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8일 일요일

[딘/카스티엘] 카스티엘의 별 (12/17)

제목: Castiel's Star
작가: blackdoggy1
등장인물: 딘/카스티엘
등급: PG-13
주의: AU

1편  11편





현재

딘은 아프도록 두방망이질치는 가슴을 안고서 카스티엘의 뒤를 따라 천천히 어둑어둑한 계단을 올라 침실로 향했다. 카스티엘에게 찬물을 끼얹을까 두려워 너무 기대하는 티를 내지 않으려고 애썼으나 그러기가 힘들었다. 힘들다(hard, 굳어진다)는 것은 유효한 단어가 되고 있었다. 달빛이 비치는 침실로 그들이 들어섰을 즈음엔 발기한 것이 너무 뻣뻣해진 나머지 청바지 솔기에 쓸려 쓰라릴 정도였다. 이건 자신이 제대로 행동한다면 오래 문제가 되지는 않을 터였다. 그때까지는 담백한 태도여야 했다. 술에 의해 누그러지지 않은 카스티엘은 아직도 조금 석연치 않은 기분인 것 같았기에 딘은 그를 몰아세우고 싶지 않았다.

캐스가 침대에 가기 직전에 멈춘 탓에 딘은 하마터면 그를 들이받을 뻔했다. 그리고는 잠시 동안 아무 일도 없었다. 카스티엘이 침대를 바라보고만 있는 내내 딘은 그 자리에 서서 기다렸다.

캐스가 마음을 바꾼 게 아닐까 그가 걱정하기 시작할 무렵 남자는 어깨 너머로 뒤돌아보면서 머뭇머뭇 말했다. “전에 말했듯이, 이러긴 오랜만이야.”

딘은 마른침을 삼키고는 한 걸음 내딛어 카스티엘의 허리를 한 팔로 감싸안는 한편 가벼운 목소리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며 대답했다. “알고 있어. 괜찮아.”

“아니, 정말 오래되었단 얘기야, 딘.” 카스티엘이 속삭였다.

좋잖아, 딘이 생각했다. 그의 캐스가 다른 사람과 함께 했다는 생각은 내키지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건 적절한 대답이 아닐 테니, 대신에 그는 물었다. “얼마나 오래 됐는데?”

“그게,” 카스티엘은 여전히 등을 돌린 채로 열없이 입을 열었다. “삼 년쯤. 아마 좀 더 됐을걸.”

딘은 충격을 받았다. 그래, 캐스가 한 말은 알아들었지만 삼 년이라니? 독수공방으로 삼 년을? 딘이라면 삼 년 동안 상대 없이 지냈다면 필시 죽어버렸을 터였다. “정말이야?”

카스티엘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방어적으로 대답했다. “뭐 여기가 샌프란시스코 같은 그런 데는 아니잖아. 알다시피 아주 작은 도시고- 그런 사람도 많지가- 게다가 아무도 별로 나한테-“

그가 설명을 잇는 사이 딘은 팔에 안긴 그의 몸이 당황으로 긴장하는 것을 느꼈다. “가끔씩 일이 있어서 카터릿에 올라가면 몇 번 거기 있는 클럽에 가 보기도 했는데- 모르겠어. 거기 있는 남자들이란 하나같이 깍듯하고 세련된 데다 뭐랄까- 유행의 첨단을 걷는달까- 아무튼 그렇잖아. 나는 아니고. 난 그냥- 나고 말이야. 그래서 난 섞이지 못했고 관심 가져 주는 사람도 없었고 해서-“

“야,” 딘이 달랬다. “어차피 누가 그런 녀석들이 궁하겠어, 어? 옷을 잘 입니 뭐니 그런 건 다 갖다 버려. 애초에 너는 그 놈들한테는 너무 아깝다고.”

그 때 카스티엘이 마침내 품 안에서 몸을 돌리고 마치 딘의 진실성을 측정하려는 양 가늘게 뜬 눈으로 그를 들여다보았다. 딘은 그 기회를 몸을 숙여서 둘의 입술을 포개는 데 썼다.

