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31일 목요일

[딘/카스티엘] 카스티엘의 별 (03/17)


제목: Castiel's Star
작가: blackdoggy1
역자: meia (http://cafe.naver.com/mishacollins/2399)
페어링: 딘/카스티엘
등급: PG-13
주의: AU

1편  2편



현재

딘은 데콘의 농장이 보이는 절벽으로 운전해가선 집까지 이어지는 들판을 바라보았다. 가슴이 살짝 아려왔다. 보안관이 오늘밤 집으로 돌아오지 않을 거란 것을 아는 탓이었다. 물론 오늘밤만 그런 건 아니겠지만. 샘에게서 데콘이 죽었단 말을 들었던 날, 딘은 밖으로 나가서 미친 듯이 술을 펐다. 그는 딘의 유년시절에서 한결같은 부분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언제나 훌륭하고, 모든 것을 지켜보는 고정불변의 산과 같이 말이다. 그는 오랜 시간동안 딘의 삶속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가 캐스를 처음 만난 날이라거나 그들이 어느 오후에 파커의 집이 타고 있는 걸 공포에 질려 지켜보던 때, 존이 거의 수감될 뻔했던 때와 딘이 샘과 자신이 위탁가정에 맡겨질까 두려워하던 때, 그리고 모든 것의 마지막 밤... 딘이 도망을 쳤을 때도.

이제 그는 죽었고 딘은 그가 해줬던 모든 일들에 대해 감사할 기회를 영영 잃고 말았다. 딘은 자신이 얼마나 그를 사랑하는지 데콘이 알아주길 바랐다. 아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일인 것 마냥 사람들을 읽어낼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당연하게도, 카스티엘 역시 그를 열렬히 우러러보곤 했다. 그래, 데콘은 훌륭한 삶을 살았다. 많은 친구들과 멋진 시간들, 그리고 그를 존경하며 신경 써주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그렇다 하더라도 그의 삶은 너무 짧았고 이 마을, 이 빌어먹을 세계는, 그의 부재로 인해 더욱 황량해지고 말았다.

엘렌에게 방문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 될 게 뻔했다. 딘은 자신이 나타나도 그녀가 별로 반기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게 샘이 아침에 출근할 때까지 기다린 이유였다. 그는 자신의 어린 동생을 충분하리만치 괴롭혔다고 생각했다. 만약 자신이 행방불명되지만 않았다면, 그리고 그 같은 실수들을 저지르지만 않았다면, 샘까지 끌어들이진 않아도 됐을 것이다. 딘은 홀로 맞서기로 했다.

그러나 아직 적절한 때는 아니었다. 기다려야만 했다. 사실 꼭 기다려야 되는 건 아니었지만, 그는 겁쟁이였으므로 그럴 터였다. 적어도 오래된 머스탱이 떠나는 것을 보기 전까지는. 그는 카스티엘이 아직도 저 고물을 타고 다닌다는 게 믿기질 않았다. 딘은 언젠가 자신이 특수한 페달을 설치해서 캐스가 다리를 이용하지 않고도 운전을 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을 기억했다. 또한 자신과 캐스가 차 위에 누워 별을 올려다보며 모스 포인트를 떠나 다신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대화를 나눴던 것도. 그러자 그들이 차 안에서 했던 다른 일들도 연달아 떠올랐다.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고, 그 후 미친 듯이 사랑에 탐닉하며 둘 사이를 그 무엇도 가로막지 못하길 간절히 원했던 그 때의 일들을.

딘의 회상은 농가의 문이 열리고 가족의 형상이 모습을 드러내자 뚝 끊겨버렸다. 이 거리에선 자세하게 볼 수도, 그가 얼마나 변했는지 알 수도 없었다. 딘과 같이 눈 꼬리와 입가의 주름이 생겼는지 뭐 그런 것들 말이다. 그러나 그가 발을 저는 것만큼은 확실하게 보였다. 카스티엘이 걸음을 옮겨 차의 바퀴 뒤쪽까지 나아갔을 때 딘은 목이 매여 왔다. 눈물을 흘리며 카스티엘을 껴안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 더 이상 그럴 권리가 자신에겐 없었다. 그는 겁쟁이처럼 도망쳤고 카스티엘을 이 저주받은 마을에 버려뒀다. 만약 자신에게 어떠한 소망이 있다면... 어떤 것이든지 간에 캐스와 관련된 소망이 있다면, 여유를 갖고 천천히 움직여야만 했다. 그랬기에 딘은 충동을 억누르곤 조용히 앉아, 코트 주머니 속 금속재질의 물건을 엄지손가락으로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카스티엘이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 딘은 언덕을 운전해 내려가 집으로 향했다.



