 사랑해.”

“괜찮아?” 이마로 흘러내린 머리칼을 빗어 주며 딘이 물었다.

카스티엘은 만족스런 끄덕임으로 그 질문에 대답하더니 덧붙였다. “네가 밤새 있다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도 마찬가지야,” 딘이 능글맞게 웃었다. “그래도, 조만간 언젠가는.”

“응.”

30분을 더 부둥켜안고 보내고 나자 일어나 옷을 입어야만 할 시간이 되었다. 디컨과 엘렌은 저녁식사에 초대받아 외출했을 뿐이었기에 곧 돌아올 터였다. 딘이 그들이 돌아올 때까지 눌러앉아 있는 것은 현명하지 않았다. 어른들이 그와 캐스가 서로를 보며 죄스러운 듯 바보같은 웃음을 흘리는 모습을 본다면 일은 뻔하게 드러날 터였다. 그리고 오늘 일은 그냥,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은 것이 아니었다. 그들 사이에 있는 다른 모든 것이 그렇듯 이건 또 하나의 비밀이었다. 이건 특별했다. 이건 그들만의 것이었다.

그러나 작별인사를 하기란 힘들었다. 그들은 안전한 시간이 다 지나가도록 늦게까지 딘의 차 옆에서 서로에게 자기 소유라는 듯이 매달려 있었다.

“어 가야 될 것 같다.” 딘이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응,” 캐스가 나직하게 대꾸했다. “그런 것 같다.”

그러더니 몸을 뗀 캐스가 씩 웃었고 딘은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래?”

“우리 연설 연습하는 걸 까맞게 잊고 있었잖아.”

딘은 킬킬거리면서 그의 손을 꽉 쥐었다. “그러게 까맣게 잊어버렸군. 내일 하지 뭐.”

“그러자.” 카스티엘은 동의했지만 곧 확신 없는 그늘이 얼굴에 드리워졌다. “저 말이야…너 아직도 나한테…우리 엄마하고 그 문제로 화났어?”

딘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잠시 동안 곰곰이 생각했다. 마침내 그는 한숨지었다. “아냐 자기야. 괜찮을 거야. 네가 원하는 게 그거라면 그냥 같이 해결하면 되는 거고 그러면 아무 문제 없을 거야.”

“맞아 게다가,” 캐스는 서둘러 지적했다. “우린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그럴 수 있을 거야. 그리고는 샘이 나이를 먹었을 때 우리가 계획했던 대로 함께 떠나서 나도 대학에 갈 수 있을 거고.”

딘은 한쪽 눈썹을 올리고는 퉁명스럽게 물었다. “맹세할 수 있냐?”

“맹세해.” 카스티엘은 엄숙하게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키스하고 밀어를 몇 마디 속삭이고서 딘은 차를 차도로 뺐다. 집으로 운전해 오는 내내 그는 키가 3미터로 커진 듯한 기분이었다. 공식적으로 또 영원히, 캐스는 이제 그의 사람이었다. 그러니 그 녀석이 당장 학교로 가고 싶지 않은들 어떻단 말인가? 그냥... 나중에 얼마든지 갈 수 있는데. 딘과 같이. 이 생각은 오늘밤 이후로는 이제 여름이 끝나도 캐스를 보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자 정말 좋은 계획으로 들리기 시작했다. 애나 문제도 해결될 것이다. 캐스는 이제 나이를 먹었고 스스로를 돌볼 능력이 있으며 언제나처럼 딘도 여기서 그를 보살필 테니까.

그래, 모든 게 좋았다. 사실 좋은 것 이상이었다. 이제 캐스가 모든 면에서 딘에게 속해 있었고 둘이 이 시시한 마을을 떠나는 날이 오면 종내는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니 모든 것은 완벽했다.

…………………………….

현재

딘의 의견을 말하자면 저녁식사 시간은 퍽 순조롭게 흘러갔다. 카스티엘은 아직도 약간 자기 안에 고립된 것 같았지만 적어도 이 남자는 애는 쓰고 있었다. 그는 딘이 그를 위해 해 준 모든 수고에 대해서 순수하게 감동받은 듯했고 딘에게 더 나은 태도로 보답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확연했다. 그들은 캐스의 가게와, 종업원들과,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캐스는 오늘 하루에 대한 몇 가지 토막 소식을 열거하더니 딘의 저녁 메뉴 선택을 칭찬했다. 알고 보니 그 레스토랑은 캐스가 가장 좋아하는 식당이었다. 점수 땄네.