그러나 입술을 떼면서 그는 카스티엘이 동요한 목소리로 들릴 듯 말 듯하게 뱉는 말을 들었다.  “그렇다면 왜 -.” 딘은 다시 공격이 올 것에 대비했지만 놀랍게도 캐스는 그냥 입을 다물고는 머리를 흔들었다.

“뭐가?”

“아무것도 아냐.” 카스티엘은 대답하고서는 침대 쪽으로 몸짓하며 억지로 미소를 그렸다. “우리 그냥-“

딘은 입술을 깨물었다. 허리띠 아래에서 계속되고 있는 심한 피부마찰과는 전혀 관계 없는 나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그의 본능이 이 일을 성사시키지 말라고, 모든 것이 더 악화되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라고 속살거렸다. 반면에 그의 심장과 육체는 어서 저질러 버리라고 다시 한 번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 둘이 이겼다. 딘은 그저 두 번 거절을 말할 수가 없었다. 지난 밤의 캐스는 술독에 빠져 있었으니 잠자리를 갖는 건 약점을 틈타는 짓이 될 터였다. 지금은, 카스티엘은 자신이 뭘 하는지 정확히 알고서 침실로 유혹하는 눈빛으로 딘을 기대에 차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 뒤로부터는, 두 번 고민할 시간은 별로 없었다. 캐스는 다시 그에게 키스했고 그들은 옷을 벗었고 모든 조리 있는 생각이 머리에서 달아났다. 거의 십 년만에 하는 행위니 어색해야 마땅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딘의 몸은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 어떻게 모로 눕혀 줘야 캐스가 편한지, 그를 받쳐 줄 베개를 아픈 엉덩이 아래 정확히 어디에 대어야 하는지, 어떤 식으로 섬세하게 애무하고 키스하면 캐스가 좋아하는지, 그리고 그 남자의 몸 구석구석 전부를.

얼마쯤 지나 그에게 삽입하자 딘은 머리가 아찔해지기 시작했다. 그래. 바로 이거야. 이렇게 영원하길.

행위는 영원히 계속되지는 않았으나 아주 오래도록, 딘이 버틸 수 있는 한도까지 이어졌다. 그는 상냥하고 오래 머무는 키스를 카스티엘의 어깨에 목에 남기는 한편 부드럽게 찔러 넣고, 시간을 들여서 다정하게 움직였다. 그는 할 수 있는 한 오래 오르가슴을 참았다. 종국에 사정에 이르렀을 때조차도 그는 이 완벽하고 오래 잊혀졌던 밀애를 끝낼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카스티엘이 절정으로 치닫고 놓아 달라고 욕설을 할 때까지 시간을 끌면서 남자를 느릿하게 사분사분 어루만졌다.

그 후, 느긋하게 모로 누운 딘은 곁에 팔에 턱을 괴고 엎드린 카스티엘의 등을 한 손으로 쓰다듬었다. 그를 찬찬히 눈여겨보면서 딘은 어떻게 자신은 그 모든 세월 동안 그의 캐스 없이 삶을 이어갈 수 있었는지 의문에 잠겼다. 그리도 오랫동안 이 관계의 모든 달콤한 추억을 눌러 둘 수 있었다니 그는 엄청나게 거부에 능한 것이 틀림없었다. 이건 사랑이었고 - 진실된 감정이었다. 한때 그렇게 경솔하게 이 마음을 내버릴 수 있었던 자기 자신이 딘은 믿기지 않았다. 그때 이후로 그는 두 번 다시 이 같은 감정을 경험하지 못했다.

카스티엘이 약하게 기지개를 켜고 낮은 한숨을 뱉었다. 눈은 여전히 감은 채였지만 딘은 그가 깨어났음을 알아볼 수 있었다. 몸을 굽힌 그는 수염자국으로 까칠한 카스티엘의 뺨에 입을 맞추는 한편 속삭였다. “끝내줬어.”