+



18년 전

딘은 교문에서 캐스가 나머지 수업을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 캐스가 영재반의 학생이었기에 언제나 나머지 수업이 있었고, 딘은 항상 그런 그를 기다려주었다. 게다가 새미네 학교도 반시간 뒤에 수업을 마쳤기에 어찌됐든지 간에 딘은 기다려야만 했다. 중학교에서 초등학교까지 길을 가로질러 가서 그를 데려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척 역시 언제나 그와 함께 기다려주었다. 척은 딘이 학교에 처음 온 날 만났던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데다가 엉뚱한 면이 있는 아이였다. 다소 소란스럽고 허풍을 치는 면이 있긴 했지만, 딘이 보기에 그는 진심으로 카스티엘에게 잘 대해주었기에 딘은 군말 않고 척을 받아들였다. 척의 어린 남동생 앤디도 샘과 같은 반에 속했으므로 둘은 그들이 나오길 기다리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 뭐, 가끔씩 딘의 성질을 건드리기도 했지만, 딘은 친구가 많지 않았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를 ‘백인 쓰레기’ 정도로 취급했다. 존은 이사 온 후 약 1년 간 다시 술에 손을 댔고 소문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가난까지 겹치고 나자 딘은 그들의 타깃이 되었다. 그러나 그는 터프한 편이었기에, 이런 것들을 이겨낼 수 있었다. 지난 몇 년 동안 다른 10대 아이들을 눌러버리는 걸로 이를 입증해내기도 했고.

하지만 친구 선택의 폭은 여전히 좁았기에, 대부분의 경우 이 다섯 명만이 무리지어 다녔다. 캐스, 딘, 척, 샘, 그리고 앤디였다. 그들은 모든 일들을 해내곤 했는데, 보통 적은 수의 인원으로 하기엔 어려운 일들이었다. 어른들은 그들을 애정이 담긴 호칭인 ‘딘의 작은 패거리’라고 부르곤 했다. 딘은 이것이 자랑스러웠다. 이건 제법 멋지게 들렸다. 게다가 자신이 리더인 것 같이 느껴졌고, 사실 전적으로 그렇기도 했다.

그러나 딘은 캐스와 단 둘 만일 때를 가장 좋아했다. 몇 달 전 그는 망설이면서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에게 자신이 그에게 빠졌다고 털어놓았다. 카스티엘은 수줍게 자신도 그렇다고 답해주었고, 이 말은 딘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로 만들었다. 그러니 몰래 ‘둘이 같이 다닐 때’는 기본적으로 서로에게 작은 선물을 해주거나 아니면... 손을 잡기도 했다. 둘 다 그 누구에게도 이것을 보여선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샘이나 척에게도 말이다.

둘은 남자애가 다른 남자애에게 반하는 일이 일어날 수 없는 것임을 이해하고 있었다. 적어도 이와 같이 작은 마을에선 말이다. 둘 모두 그런 사람들을 비방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고 때때로는 다른 아이들 앞에서 스스로 그러기도 했다. 음, 카스티엘은 아니었다. 카스티엘은 그들을 그런 식으로 부르지 않았다. 그러나 딘은 그가 정말로 화나기 전에 그런 이들을 비하해서 부르곤 했다. 그 나이 대에 다른 사람들과 달라지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 특히나 이렇게나 작은 공동체에선 더더욱 그랬다. 그래서 둘은 자신들의 어리디 어린 사랑을 비밀로 해두었다. 딘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더 특별해지는 느낌도 들었으니까.