커피를 마시러 서재로 자리를 옮기고 나자 카스티엘은 한결 더 풀어진 기색이었다. 그는 사과의 말을 꺼냈다 - 이번엔 진짜 사과였다.

“어젯밤 그래 버린 건 미안하다….”

“막장으로 굴었다고?” 딘이 능글맞게 웃었다.

카스티엘은 부끄러운 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내가 바보짓을 했지. 그렇지만 일부러 그러려고 했던 건 아니야, 딘. 단지 네 머리를 복잡하게 휘저으려고 널 여기 불렀던 건 아니라고. 난 그저- 요즘 기분이 좀 널을 뛰고 있어서 - 나 자신을 완벽하게 통제하지 못할 때가 있어.”

딘은 마른침을 세게 삼켰다. 문제의 핵심으로 들어갈 기회였다. 다만 신중해야 했다. 그는 부드럽게 물었다. “이 얘기 하고 싶어?”

캐스는 의자에 앉은 채 안절부절못했고 딘은 그가 고민 중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는 숨죽여 결정을 기다렸다. 그러나 그 때 캐스는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저었고 딘은 방금 그들이 두 단계 전으로 되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았다. 좌절스러웠다. 캐스가 그에게 털어놓고 싶어한다는 것이 보였지만, 무슨 이유에선가 그는 자신을 억누르고 있었다. 필시 그가 더 이상 딘에게 의지해도 될지를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건 괜찮았다. 딘은 기다릴 수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그는 캐스에게 다시 그를 신뢰해도 된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데 필요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할 작정이었다- 어린 시절 둘에게 있었던 바로 그 신뢰처럼.

“괜찮아.” 딘이 그를 안심시켰다. “준비가 되었을 때 말해.”

이 말에 그는 의심에 찬 짜증어린 낯빛이 되었다. 카스티엘은 그에게 쏘아붙였다. “무슨 뜻이야? 무슨 망할 정신과 의사 같은 소리를 하는군. 너랑은 전혀 상관없는 일이란 걸 알 텐데!”

“내 뜻은- 난 그냥- 어음,” 딘은 말을 더듬었다.

“미안하다. 이런 말은 말았어야-“ 캐스는 양심의 가책을 받은 표정으로 말허리를 잘랐다. “네- 네게 이런 식으로 쏘아붙일 셈은 아니었어. 어쨌거나 오늘 넌 날 위해 이만큼 한 건데. 내 어디에 문제가 있는 건지 모르겠군.”

“괜찮아, 캐스.” 딘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한테 뭐라고 말해야 할 지 모르는 거잖아. 여기 있는 나한테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도 갈피를 못 잡겠고. 이해해. 내가 마을로 돌아왔다는 게 충격적인 사건이라는 걸 나도 안다고.”

마침내, 카스티엘은 대답하는 동시에 살짝 웃고는 자세에서 약간 긴장을 풀었다. “그랬지.”

“내가, 음,” 딘은 망설이며 물었다. “내가 돌아온 게... 나쁘기만 한 거야?”

그 남자는 잠시 동안 그를 유심히 보았고 그러는 카스티엘의 눈동자 속에서 옛 애정의 자취와 공포가 엉켜 싸우는 것이 딘의 눈에 비쳤다. 카스티엘이 가만히 인정하는 말을 딘이 들었을 무렵엔,  “아니, 나쁘지많은 않아.” 그는 카스티엘이 진심임을 알았다.

딘이 이해하게 된 부분은 그의 갑작스러운 출현은 이미 돌처럼 굳은 캐스의 마음이 한번 더 융기하게 만들었을 따름이라는 점이었다. 그래서 그는 캐스가 무뚝뚝하게 굴어도 그냥 흘려넘기기로 스스로 다짐했다. 그래, 상처받기는 했다. 하지만 캐스 스스로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고 딘은 그를 나쁘게 여길 수 없었다. 그는 일을 더 악화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는 카스티엘에게 진정이 되고 안정이 되는 존재가 되고 싶었다. 쏘아대는 말을 되돌려주는 걸로는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없었다.

“그래서 넌 이제, 어- 요즘 샘이랑 함께 지내니까 즐거워?” 카스티엘은 불쑥 화제를 바꾸었다.

“그래.” 딘은 열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돌아오기 전까지는 내가 얼마나 고 녀석을 그리워했는지 몰랐었어, 알다시피-”

딘은 카스티엘의 눈동자에서 이름모를 감정이 번득이는 것을 보았지만 그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캐스는 고개만 끄덕했고 둘은 몇 분 더 말없이 앉아 있었다. 결국 딘은 더 민감한 주제로 터놓고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캐스, 널 기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아. 맹세해. 하지만 왜 내가 장례식 때 오지 않았는지 설명해도 될까? 네가 그 일로 화가 난 걸 알고 거기에 댈 핑곗거리는 사실 하나도 없지만 괜찮다면 그냥 나 자신에 대해서 설명하고 싶어. “

잠시 눈살을 찌푸리던 카스티엘은 길게 한숨을 내뱉고 말했다. “좋아.”