카스티엘은 만족한 듯 살짝 끄덕거릴 뿐 여전히 눈은 뜨지 않았다. 딘은 이보다는 열정적인 동의를 바랐었다. “어이, 괜찮아?”

마침내 카스티엘이 눈을 떴다. 두 눈은 예전에 그들이 사랑을 나눈 후면 그랬듯이 빛이 꺼져 약간 흐릿했다. 그는 만족한 것처럼 보였다, 그랬다... 하지만 예전 같은 꿈꾸는 듯한, 열병에 걸린 눈빛은 없었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그래, 대단히 좋았어. 고마워.”

좋았다고? 좋았다고?!? 임마, 난 그렇게 황홀할 수가 없었는데! 그리고 고맙다니? 씨팔 대체 뭐에 고맙다는 거야? 딘은 속으로 분통을 터뜨렸다. 고맙다는 건 친절을 베풀거나... 아니면... 아니면 서비스를 해 준 사람한테 하는 인사잖아, 맙소사!

불현듯 어젯밤 카스티엘의 말이 메아리처럼 들려 왔다... 닥치고 섹스나 했으면 싶은 걸 수도 있잖아! 그리고 지금 딘은 자신이 일찍이 망설였던 이유를 깨달았다. 그의 뱃속 안쪽에서 줄곧 말하려고 노력했던 게 이거였다.

딘에게 이 행위는 심오하고 특별한 것이었다. 그는 이 일이 둘이 드디어 다시 연결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캐스가 마침내 그의 마음에 응답해 준 것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실제로는 카스티엘은 여전히 망할 놈의 벽 뒤에 숨은 채였고... 딘이 인정하고 싶든 아니든...  카스티엘의 본의였건 아니건... 그는 순전히 딘을 섹스 상대로 이용했을 뿐이었다. 딘은 뺨을 얻어맞기라도 한 듯한 기분이었다.

순식간에 굴욕감이 퍼지며 얼굴이 시뻘겋게 물드는 것이 느껴졌다. 방이 어두워서 이 뚜렷한 창피가 숨겨진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그는 몸을 굴리고는 침대 가에 일어나 앉았다. 그래 캐스는 이 행위도 잔디깎기와 망할 놈의 빨래나 마찬가지로 그를 기운나게 해 주려는 무슨 삼십 분 서비스로 여겼던가 보다. 뭐 좋아. 어쩌면 딘은 이런 취급을 받아 마땅한 건지도 모르지만, 그는 상사병에 걸린 암강아지처럼은 행동하지 않을 것이다. 설령 마음속은 그렇더라도.

바지를 꿰어 입기 시작하는 자세에서 가장할 수 있는 태연함과 품위를 총동원해서 그는 웅얼거렸다. “아무래도 난 돌아가야겠다.”

그는 등뒤에서 카스티엘이 일어나 앉으며 가만히 대답하는 것을 느꼈다. “알았어.”

알았어? 제기랄. 아예 도장을 찍어 주시는군.

정말로 바보 같았다. 이곳에 돌아와서 과거를 그냥 지워버리고 동화처럼 해피엔딩을 맞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니 정말로 바보 같았다. 이제 모든 것은 달라져 있었다. 캐스는 달라져 있었다. 그리고 딘이 여전히 그를 사랑함에도 - 딘이 언제까지나 그를 사랑할 것임에도 - 이 모든 것이 너무 버겁기만 했다. 그의 남은 자존심도 이런 건 받아들일 수 없었다. 다가설 때마다 그는 내쳐질 것이고 그러는 매번 그의 바보 같고 미덥지 못한 심장은 조금씩 더 금이 갈 터였다. 어차피 캐스는 그도 그의 도움도 원하지 않는 듯싶었다. 그렇다면 그러시라지.