그 순간, 딘은 캐스가 시간이 늦도록 나오지 않는 것이 걱정되었다. 그가 시간을 확인하는 동안 척은 그의 옆에서 자신이 보았던 닌자가 나오는 몇몇 TV쇼와 자신이 어떻게 공인된 닌자를 만났었는지에 대해 떠들어대고 있었다. 어쨌든 딘은 ‘공인된 닌자’란 게 진짜 있기나 할까 싶었지만, 지금 당장은 진짜 있건 말건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 때 그 사람이-” 척이 가라테를 흉내 내면서 재잘거리는데 딘이 끼어들었다.

“이봐, 캐스가 늦는데.”

다른 소년은 말하던 걸 멈추고 미간을 찌푸렸다. “그래?”

그의 말에 대답하기도 전에 길 건너 초등학교에서 종소리가 큰 소리로 울려왔다. 둘은 그쪽을 내다보곤 다시 걱정스런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정말로 늦고 있었다. 카스티엘의 수업은 그레고리 초등학교의 종이 울리기 5분 전에 끝나야만 했다.

“가보자.” 딘이 척의 셔츠를 끌어당기며 말했다. “찾아봐야겠어.”

딘이 앞장서서 그들은 메인 복도를 걸었고, 카스티엘의 영재반으로 통하는 왼쪽의 더 작은 복도로 돌았다. 교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딘은 직감적으로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그를 괴롭히길 좋아하는 다른 아이들을 피해서 카스티엘은 언제나 곧장 딘이 있는 곳으로 왔었던 것이다.

“이런.” 척이 딘의 뒤에서 불길한 어조로 말했다.

딘은 그를 찾기 위해 뒤로 돌아섰다. 복도를 지나 창문을 통해 건물 안쪽에 자리한 작은 안뜰을 내다보았다. 척의 말이 맞았다. 그곳엔 카스티엘이 있었다. 카스티엘은 벽을 등진 채 평소 그를 괴롭히는 아이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었다. 딘은 척을 치다시피 하여 전력질주로 문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둘러싸고 있던 아이 중 한 명을 확 끌어당겨 넘어뜨린 후 카스티엘의 옆에 섰다.

“오, 봐봐. 너의 백인 쓰레기 친구가 널 구해주려고 왔나본데.” 어리고 사악한 검은 머리카락의 소녀가 혀 짧은 소리로 그녀의 패거리들 사이에서 말했다.

“대체 뭐가 또 문제야, 루비?” 딘은 그녀가 자신을 가리킨 말을 무시하며, 화가 난 소리로 낮게 말했다. “왜 자꾸 캐스를 괴롭히는 건데?! 캐스는 너나 그 누구도 괴롭히지 않잖아.”

카스티엘은 언제나 침묵을 지켰다. 그는 단 한 번도 그들의 모욕에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로 인해 그들에게 만족감을 주지도 않았다. 위축되는 법도 없었다. 그는 그저 턱을 꼿꼿이 들고 무시하는 눈빛을 취한 채 말없이 서있을 뿐이었다. 얼마나 많이 모욕을 당하든지 간에 그는 달아나지도 않았다. 그들 중 한 명이 그를 때리거나 때려눕힐 때도 그는 온몸이 더러워진 채 바로 서려고 애를 썼다. 그리고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문제거리가 되는 자신의 다리를 이용해 똑바로 서고는 했다. 불행하게도, 이건 보통 그들을 더 화나게 만들었다.

딘은 훨씬 더 공격적이었다. 존엄성을 지키기 보단, 누군가 그를 화나게 만들면 당장에 그들을 때려눕히거나 그들이 기겁할만한 뭔가를 던져주곤 했다. 그의 갑작스런 등장에 아이들 중 세 명은 이미 문을 향해 달아나버린 후였다. 이제 남은 사람은 이 학교에서 가장 거만한 멍청이인 제이크 탈리(갑자기 자신과 루비가 달아날 구멍을 찾는 것처럼 보이는)와 덩치 큰 바보에 실질적으로는 루비의 정부쯤 되는 안셈 윔즈뿐이었다.

루비는 딘을 향해 불쾌한 코웃음을 날리고는 오만하게 말했다. “우리 엄마가 그랬는데, 날 때부터 이상한 사람들은 그들의 부모가 죄를 저질러서라고 했어.”