딘은 마음을 가라앉히느라 일 분을 소요했다. 그는 설명 도중에 무너지고 싶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그렇게 되어 버릴까봐 두려웠다. 딘이 심호흡을 몇 차례 하고 알맞은 단어를 찾는 내내 카스티엘은 참을성 있게 기다려 주었다.

“그러니까,” 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시작했다. “디컨 아저씬 - 뭐랄까 항상 옳은 일만을 행하고 진짜 남자의 용기를 지니고 또 - 글쎄 고결한 분이셨잖아.”

“그래 그러셨지.” 카스티엘이 긍정했고 딘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말하기 힘겨운 부분이 왔다. 그는 수치스러운 자신의 일부분을, 카스티엘이 꿈에도 몰랐으면 싶은 몇 가지를 인정해야만 했다.

“내가 떠난 후에, 음- 뭐 내가 종적을 감춘 사이에 난 그리 좋은 사람으로 살지는 않았어. 난 - 그게 기본적으로,” 딘은 치밀어오르는 것을 꿀꺽 삼켰다. “완전히 쓰레기였지.”

카스티엘은 눈을 가늘게 떴다. “하시만 넌 탈출한 거잖아. 네가 원했던 대로 말이야. ”

“그래 뭐, 그게 내 계획대로 되지 않더라. 마을을 떠난 나는 웅대한 모험이나 뭐 그런 걸 하지는 않았어. 나는 일용직을 전전하면서 이 마을 저 마을을 떠돌았지. 그냥 목숨을 이어가고 사람들을 이용하고... 술을 마시면서.”

“술을 마셨다고?” 카스티엘은 깜짝 놀란 듯했다.

“그랬어,” 딘이 얼굴을 붉혔다. “술을 마셨어. 아버지랑 똑같이. 뭐 똑같지는 않았지. 아버지만큼 나쁘진 않았지만 그렇지만... 뭐... 그래... 난 그냥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망나니였어.”

딘에게는 실망스럽게도 카스티엘은 이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말이지 딘이 무슨 염치로 그에게 배려심을 기대하겠는가. 그래서 그는 불현듯 뒤틀리는 뱃속을 무시하면서 억지로 말을 이었다. “내가 그런 꼴이 된 걸 보셨다면 디컨 아저씬 틀림없이 수치스러워 하셨겠지. 내가 이런 상태인 이상 난 그분의 묘를 찾아뵐 자격이 없는 것만 같았어. 그건 그분의 추억을 모욕하는 것만 같았어. 난 그냥- 가치가 없었으니까. “

“아.”

“그래서 난 나타나기보다는 멀리 떨어져 있는게 더 그분을 존중하는 거라고 생각했던 거지. 적어도 그 땐 그런 기분이었어. 이해할 수 있어?” 딘이 부드럽게 물었다.

“그렇지만,” 속삭이는 카스티엘의 입술이 잘디잘게 떨렸다. “그 때 난 네가 필요했어.”

딘은 턱을 악물었다. 빌어먹을, 이제 뱃속의 뒤틀림은 죄책감과 후회의 쓰나미로 변해 있었다. 토악질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려 애쓰면서 그는 숨막히는 소리로 내뱉었다. “알고 있어 캐스. 정말로 미안해.”

카스티엘은 슬픈 듯 어깨만 으쓱하고는 시선을 다른 곳에 두었다. 그는 생각 속을 떠돌며 착잡하게 말했다. “어차피 네가 정말로 나타나 줄 거라고 생각했던 건 아니었어. 그냥 멍청한 소원이었지. 이젠 상관없어.”

딘은 그 기가 꺾인 표정이 싫었다. 그의 카스티엘은 절대로 꺾이지 않는 사람이었다 - 아무리 상처 입고 악담을 듣고 소외되더라도 - 언제나, 언제나 그는 무언가가 나아질 것이라고 믿으며 노력을 계속했었다. 희망을 잃은 체념이 카스티엘의 얼굴에 떠오르다니 너무도 잘못된 것 같았고, 너무나 어울리지 않았다. 딘은 그게 싫었다.

“네가 상처 받았다면 상관 있는 거야.” 딘은 확고하게 주장했다.

“다른 얘기하면 안 될까?” 카스티엘이 사정했다.