딘이 성큼성큼 다니며 옷가지를 모으는 사이 카스티엘은 어둠 속에서 그를 보며 눈을 깜박였다. “무슨 일 있는 거야?” 캐스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어 왔을 때 그는 하마터면 크게 웃을 뻔했다.

딘은 어금니에서 뿌득 소리가 날 정도로 이를 세게 갈면서 아무 대답 않고 셔츠의 단추를 여몄다. 마침내 캐스는 딘이 일어서서 셔츠를 꿰어입고 있는 침대 끝으로 기어왔다. “딘?”

마침내 딘은 억눌린 소리를 간신히 뱉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하길 바라, 캐스?”

“모-“ 그가 아연하게 고개를 젓는 것이 딘의 눈에 비쳤다. “모르겠어. 나는 잘-“

“이해 못하겠다고? 글쎄 너는 씨발 당연히 이해하지 못하겠지. 여기서 갑은 너잖아? 도덕적 우위에 서서 내려다보는 건?” 더 이상은 분노를 가두어 두지 못하게 된 딘이 쏘아붙였다. 품위 따위는 개나 주라지. 화를 쏟아내는 편이 훨씬 기분이 나아. “좋기도 하겠군!”

“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건데?” 카스티엘이 고함을 쳤다.

딘은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입을 딱 벌리고 그를 보았다. “난 그저….난 그저…..우리가 방금 한 게…..”

그리고 이제 그는 병신처럼 말을 더듬고 있었다. 멈춰야 했다. 멈추지 못하면 이 말싸움은 캐스가 이길 텐데, 빌어먹을 섹스파트너처럼 이용당한 마당에는 그는 죽어도 질 수 없었다. 그는 옥죄는 가슴이 허락하는 한 힘껏 심호흡을 했고 가까스로 통제력 비슷한 겉껍데기를 되찾을 수 있었다.

달빛을 받은 카스티엘을 노려보면서 그는 이를 갈며 말했다. “네 신세가 개판인 것 알아. 내 인생이 망한 것도 알아... 그래도 난 우리 사이 일을 바로잡으려고 여태껏 죽어라 힘쓰고 있었잖아 캐스. 네 마음을 좀 풀어 주려고 악착같이 노력하고 있었다고. 난 이제 십 년 전에 한 일 때문에 벌 받는 건 관두련다.”

카스티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딘은 왠지 모르게 그에게 두었던 혐의가 벗겨지는 느낌을 받았다. 캐스 자신조차 깊숙한 내면 어딘가에서는 단지 우울증 때문에 이 일을 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있었던 거라고. 그가 했던 행동의 일부는 보상을 받았다. 그리고 비록 카스티엘이 이전까지는 스스로의 마음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이제 딘이 대놓고 지적을 한 이상 절대 부인할 수는 없었다. 캐스가 이 순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확히 안다는 뜻으로 딘이 날카롭게 고개를 끄덕이자 남자는 눈길을 떨구고 부끄러운 듯 손끝만 응시했다.

그리하여 마침내 딘이 종국에 승리했으나 그는 떠나기 전에 할 말이 하나 더 있었다.

“내가 떠난 건 겁쟁이 같은 짓이었어, 카스티엘. 그리고 내가 그때 그런 말을 했던 건 잔인한 짓이었고. 가능하다면 전부 취소하고 싶어. 하지만 그 때 나는 애새끼에 지나지 않았다고. 오갈 데 없는 애가 겁먹고 성이 나서 저질렀던 실수고 난 거기에 대해서는 전부 사과를 마쳤어. 속죄는 이제 끝이야.”

이 말과 함께 그는 질풍처럼 침실에서 걸어나가 계단을 내려가서 현관문을 빠져나갔다.

……………………..

9년 반 전

“자기야 대단하지 않냐?!?” 기쁨에 찬 아이처럼 눈을 빛내며 딘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러게!” 카스티엘이 온 마음으로 동의했다. “와, 1년을 일찍 졸업하는데 전액 장학금을 받았단 말이야? 내가 말했잖아, 새미 걔는 천재라고.”