“와아, 그럼 넌 원숭이처럼 보이니까 네 부모님은 죄를 무척 많이 지으셨겠네.” 척이 비꼬는 투로 말했다. 이 순간 딘은 척같이 재치 있게 말을 잘 하는 녀석이 자신의 곁에 있는 게 진심으로 기뻤다. 루비는 눈을 크게 뜨곤 있는 힘껏 척을 때리기 시작했다. 카스티엘조차 때리는 소리에 움찔할 정도였다.

척은 곧바로 그녀의 뺨을 때렸다.

“아!” 루비는 숨이 차선 자신의 붉어진 얼굴을 문질렀다. “너희 아버지는 여자애를 때리면 안 된다고 가르쳐주시지도 않았니??!!!!??”

“가르쳐주셨지.” 척은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원숭이에 대해선 말한 적 없으시거든!”

딘은 이 모든 상황이 무척이나 재밌었다. 그러나 안셈이 카스티엘을 바라보는 것이 신경에 거슬렸다. 안셈의 가족들은 신나치주의에 폭력적인 인종차별주의자들이었기에 흑인이나 유대인... 그리고 절름발이도 좋아하지 않았다. 자신들을 유전적으로 약하게 만든다고 믿고 있는 것 같았는데, 그게 뭔 놈의 소리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당연히 안셈도 그와 같이 바보처럼 굴었고, 자신이 카스티엘을 괴롭혀야만 하는지는 생각조차 안 해본 게 분명해 보였다. 정말 그랬다. 그리고 루비도 질릴 정도로 이 일에 몰두했는데, 그 누구보다도 자신이 위에 있길 좋아하는 탓이었다.

딘은 옆으로 조금 움직여서 카스티엘과 안셈 사이에 자리했다. 이제 저 녀석은 카스티엘에게 손을 대려면 자신을 먼저 거쳐야 할 것이다. 여기에 문제가 하나 있긴 했는데, 그건 안셈의 등치가 지나치게 커서 딘을 제치는 일 따위 그리 힘들지도 않을 거란 거였다. 딘은 자신의 베스트프렌드를 위해선 몸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안셈이 캐스에게 손을 댈 게 너무나도 신경 쓰였다. 그가 딘을 쓰러뜨리고 2초 후 그 일이 벌어질 게 분명했기에.

“여기서 뭣들 하는 거니?” 목소리가 천상에서 들려왔다... 아니면 그냥 문 쪽에서라든지. 모두들 화들짝 놀라선 자신들을 내려다보는 모즐리에게로 눈을 돌렸다. “루비 왁스필드. 네가 문제를 일으킨 거니?”

“네? 아니에요, 선생님! 그냥 놀고 있던 거예요!” 루비는 완벽하게 순진한 표정으로 외쳤다. 몇 년간 연습한 게 분명했다. 그러나 모즐리에겐 통하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신이시여.

“아-하.” 교사는 눈썹을 치켜 올렸다. “그럼 차가 데리러 올 때까지 교무실에서 ‘놀고’ 있으면 되겠네.”

“그렇지만, 그렇지만-”

“어서 가렴!”

루비는 고개를 숙이곤 뭔가 불쾌하고도 인종차별적인 말을 중얼거렸지만, 이 흑인 교사는 그녀가 큰 소리로 말한 대답만 들을 수 있었다. “네, 그럴게요.”

“그리고 너희들도. 알아들었지?”

제이크와 안셈은 루비를 따라 교사를 지나쳐 문밖으로 나갔다. 그녀는 매와 같은 눈으로 그들이 복도를 따라 교무실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안뜰로 들어와 딘의 패거리 앞까지 다가왔다.

“카스티엘? 괜찮니?” 그녀는 걱정스레 물었다. 카스티엘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그녀는 그의 반응을 믿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잠시 나와 얘기 좀 하자꾸나.”

“하지만-” 딘이 말을 꺼냈다. 딘은 소위 이 ‘얘기’가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알고 있었고 카스티엘이 이를 얼마나 싫어하는지도 역시 잘 알고 있었다. 해줄 거라고는 판에 박힌 동정밖에 없는데다가 카스티엘이 정말로 못 견디는 한 가지가 있다면 바로 동정 받는 거였다. 그건 코를 맞거나 ‘절름발이’라고 불리는 것보다 더욱 더 그를 상처 입혔다.