딘은 한숨을 쉬었다. 그들이 문제의 핵심에 들어설 때마다 카스티엘은 밀어내고 또 밀어내고 있었다. 카스티엘의 기분을 조절하며 진도를 나간다는 건 진이 빠지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가 무얼 할 수 있을까? 밀어내는 건 단지 무언가가 하나 더 녹았다는 뜻일 뿐이고 지금까지 일은 잘 되어가는 중이었다.

“물론 되지. 무슨 얘기?”

“모르겠는데. 아무거나.” 카스티엘이 어깨를 으쓱했다. “네가 그동안 살았던 곳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는 건 어떨까.”

그리하여 딘이 한 것은 바로 평화를 유지하는 일이었다. 그는 지저분한 여자애들이나 그가 가졌던 정사 이야기는 송두리째 건너뛰었다. 어쨌거나 그런 건 하나도 중요치 않았다. 오직 카스티엘만이 중요했다. 대신에 그는 그가 보았던 풍경과 그에게 일어났던 몇 가지 웃긴 사건에 초점을 맞추었다. 캐스는 정말로 그 모든 이야기가 상당히 재미있는 듯했다. 결국 그는 주 경계선을 넘어 본 적도 없으니까. 딘이 묘사하는 세상은 그에게는 티비나 영화로 간접체험한 것들을 제외하면 완전히 생소한 것이었다.

시간이 좀 지나자 언제부턴지 모르게 딘은 캐스를 위해 이야기 보따리를 푸는 것을 즐기기 시작했다. 길 위에서 보냈던 시간을 새로운 관점으로 보게 되는 것이 - 인생의 지난 10년이 전적으로 악몽 같은 시간 낭비는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기분 좋았다. 딘의 이야기에 쏠린 캐스의 진지한 관심은 그 남자의 소도시 출신다운 순진함을 부각시켰다. 이는 딘에게 단순했던 옛 시간과, 비록 저 모든 불안 밑에 묻혀 있으나 카스티엘이 소유한 사랑스러운 영혼을 상기시켰다.

딘의 말하기 적당한 이야깃거리가 모두 동난 무렵은 거의 열한시가 가까워서였다. 캐스는 슬슬 졸음이 오는 모양으로 안락의자에 늘어져서 턱을 괴고 딘을 지그시 지켜보고 있었다. 이렇게 긴장을 풀고 게으르게 있는 그의 모습은 딘으로 하여금 침대에서 품에 안긴 그가 잠에 까무룩 떨어지는 모습을 지켜보던 그 많은 밤을 떠올리게 했다. 그에게로 다가가서 입맞추고 싶다는 충동이 사무치게 엄습했다.

그러는 대신 그는 일어서서 퉁명스레 말했다. “늦었어.”

“그래,” 캐스는 고개를 끄덕이고 하품을 하더니 같이 일어나 딘을 거실로 안내했다.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잠시 어색한 기운이 흘렀다. 그들이 문가에 서서 불안정한 눈빛으로 서로를 마주보는 내내 딘의 머릿속에서는 지난 밤 캐스의 제안이 되울리고 있었다.

마침내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진 그는 위험을 감수하기로 결심했다. 무얼 할 셈인지를 확실히 알리기 위해 서서히 몸을 숙인 그는 카스티엘에게 부드럽게 입맞추었다. 혀나 치아나 그런 것과는 거리가 먼 - 전하고자 하는 말만이 가득한 길고 달콤한 키스였다. 이것은 정말로 의사 표시였다-  그가 뭘 원하든 딘은 괜찮다는 사실을 캐스가 알아 주었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그가 몸을 뗐을 때, 카스티엘은 그를 수줍게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는 화가 난 것 같지도 충격받은 것 같지도 않고 그저 무얼 해야 할지가 좀 아득한 듯했다. 그래서 딘은 한번 더 주도권을 쥐고 물었다. “내가 갔으면 좋겠어?”

“내가-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겠어.” 카스티엘이 말을 더듬었다.

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거라고 예상했다. 그래서 그는 부드럽게 대답했다. “그럼 가는 편이 낫겠네.”

그러나 그가 문고리를 잡으러 몸을 돌리자 그는 어깨에 손이 얹히는 것을 느꼈다. 그러더니 캐스는 진지하게 말했다. “아니. 가지 마. 난- 난-“

딘은 몸을 빙글 돌리고는 고개를 기울였다. “괜찮아 캐스. 나보고 뭘 하라고 그냥 말만 해. 어느 쪽이든 괜찮아. 네가 원하는 게 뭐든.”

“여기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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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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