“그럼 난 천재 두 명이랑 아는 사이인 건데!” 딘은 싱긋 웃고 카스티엘의 이마에 키스를 떨구어 소년이 얼굴을 붉히게 했다. 둘이서 정자에 얼싸안고 누워 밤하늘을 즐기는 내내 그는 캐스의 어깨에 단단히 팔을 두르고 바싹 끌어당겼다.

“샘이 올해 졸업반이 된다는 게 잘 실감이 안 나는걸. 너무 이상하다. 걔가 막 유치원에 들어갔을 무렵에 우리가 학교로 데려다 줬던 게 기억나는데 말이야.”

“그러게,” 아무것도 할 줄 모르던 포동포동하고 귀여운 새미 아가를 추억하며 딘이 생각에 잠겨 말했다. 자라나서 빌어먹게 거인이 된 그애가 아니라 말이다. 진담이었다. 이 애는 미식축구 라인배커도 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벽돌담도. 그럼에도 그는 엄청나게 좋은 사람으로 자랐다 - 정직하고 반듯하며 건실한 사람으로.

“정말로 자랑스러울 만 해.” 카스티엘이 그의 마음을 읽은 양 미소지었다. 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자랑스러웠다. 그는 샘이 자랑스러웠고 자기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아무도 앗아가지 못할 한 가지 사실은 그가 동생을 혼자 힘으로 꽤나 잘 키워냈고 보아하니 장난 아니게 좋은 열매를 거두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제 샘은 스스로를 돌보고 자기 길을 걸어갈 수 있게 되었다. 그애의 미래는 훌륭할 것이고 곧 딘 또한 고대했던 자신의 미래를 손에 넣을 수 있을 터였다.

“그나저나아,” 딘은 음흉하게 씩 웃고는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려 돌아섰다. “너한테 주려고 가져온 게 있는데.”

“뭔데?” 카스티엘이 의심스럽게 눈썹 하나를 까딱했다. 딘은 능글맞게 웃었다. 조심스럽게 군다고 해서 그를 탓할 수는 절대로 없었다. 딘은 으레 남자친구를 '선물'을 줌으로써 곧잘 놀래곤 했으니까. 하루는 달달하고 로맨틱한 선물로... 그런가 하면 다음은 상당히 야한 선물로. 카스티엘은 야한 선물을 받으면 늘 얼굴이 붉어지곤 했으나, 딘은 그가 그런 선물도 내심은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허나 오늘 밤의 선물은 달달한 것도 포르노도 아니었다. 오늘 밤은 진지한 순간이었다. 딘과 캐스가 미래를 계획할 시간이었다.

딘이 커다란 봉투 더미를 내밀자 카스티엘은 궁금증에 차서 얼굴을 찡그렸다. “이건….대입 안내서잖아?”

“맞았어!” 딘이 킬킬거렸다. “몇 주 걸리긴 했지만 네가 말을 꺼낸 적 있던 대학마다 빼놓지 않고 가까스로 문의를 보낼 수 있었지. 원서도 전부 다 들어 있으니까 이제 넌 대학에 지원할 수 있다고.”

“딘,” 딘이 그를 위해 모아 준 거대한 안내서 더미를 뒤적이면서 카스티엘이 숨찬 듯 말했다.

딘은 서류 무더기를 받아 들어 소풍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그는 몸을 돌려 카스티엘의 손을 꽉 잡았다. “원래 삼 년 전에 진학하게 되어 있었지. 그리고는 넌 딱 1년만이라고 약속했었어. 우린 또 한 번 더 미뤘고 말이야. 하지만 이제 때가 온 거야. 널 묶어 두는 건 이제 아무것도 없어 캐스. 이제 나도 너와 함께 갈 수 있잖냐. 그러니 마음에 드는 곳 어디든지 원서를 넣어서 다가오는 가을엔 가자 - 늘 바랐던 것처럼 짐 싸서 여길 떠나자고.”