그러나 이 교사는 고집이 꽤나 셌기에 딘에게 확고하게 말했다. “너희 둘은 가서 네 동생을 데리고 오렴. 그 후에 캐스와 같이 가도록 하고.”

딘은 좀 더 항의하고 싶었다. 그는 카스티엘을 위해 방과 후에 남을만한 성격은 못됐다. 그러나 소년은 돌아서서 딘에게 가보라고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게다가 샘을 데리고 오긴 해야 했다. 결국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네.”

딘과 캐스는 교사가 카스티엘을 데리고 ‘얘기’를 위해 교실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캐스에겐 정말 엿 같은 일이겠는걸.” 척이 그의 처지에 공감하며 말했다.

“그렇겠지.”



+



현재

“계속 거기에 서있을 거니, 아님 들어올래.” 엘렌이 느릿하게 말했다.

젠장, 들켰다. 그는 그녀를 보면 무슨 말을 꺼내야 할까 고민하며 부주의하게 문 앞에 쭉 서있었고, 문이 열릴 때까진 그녀의 존재를 눈치 채지도 못했다. 천천히 돌아서자, 여전히 무척이나 아름다운 여인이 눈에 들어왔다. 주름살이나 흰머리는 찾아볼 수도 없었다.

“엘렌.”

“딘 윈체스터.” 그녀가 대답했고 둘은 한동안 서로를 살폈다. 딘은 그녀가 자신의 뺨을 때리거나 그와 비슷한 행동을 취하진 않을까 짐작했다. 마침내 그녀는 그 대신 미소를 지었고 두 팔을 활짝 벌렸다. “어서 오렴, 얘야. 안아주겠니.”

딘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부드럽게 안아주었다. 그녀를 보니 정말로 기분이 좋았다. 그렇지만 자신이 데콘을 보러 오지 않았단 사실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그는 뒤로 물러서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미안해요, 내가-”

엘렌은 강직한 여자였다. 그녀는 고개를 저음으로써 그의 말을 자르곤 눈을 찡긋해 보였다. “들어오렴. 커피나 마시면서 대화를 나누자꾸나.”

딘이 그녀를 따라 익숙한 부엌으로 들어서는 동안 그녀가 어깨 너머로 말을 던졌다. “캐스가 그리워서 왔겠지.” 그녀는 몸을 돌려 다 알고 있단 웃음을 지어보였다. “하지만 너도 알고 있을 것 같구나. 캐스가 여기서 떠나기까지 얼마나 오랫동안 저 위에서 기다린 거니?”

딘은 부끄러운 마음에 얼굴을 붉혔다. “전 그저, 어- 전, 전 캐스가 저를 만나고 싶은지 잘 모르겠어서요.”

엘렌은 머그컵을 건네곤 날카롭게 말했다. “얘야, 나도 캐스가 너를 만나고 싶어 하는진 잘 모르겠구나.”

이 말은 딘의 심장을 관통했다. 그는 그게 진실인 건 알았지만, 엘렌으로부터 좀 더 위안이 되는 소식을 들을 수 있을 거라 바랐던 것도 사실이었다. 딘은 고개를 숙이고 엘렌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음, 뭘 기대한 거니, 딘? 10년이나 지났고 넌 전화 한 통, 편지 하나 없었던 것을.”

“편지를 쓰긴 했어요.” 딘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못 보냈지만.”

“그거 참 좋은 소식이구나.” 그녀는 코웃음을 쳤다.

딘은 강아지 같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보낼 수가 없었어요, 엘렌. 난 그저- 우리가 했었던 방식으로는 말이죠. 내가 말했던 것들 있잖아요. 게다가, 난 화가 났었어요. 오랜 시간동안 그에게 화가 나있었죠. 내가 자랄 때까진, 내가 정말로 어른이 될 때까진 말이에요. 후에서야 캐스가 아닌, 내가 나쁜 놈이란 걸 알았어요. 그는 단지 옳은 일을 했던 거고요. 늘 그랬듯이 말이죠. 그리고 내가 제정신을 차린 후엔, 모든 게 돌이킬 수 없게 되어버렸지만요.”

“그래서 그냥 갑자기 돌아오기로 했다 이거니?” 엘렌이 조용히 물었다. 딘은 어깨를 으쓱였지만 엘렌은 납득하지 못했다. “왜 여기에 왔니, 딘? 마을에 돌아온 진짜 이유가 뭐지?”