“딘,” 카스티엘은 다시 뭔가 말하려 했지만 가까스로 입 밖에 낸 말은 이 한 마디가 전부였다. 그는 입을 살짝 벌린 채로 커다란 눈으로 딘을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었다. 너무 기뻐서 몸을 가누지 못하는 게 분명해, 딘은 생각했다. 드디어 떠나게 되었으니까.

“알아. 흥분되지 않냐? 드디어 이 날이 온 게.”

하지만 카스티엘은 흥분한 낯빛이 아니었다. 쌓인 서류봉투를 흘끗 건너다보는 그는 사실 약간 걱정이 비치는 얼굴이었다. 좋아, 어쩌면 딘이 스무 가지 선택지를 그의 앞에 내놓은 건 과했던 모양이다. 캐스는 결정을 내리는 데는 영 소질이 없는 아이였다.

“야 걱정 마, 자기야. 당장 결정할 필요는 없으니까. 그냥 네가 원하는 곳에 지원해….네가 좋다면 내가 빼먹은 다른 곳에 원서를 내도 괜찮아. 아니면, 젠장, 그냥 다시 미시시피 대학에 가도 되겠다. 분명 아직도 거긴 널 환영할걸.” 딘이 그를 안심시켰다. “이 문제에 옳고 그른 건 없잖아. 그냥 네가 제일 행복한 걸로 골라.”

그 말에 소년은 살짝 찌푸린 얼굴로 그를 돌아보았다. 조심스럽게 그는 입을 열었다. “딘, 할 얘기가-“

그러나 말은 카스티엘을 끌어당겨 거칠게 입맞추는 딘에게 가로막혔다. 처음에 카스티엘은 굳은 채였지만 곧 포옹 아래 녹아내렸고 딘은 둘 사이에 솟아오르는 열기를 느꼈다.

적어도 둘의 등뒤 숲 속에서 바스락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우지끈 소리가 날 때까지는 그랬다. 곧 젊은 여자의 키득거리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카스티엘은 황겁해서 몸을 떼고는 초조하게 숲 쪽으로 시선을 던지기 시작했다. 딘 자신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깨달을 때까지는 몇 초가 걸렸다. 망할. 우리 방금 들켰구나.

“우리가 키스하는 걸 누가 봤어,” 카스티엘이 헐떡였다. 겁에 질린 목소리였다. 사람들이 알면 얼마나 위험해질 수 있는지를 몇 년 동안 주입시킨 건 자신이었으니 이건 필시 딘의 잘못이었다. 캐스를 가능한 한 안전하게 보호하는 데 관심이 있었던 나머지 그는 위험을 약간 과장했는지도 모른다.

“내가 처리할게,” 딘은 그를 안심시키는 한편 난간을 뛰어넘어 서둘러 숲 속 방향으로 향했다. 젠장 그는 그럴 셈이었다. 엿본 놈이 누구든 하느님과 딘 윈체스터에 대한 공포를 심어 주어서 아무에게도 씨발 한 마디도 내뱉지 못하게 해 줄 것이다.

그러나 그가 나무덤불 뒤를 지나가는 흙길에 다다랐을 무렵에는 차 한 대가 바퀴가 일으키는 먼지구름을 남기고서 쌩하니 달아나고 있었다. 설상가상인 것은 딘이 차가 시야를 벗어나는 찰나에 누구의 차인지를 알아보았다는 사실이었다. 낡은 머큐리 새블이 앤셈 윔스 그 씨팔놈 말고 다른 누구의 차일 리 없었다 - 마을을 통틀어 제일 입이 싸고 편견이 심한 아이인데다, 루비 웩스필드의 남자친구라는 건 말할 것도 없는 그 자식. 숲 속에 있던 여자애는 루비였음이 분명했다. 잘 됐군. 망할, 의심할 바 없이 그 둘은 그와 캐스가 동성애 커플이라는 사실을 온 마을에 널리 퍼트려 줄 것이다. 이 사태는 절대 좋게 풀릴 수 없었다.