딘은 깊게 숨을 들이키곤 몸을 바로 세웠다. 그는 확신을 담은 눈으로 그녀의 눈을 보며 대답했다. “카스티엘을 되찾으러 왔어요.”

엘렌은 충격에 눈썹을 들어 올렸고 마치 딘이 미치기라도 한 마냥 그를 바라보았다. 이건 그다지 좋은 신호는 아니었다.



+



18년 전

같이 놀라고 샘을 척과 앤디에게 맡겨둔 후, 딘과 카스티엘은 집으로 향했다. 걸으면서 딘이 물었다. “그래서, 선생님이 뭐라고 했어?”

카스티엘은 한숨을 내쉬었다. “언제나와 같은 말이지, 뭐. 네가 절름발이란 것에 우울해하지 말아라. 너는 다른 애들과 다를 바 없다.”

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게 그들이 언제나 하는 말이었다.

카스티엘은 미간을 찌푸렸다. “웃긴 건, 그들은 꼭 나를 어디론가 도망칠 것 같은 길 잃은 강아지처럼 보면서도 항상 ‘넌 다른 애들과 다르지 않단다’라고 말한다는 거야.”

“캐스.” 딘은 한숨을 내쉬고는 캐스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그들은 그냥 이해를 못할 뿐이야. 친절하게 대하려고 하긴 하지만... 그렇지만, 그냥 이해를 못하는 것뿐이라고.”

이번엔 카스티엘이 한숨을 내쉴 차례였다. “그래.”

딘은 자신이 카스티엘의 기분을 더 나아지게 만들 수 있길 바랐다. 이번 해는 그에게 힘든 나날의 연속이었다. 할아버지는 건강이 악화되었고 모친은 여전히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녀는 천사에게 말을 걸었고 천사를 위해 노래 불렀으며, 어떤 때는 가운 하나만 입고 뒤뜰에서 춤을 추기도 했다. 가운이라도 입은 날은 다행이었지만... 때로는 이웃들과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그녀가 약 먹는 것을 잊지 않으면 그나마 좀 나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녀는 좀비같이 굴었고 무기력했다.

안나는 맥스와 캐스를 뒷바라지해줄 수 없었기에, 캐스가 가장역할을 맡고 셋을 돌봐야만 했다. 식사를 만들고 그의 할아버지를 도와 집안일을 하고 안나가 약을 먹는 것을 확인한 후 맥스에게 알려야만 했다. 맥스나 딘이나 이 상황이 달갑지 않긴 매한가지였지만 선택지가 그리 많진 않았다. 나라에서 캐스를 위탁가정에 보내기라도 한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게 뻔했다. 절충안으로써 데콘과 엘렌, 그리고 몇몇 좋은 친구들이 시간이 될 때마다 확인해주는 수밖에는 없었다.

“어서, 캐스.” 딘이 말했다. “너희 할아버지 보러 가자.”

캐스는 마치 다람쥐의 집처럼 보이는 머리를 흔들고선 대답했다. “의사와의 약속 때문에 바비 아저씨가 할아버지를 노스포크로 데려갔어. 그리고 엄마는 여전히... 이상하고.”

‘이상하다’란 말은 카스티엘이 미쳤다는 말 대신 쓸 수 있는 유일한 말이었다. 딘은 이럴 때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기에, 그저 공감하여 고개를 끄덕이곤 조금 더 강하게 카스티엘의 어깨를 안아줄 따름이었다. 딘은 카스티엘이 집으로 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캐스는 자신의 어머니를 무척 사랑하긴 했지만, 그녀가 이상하게 굴 때마다 힘든 건 사실이었다. 어떻게 대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왜 그래야만 하지? 아직 어린 아이에 불과한데.

“그럼 이제 뭐할까? 샘은 한동안 내버려둬도 괜찮을 거야.”

카스티엘은 고개를 비스듬히 들고는 생각에 잠겼다. “바위 쪽으로 내려가서 뭔가 멋진 게 있나 찾아보자.”

딘은 씨익 웃었다. “그거 멋진데.”