“딘?” 등뒤에서 카스티엘이 초조하게 물었다. 멀어지는 자동차 미등을 얼핏 본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누구였길래?”

“몰라,” 딘은 웅얼거리고는 시선을 외면했다. 거짓말을 하기는 싫었지만 말해 봤자 카스티엘을 기절초풍하게 만들기밖에 더 하겠는가.

언제나처럼, 카스티엘은 그의 마음속을 환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는 딘의 팔을 잡고 얼굴을 마주보도록 억지로 돌려세웠다. “말해.”

“앤셈……하고 루비였어.” 딘이 한숨지었다.

“젠장,” 카스티엘이 내뱉듯 말했다.

“그래.”

…………………

이십 분이 지나 그들은 카스티엘의 집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캐스는 이마를 창유리에 기대고서 조용히 차창 밖만 내다보고 있었다. 그가 이처럼 맥이 없는 건 심각하게 속이 상한 때라는 사실을 딘은 알고 있었다.

“야 있잖아, 앤셈을 찾아내러 가는 방법도 있어. 그놈이 입을 다물겠다고 맹세할 때까지 그러니까 거시기를 걷어차 주는 거지.” 딘이 제안했다. 흠씬 때려눕힌다고 해서 그 녀석이 가만 있어 줄지는 확신할 수 없었지만 캐스를 위해서라면 시도할 가치가 있었다.

그러나 캐스는 코웃음만 치고는 흘러가는 풍경을 계속 바라보았다. “아무 소용 없을걸. 루비도 우릴 봤다고.”

아 그렇지. 사소한 문제가 하나 더 있었군. “그럼,” 딘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설득력 없는 말투로 말했다. “걔도 먼지 나게 밟아 주면 되지.”

캐스는 고개를 젓고는 딘에게 웃긴다는 듯이 다 안다는 미소를 보냈다. “넌 여자애는 안 때리잖아.”

“뭐,” 딘이 어깨를 으쓱했다. “척을 데려가면 돼. 그래도 그 기집애는 원숭이 같은 몰골이 될걸.”

캐스는 그의 농담에 웃지 않았고 딘은 분위기를 누그러뜨려 보려 애쓰는 것을 그만두었다. 그들은 들켰고 이는 반드시 모스 포인트에서는 나쁜 일을 초래할 것이다. 딘은 알았다. 캐스도 알았다. 이것은 폭풍 전야의 고요였다. 내일이면 사건의 반향은 들불처럼 번질 것이고 사람들 중 일부가 어떻게 반응할지는 하느님만이 아실 일이었다.

잠시 동안 묵묵히 깊은 생각에 잠겼다가 딘이 제안했다. “디컨 아저씨 댁에 들렀다 갈까? 아저씨는 뭘 해야 할지 아실 텐데.”

“아무 소용 없어, 딘.” 카스티엘이 고개를 저었다. 힘을 잃고 자포자기한 목소리였다. “우리가 얼마나 애쓰든 결국 일은 벌어지게 되어 있으니 말이야.”

“음 술이라도 한 잔 하러 갈래? 아니면-“

“그냥 집에나 가고 싶은데.” 캐스가 쏘아붙였다. 딘은 약간 움찔했으나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그의 남자친구는 속이 상한 것뿐이고 그럴 만도 했다. 그리고 어쨌거나 캐스는 금세 사과를 건넸다.

“미안….그저…. 밤에 내가 나가 있으면 어머니께서 무서워하시거든. 돌아가야 해.”

“어머니께서는 잘 계셔?” 딘이 미심쩍게 물었다. 가끔 캐스는 딘에게 애나의 상태에 대해 거짓말을 했는데 대부분은 딘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러나저러나 그는 걱정을 했고 카스티엘의 거짓말이라면 십 리 밖에서도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보통 캐스의 입장을 난처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너무 캐묻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허나 최근 그는 애나의 상세가 다시 악화되고 있다는 낌새를 눈치챘다.

“응, 잘 계시지. 어머니께서 그냥 내가 밤에는 집에 있는 걸 좋아하셔서 그래. 그뿐이야.”

“알았어, 자기야.” 딘은 낮게 말했다. 캐스의 미친 엄마를 굳이 끌어들여 다투지 않아도 오늘 밤은 이미 지긋지긋하게 나쁜 일을 겪었으니까.

주차 통로로 들어서자마자 캐스는 차에서 튀어나갔고 딘은 출입구 앞에서 그를 따라잡기 위해 말 그대로 달음박질쳐야 했다. 그는 얼굴을 찡그리며 캐스에게 봉투 꾸러미를 쥐어 주고는 말했다. “자기야, 너 원서를 잊어버리고 갔어.”

캐스는 억지로 미소를 지어 주고는 말했다. “미안해, 다른…..생각에 빠져 있었나 봐.”

이 말에 딘은 가슴이 조금 아파 왔다. 불쌍한 카스티엘. 앤셈과 루비가 입을 놀려서 일으킬 사태가 뭐든 그에게는 가혹할 것이다. 그는 이미 다리 때문에 어머니 때문에 또 그 대물 때문에 넘칠 만큼 괴롭힘을 받아 왔는데... 이제는 저 엿같은 온 마을이 그를 부르는 호칭에 호모새끼까지 추가되는 것이다. 딘은 한숨을 지었다. 씨팔 세상은 하나도 공평하지 않았다. 캐스는 착하고 너무도 고결하고 반듯한 아이인데... 그에 대한 보답은 모진 짓을 당하는 것뿐이라니. 잦아들 기미도 없이 몇 번이고 말이다.

뭐 이젠 상관없어, 딘은 속으로 맹세했다. 끝이 눈앞이니까. 그는 캐스를 품에 감싸 안고 약속했다. “곧 우린 이곳에서 벗어날 거야, 캐스. 그놈들이 뭐라고 하든 신경쓰지 마. 네가 원서 서식을 채우기만 하면 우린 단숨에 후딱 여길 떠 버릴 거니까, 알았지?”

카스티엘은 말이 없었고 잠시 동안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마침내, 그는 딘의 어깨에 파묻은 머리를 살짝 끄덕였다. 딘은 뺨에 입을 맞추고 그를 놓아 주었다. 캐스는 현관문으로 걸어가는 내내 어깨 너머로 고개를 돌리고 한참 동안 딘을 물끄러미 눈여겨보았다.

“왜 그러냐?” 관찰하는 시선이 쏟아지는 가운데 딘은 멋쩍게 어깨를 으쓱했다.

“정말로 사랑해.” 카스티엘은 그를 보며 복잡한 생각이 서린 미소를 지었다.

딘은 최선을 다해 천하태평한 웃음을 씩 지어 줌으로써 그를 한 번 더 안심시키려고 노력했다. “나도 사랑해, 자기야. 모든 게 잘 될 거야.”

그러자 캐스는 고개를 끄덕이고 집 안으로 사라졌다. 딘은 터벅터벅 계단을 내려와 차 안으로 들어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그는 내일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들과 거기서 캐스를 지키는 가장 좋은 방책에 대해서 생각했다.

………………..

13편

댓글 4개:

  1. 잘보고잇어요! 13편 계속 기다리고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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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감사합니다. 저도 늘 마음 한 켠에 이 작품을 두고 있는데 면목 없네요ㅠㅠ 기다리는 분들이 계시단 걸 잊지 않겠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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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영어 실력이 못난탓에 영픽 읽는걸 포기하고있었는데 이렇게 퀄리티 높게 번역해주셔서 너무 잘 읽고있어요~ 이 후도 계속 기다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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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네! 바쁜 일이 끝나서 저도 돌아왔습니다. 조만간 다음 편으로 인사드릴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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