그 후로 얼마동안, 그들은 물가 쪽 바위에서 큰 소리로 떠들어대며 보물찾기에 나섰다. 캐스는 두 개의 25센트짜리 동전과 이상하게 생긴 조개껍데기, 스페인 말로 쓰인 소다 캔을 찾아내서 올라왔고, 딘은 큰 상어이빨과 녹이 슨 하모니카를 찾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주로 노는 장소까지 가서 낮은 나무들로 둘러싸여있는 은신처로 향했다. 서로가 찾은 물건들을 보여주는 동안, 딘은 카스티엘의 가방 너머로 삐죽 나온 쭈글쭈글하고 붉은 색인 종이의 일부분을 발견했다.

“그거 뭐야?” 딘이 그것을 잡기 위해 손을 뻗었으나 그 전에 카스티엘이 재빠르게 낚아챘다.

“아무것도 아냐.” 그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캐스, 제발... 보여줘, 응?” 딘은 자신의 최고 무기인 강아지 눈빛을 내보이며 부탁했다.

카스티엘은 잠시 그런 그를 바라보다가 머뭇머뭇 들고 있던 걸 내밀었다. 딘은 종이를 펼쳤고 그것이 캐스가 영재반에서 쓴 글이란 것을 알아챘다. “이봐, 이거 멋지잖아! 너 A라고!” 딘은 카스티엘이 왜 이에 대해서 난처해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젠장, 딘은 단 한 번도 A를 받은 적이 없었다. 그는 카스티엘의 똑똑한 머리가 자랑스러웠다.

그러나 카스티엘은 어깨를 으쓱이고는 밑으로 시선을 내리며 의미 없이 뭔가를 끼적이기만 할 뿐이었다. 딘은 미간을 찌푸리고는 다시 종이를 보았다. 처음엔 그는 뭐가 문제인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는 내용은 건너뛰고 제목만을 보았다.

“내가 자라면 하고 싶은 것.” 딘은 큰 소리로 그것을 읽었다. “루비가 괴롭힌 이유가 이거였구나?” 딘이 조용히 물었다.

카스티엘은 입술을 깨물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잠시 슬픈 눈빛으로 딘을 보았지만, 곧 자기변명을 위해 말을 꺼냈다. “그렇지만 난 내가 자라서 경찰이 될 거라고는 말하지 않았는걸. 그냥 되고 싶다고만 썼을 뿐이야. 루비는 이걸 문제거리로 삼았지만. 절름발이는 경찰이 될 수 없어, 절름발이는 경찰이 될 수 없다고. 내가 그걸 모르거나, 혹은 꼭 말해줘야 하는 것처럼 말이야.”

딘은 또 다시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 당장 루비의 집으로 달려가 이번엔 자신이 그녀의 뺨을 때리고 싶었다. 왜 그녀는 캐스를 괴롭히는 것에 그렇게 집착하는 걸까. 자신은 이같이 착하고 훌륭한 이를 본적이 없는데. 딘은 그녀를 증오했다. 만약 기회만 생긴다면 정말 죽여 버리고 싶을 정도로.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정말로 그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녀의 아버지가 시의회 의원이고 그녀의 가족이 신보다 더 돈이 많은 걸 감안한다면 말이다.

“그렇지만.” 캐스의 목소리는 조용조용했고 거의 속삭이는 쪽에 가까웠다. 그리고 그의 눈은 말하는 동안 여전히 밑을 향해 있었다. “우리가 뭐가 되고 싶은지에 대해 쓰는 거였는걸.”

딘은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카스티엘은 우울해 보였고 불편한 듯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딘은 뭔가 말하고 싶었지만 잘난 체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진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신이 동정하기를 금지한 것처럼 굴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무얼 해야 할지 알지 못하는 채로, 딘은 본능적으로 몸을 숙여 카스티엘에게 키스했다. 캐스는 놀랐는지 살짝 움찔했고 딘은 그의 눈이 커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딘은 부드럽게 카스티엘의 어깨를 잡고 조금 더 강하게 입을 맞췄다.

5초 정도의 새가 쪼는 듯한, 순수한 키스였다. 그러나 이건 딘의 첫 키스였다. 딘이 잠시 후 뒤로 몸을 물리자, 카스티엘은 환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4편

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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